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이 우리를 지킨다 -2021년 부처님오신날 기념 불교환경연대 캠페인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축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채식위주의 식생활 전환은 기후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중요한 실천이다. 지금까지 불교계에서 진행되어온 다양한 식생활 캠페인과 현재 진행중인 불교환경연대의 채식 캠페인에 대해 알아본다.

불교환경연대의 채식캠페인

“부처님께서는 뭇생명의 자애로운 어버이로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지금 인류는 생태계 파괴와 지구 온난화로 절멸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제 기후문제는 환경만이 아닌 인류를 포함한 뭇생명의 생존 문제입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비를 줄이고 우리의 생활방식을 바꾸어가야 합니다. 그 중의 하나가 식생활입니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인 온실가스배출량 중 가축이 차지하는 비율은 17%입니다. 우리는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우리는 지구생태계의 일원으로 다음과 같이 실천하기를 발원합니다.”

2021년 올해 불교환경연대는 5월 12일-19일(음력 4월 1일-8일)까지 8일간 채식을 하자는 캠페인을 전개했고 위의 글은 그 제안문이다. 첫 번째 실천은 이 기간 동안 육식 대신 채식(蔬)을 하고 더불어 적게 (小)먹고, 웃으며 (笑) 먹는 3소식을 전개하는 것이다. 두 번째 실천으로 빈그릇운동을 실천하여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지 않고, 세 번째로는 일회용품과 비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캠페인이다. 그래서 이를 위해 각 사찰에서 신도들과 서약을 하도록 했고 그 서약서를 모아 불교환경연대로 보내도록 요청했다.

불교환경연대 〈채식이 우리를 지킨다〉 캠페인 포스터.
불교환경연대 〈채식이 우리를 지킨다〉 캠페인 포스터.

전국의 조계종 사찰중 교구본사와 주요 말사 등 4천여 사찰에 포스터를 보냈고, 서약서도 함께 보냈다. 초파일이 끝나 1-2달이 지난 지금 여러 사찰에서 받은 서약서가 300개가 넘게 도착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녹색사찰로 협약을 한 사찰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었다. 재미있는 것은 불교환경연대의 홍보대사 두 분 중 한분인 에코싱어 ‘라마’님은 본래부터 철저히 환경친화적인 생활을 해왔지만, 다른 한분인 피아니스트 ‘임현정’님은 8일 기간 동안 육식을 안 한 건 물론이거니와, 우유, 계란까지 먹지 않아 완전한 비건채식을 실행했다고 말씀을 하셨다.

아무튼 이것으로 끝내지 않고 지속적인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하여 하루에 최소 한끼를 채식으로 하자는 〈환경보살의 한끼 채식〉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석탄발전소를 없애거나 화석연료사용줄이기 등은 정부와 기업이 해야 할 기후위기 실천이지만, 축산업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채식운동과 탄소흡수를 위한 나무심기운동이 시민단체와 민간이 직접 할 수 있는 기후위기극복 실천이며, 특히 채식운동은 불교의 종교적 전통과 교리에 근거한 중요한 환경실천이다.

불살생의 계율과 육식을 금하는 대승불교의 전통

그동안 채식은 불교 내에서 그닥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살생을 하지 말라”는 것을 제1계율로 하고 있는 불교에서는 육식을 금지해온 오랜 불교전통이 있고 사찰의 문화에서 수백 년 동안 오랫동안 이어온 다양하게 개발된 채식요리들이 있다.

그런데 본래 부처님의 가르침에서는 살생을 하지 말라는 계율이 있지만 육식을 절대 하지 말라는 말씀은 없었다. 모순될 것 같지만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부처님은 식사 때가 되면 가사를 입고 제자들과 발우그릇을 들고 빈부를 가리지 않고 7집을 순서대로 걸식을 했다. 이것을 차체걸이(次第乞已)라고 한다. 주면 주는 대로 받고 안주면 그냥 돌아오는 것이다. 그래서 수행자들이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행실로 문제가 되면 음식을 받지 못해 부처님도 굶은 적이 있다. 무조건 주는 대로 받다보면 고기를 주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초기불교의 전통을 이어받은 남방불교는 육식을 허용하고 있고, 농사를 지을 수 없어 목축을 하는 티벳의 경우에도 육식은 허용되었다. 그러나 대승불교에서는 육식을 금하는 전통이 오래토록 이어져왔다.

불교에서 식사는 거룩한 의식이었다.

불교에서 부처님을 비롯한 불법승(佛法僧)삼보에 공경하는 마음으로 음식과 향, 재물을 바치는 일을 공양(供養)이라고 한다. 또한 사찰의 대중식사도 ‘공양’이라고 한다. 누군가 공경하는 마음으로 바친 그 음식을 먹는다는 뜻으로, 공경의 마음으로 베푼 은혜를 잊지 않기 위한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침마다 사찰에서 하는 스님들의 식사를 발우공양(拔羽供養)이라고 하고 이때 염송하는 경전이 소심경(小心經)이다. 소심경에는 이 음식이 내 앞에 오기까지 모든 중생의 노고를 살펴보며 탐욕으로 먹지 않고 중생구제와 수행을 위한 최소한의 약으로 먹고 반드시 깨달음을 이루겠다는 거룩한 의지가 담겨있다. 또한 헌식(獻食)이라고 해서 밥톨 하나둘씩을 모아 그릇에 담아 밖에 내놓고 다른 미물들도 같이 나누는 의례가 있으며, 식사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그릇을 김치조각으로 샅샅이 닦아 설거지 할 것도 없이 깨끗이 먹는 것이 불교의 전통이다.

빈그릇운동, 3소식운동, 한끼채식운동

위와 같은 불교의 전통을 현대에 되살려 친환경음식문화 캠페인을 전개한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바로 2004년 9월 정토회 에코붓다에서 시작된 〈빈그릇운동〉이었다. 2005년부터 음식물 쓰레기 직매립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음식물 쓰레기 대란이 발생할 즈음에 〈빈그릇 10만명 서약운동〉이 시작되었다. 이 운동은 10만 명 서명에 성공하고 이듬해 100만명서약운동으로 확대되었고 결국 최종적으로 목표를 훨씬 넘어 총 160만명의 서약을 이루어내어 한국의 최대의 환경캠페인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불교환경연대, 기독교환경연대로 실천이 확대되면서 결국 환경부가 이 캠페인의 컨셉을 받아 실천하는 국가적 캠페인으로 확대되었다. 이 캠페인의 특징은 서약자의 마음을 묶는 의미로 서약하면서 1000원을 내야했는데 이중에 500원은 먹지 못하는 가난한 나라 사람에게, 나머지 500원은 환경운동에 사용하는 것으로 했다. 그래서 당시 북한돕기운동과 연계하여 환경과 평화운동이 결합된 모범적인 운동으로 환경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두 번째 캠페인은 조계종 불교문화사업단의 〈3소식캠페인〉이었다. 3소란 채소 소(蔬), 작을 소(小), 웃을 소 (笑)를 뜻한다. 다시 말해 채식을 하며, 적게 먹고, 즐겁게 먹자는 운동인 것이다. 불교문화사업단의 캠페인은 사찰음식문화 확대의 일환이기도 했고 많은 호응을 받으며 전개되었다.

세 번째 캠페인이 바로 이번에 진행된 〈채식이 우리를 지킨다〉이다. 현재 초파일 8일간의 채식을 권장하는 데서 더 나아가 이제는 하루에 한번은 채식을 하자는 〈한끼채식〉운동으로 지속되고 있다. 시민들의 채식문화가 정착되고, 다양한 채식레시피와 채식식당 등이 광범하게 확산되어 축산업이 지구적 위협이 되지 않는 수준까지 나아가길 바란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이자 녹색불교연구소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수행공동체 정토회에서 25년 살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개발협력활동을, 평화재단에서남북문제를 위한 활동을, 고양시에서 지혜공유협동조합을 만들어 활동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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