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선의 기쁨』 – 알록달록 털실로 마법 같은 순간을
제타 안 저(아이오와, 2024)
색감의 예술가. 털실 뜨개 공예가. 제타 안의 첫 책이 출간되었다.
조금은 진지하고 솔직함이 묻어나는 다정한 에세이 파트에서는 제타 안의 작품들과 기법들을 만날 수 있다. 양복, 스웨터, 청바지, 청재킷, 양말부터 운동화, 밀짚모자, 보냉 백, 손 가방, 등산 가방, 보드 장갑과 헬맷, 방석, 갈고리, 삽, 빗자루, 바이올린 손잡이, 반려견 산책줄까지 제타 스타일의 수선공예 작품들이 향연처럼 펼쳐진다. 한편, 후반부에는 수선 도구, 소재, 기본 기술과 함께 저자 제타와 제타 가족의 소소하지만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기본 기술 편에는 QR코드가 있어서 동영상을 보며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색감은 폭죽처럼 터지지만, 저자의 목소리는, 웬걸, 낮은 톤이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며 실타래를 풀어낸다. 어떻게 수선공예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는지, 아이들과 함께 수선작업을 하며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 그간 집에서 어떤 수선작업을 해왔는지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느긋이 따라가다 보면, 일상과 예술을 잇는 실 하나를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된다. 저자가 독자들에게 건네려는 것은 바로 그 실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면, 어떤 마음과 태도로 수선공예(업사이클링 공예)에 접근하면 좋을지 고민스러운 우리 모두에게 용기와 영감을 선사한다는 점일 것이다.
아버지의 오래된 여름 양복, 아들의 작아진 바지, 구멍 난 장갑과 양말, 딸의 등산 가방, 그리고 보냉 백과 갈고리, 빗자루, 삽까지 거의 모든 것을 새롭게 되살려내는 일과 그것이 주는 기쁨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기본 기술 한 가지만으로도 다양하고 멋진 종류의 손뜨개 작품을 어마어마하게 만들어낼 수 있어요!”
“손뜨개질을 처음 시작할 때, 이렇게 주문을 걸어보세요》느려도 좋다. 모양이 엉성해도 내 멋이다. 내가 편한 방식대로, 정해진 틀을 깨도 좋다. 이 마음을 깨치고 나면 뜨개질이 더는 어렵거나 할 수 없는 일로 느껴지지는 않을 거예요.”
뜨개질을 해보고 싶지만 너무 어렵게만 느껴지는 사람, 물건이 너무 소중해서 버리지 못하는 사람, 수선 공예를 직접 해보며 그 즐거움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갑게 여길 책이다. 상품과 물건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지구와 지속가능한 삶이) 문제가 되는 오늘날, 소비하지 않고 (또는 소비를 줄이고) 사는 새로운 행복의 길은 없을까? 이 책은, 바로 그 오솔길로 우리를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