“전 목수”라고 처음 불린 날, 이 세계에선 당연히 어설프고 멋모르는 애송이일 뿐이지만 현장에서 목수로 불리는 순간, “여긴 어디? 나는 누구?”로 요약될 법한 낯선 경험에 ‘나는 최소한 여기 현장에 있다’는 묘한 현장감(?!)이 일어났다.
불과 일주일 전에 한옥학교를 졸업한 난, 또 불과 몇 개월 전에 과연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후회하기도 했다. 그러다 어쨌든 뜻밖에 큰 지출이 든 공구들과 그동안 배웠던 거라도 써먹어야겠다 싶어 한옥 시공 현장을 알아보게 되었다. 아니 알아본 것도 아니고 현장에서 먼저 연락이 오더라. 경북 군위, 전남 강진, 강원도 강릉 등의 현장에서.
대부분 수도권 아닌 지역이고 출퇴근 아닌 숙소 생활을 해야 하며 전국을 돌아다니는 노마드 워커인고로 아내와 몇 번의 상의와 대화 끝에 제일 마음에 드는 곳, 혹은 마음이 가는 곳으로 정했다. 오늘 첫 출근한 현장이 바로 그곳. 경북 군위도 아니고 전남 강진도 아니고 강원도 강릉도 아닌 경기도 파주다.
그 과정이야 어쨌든 이번에도 역시 나의 별난 이력(국어국문학&컴퓨터공학 전공 〉 해병대 학사장교 〉 선교단체 간사 〉 발달장애인 지원단체 사무국장 〉 청년협동조합 커뮤니티 매니저 등)의 연장이려니 싶다. 결국엔 내 선택이고 결정이란 얘기.
물론 이 한옥 목수 일을 평생 하게 될지는 나는 물론 누구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어쨌든 이왕 들어선 이 길에서 나는 무언가를 얻게 될 것이고 어떤 것은 잃게 될 것이며 누군가를 운명처럼 만나게 될 것이기도 하기에 다만 기대하는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더디고 느리지만 걸어갈 작정이다.
그 더디고 느린 걸음에 앞으로 매일같이 쓰진 못하더라도 꾸준히 적어갈 이 작업일지들이 언젠가 알 수 없는 혼돈의 갈림길 앞에 놓여있을 때나 앞이 보이지 않을 때에 당장 코앞의 어둠 정도는 밝혀줄 무언가가 되지 않을지. 나 아닌 누군가에게도 그런 글들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