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두루미의 비행 시동new

3월 둘째 주 서산에서 만난 흑두루미들은 아지랑이 속에서 사람이 뿌린 먹이를 먹고 볕을 쬐고 노래하고 있었다. 힘을 비축하는 것처럼 보였고 먹이터 두 곳을 번갈아 날아다니며 비행 시동을 거는 것도 같았다. 대이동을 앞둔 수천 마리의 흑두루미들이었다.

구독 경제 속 사물들 – 편리함을 통해 버려지는 것들new

정기적으로 금액을 지불하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제 활동인 구독 경제는 다양한 방면에서 일상에 녹아들기 시작하여 이제는 고도화된 기술과 배송시스템의 혁신 등으로 삶의 전반을 지배하는 새로운 경제체제로 급성장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시스템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누구인가?new

마음이 가난한 자는 누구일까요? 기독교 성서에 나타나는 ‘마음이 가난한 자’라는 표현을 통해 소수자성에 대한 긍정을 발견하고, 오늘날 마음이 가난한 자들은 누구인가를 밝혀내어 소수자성이 긍정되던 성서의 자리를 현재의 시점에서 재현하는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생태wiki번역] ⑥ 인간 지식의 손아귀에서 객체들을 빼내자 – 티머시 모턴new

[생태사상가 시리즈]는 녹색운동, 생태운동, 대안운동의 주요 저자와 활동가들에 대해서 위키피디아 항목을 토대로 탐색하는, 2023년 봄에 스타트한 생태적지혜연구소의 프로젝트이다. 여섯 번째 인물인 티머시 모턴은 미국 라이스 대학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객체지향적 사유와 생태학 연구를 교차시키는 작업을 한다.

당신의 뇌로 기후위기 극복을 상상하라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을 읽고new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을 쓴 저자는 신경과학 전문가로, 이 책에는 기존의 상식으로 알고 있던 개념이나 관념을 뒤흔드는 주장들이 속속 등장한다. 뇌의 핵심 임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성, 상상, 또는 창의성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생존을 위해 에너지가 언제 얼마나 필요할지 예측함으로써 가치 있는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해내도록 신체를 제어하는 것이라고 한다.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자율성과 자기생산 – 마투라나와 바렐라new

마투라나와 바렐라의 저작 『앎의 나무』를 통해 생명의 구성주의에 대해 알아본다. 두 인지생물학자는 생명의 자율성과 자기생산을 강조하는 오토포이에시스 개념을 바탕으로 어떤 공동체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묻는다.

[나의 간디학교 일지] ① 시작하는 글 – 대안이 뭐길래!new

나의 10대를 고스란히 함께 보낸 곳은 ‘제천간디학교’, 대안학교입니다. 그곳의 냄새와 소리와 공간과 시간과 사람이 만든 사건들을 풀어내 보려 합니다. 이야기를 전하듯이, 적당히 재미나게 읽을 수 있도록 말이죠. 그러면서 묻습니다. 나는 무엇을 배웠을까? 대안학교를 졸업한 나는 대안적인 인간이 되었을까?

생명자본은 어떻게 우리 몸을 지배하게 되었나?new

자본은 끊임없이 인간의 몸을 통해 각종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 생물학과 IT과학기술, 의학의 콜라보인 생명자본이 우리의 몸에 어떻게 침윤되어 왔는지를 살피고, 자본에게 빼앗긴 우리의 몸을 되찾을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질적연구방법을 통해 살펴본 영케어러의 돌봄과정] ④ 연구참여자3의 돌봄 경험new

이전 글에서는 여섯 명의 영케어러들에 대한 간략하게 소개하였다. 이번부터는 본격적으로 ‘질적연구방법을 통해 살펴본 영케어러의 돌봄과정’에 대한 세 번째 연구참여자의 돌봄경험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지금 여기 가까이] ⑦ 공동체가 언제나 거기 있을 거라는 착각new

[지금 여기 가까이] 시리즈는 단행본 『저성장 시대의 행복사회』(삼인, 2017)의 내용을 나누어 연재하고 있다. ‘저성장을 넘어 탈성장을 바라보는 시대에, 가난하고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지금, 여기, 가까이’에서 찾고자 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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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인공지능】 챗GPT, 생각하는 기계 앞에 선 미래

챗GPT는 산업 발전을 이끌어 갈 혁신적인 도구이다. 하지만 사회적 담론 형성을 저해하고 민주주의의 수준이 낮은 곳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일자리는 급격히 사라질 것이며, 경제적 불균형과 계층 분화를 촉진시킬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 앞에서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특집: 인공지능】 [디지털 코드로의 통합세계와 기술의 도구화된 인간] ② 존재화된 기계의 서곡

인공지능은 이제 삶의 내연으로 스며들고 있다. 챗GPT의 출시와 함께 삶의 다양한 기술들이 고도화되어 이전과는 다른 것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며 우리는 챗GPT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 우리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때이다. 우리는 존재화된 기계의 첫 페이지를 경험하고 있다.

내 발톱은 누가 깎아줄까? – 볼 수 없는 것들의 윤리와 미학

병원을 집처럼 드나들던 시기, 어느 날 엄마의 발톱이 길게 자란 것이 보였다. 손톱깎이로 깎아드리며, 그제야 엄마가 엄마였을 때 그런 경험이 없었던 것이 생각났다. 노인들, 환자들, 지워진 사람들, 소수자들, 비인간 생명들, 우리 모두가 한국 사회라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좀 더 존엄하게 서로를 위로하며 서로를 돌볼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엄마와 딸의 마주보기] ⑤ 기억할게

새미(솔빈)는 숲정이의 딸이다. 숲정이는 새미의 엄마이다. 엄마는 딸이 살아가는 세상을 자연답게 가꾸기 위해 시민운동을 하였다. 정성스럽게 ‘선과 정의’를 지키려 노력하지만 좌절과 허탈은 점점 커져만 갔다. 의지를 잃은 엄마가 그동안의 경험과 생각들을 딸에게 이야기한다. 딸 새미는 고단한 엄마, ‘숲정이’를 위로하고 ‘엄마’를 바라본다. 이것은 주고 받는 “마주보기 이야기 글”이다. 숲정이와 새미는 ‘기억’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각여행] ④ 음식을 통해 서로 마음을 느끼는 시간 -이탈리아에서의 미각 깨우기

1980년대 중반, 자본과 산업으로 밀려오는 패스트푸드에 반대하면서 발생한 이탈리아 슬로푸드는, 음식을 축으로 한 인간부흥, 생태감각을 깨우기 위한 운동이다. 그 중심에는 미각교육센터를 통한 〈미각깨우기〉 과정이 있으며, 음식이 주는 즐거움을 알고,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고, 그를 통한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는 것을 도와준다.

[보성댁 이야기] ⑬ 엄마는 먼 쓸데없는 오지랖을 그리 피우고 계세요?

나이가 많고 쇠약해져 요양보호사의 돌봄을 받으며 지내는 보성댁은 칠십 초반의 큰집 셋째 조카가 죽었다는 소식을 받는다.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의 부고에 보성댁은 쓸쓸하고 허전하다. 혼자 남은 조카사위가 안타까워, 큰집 큰조카에게 가보라고 하겠다는 말을 딸에게 했다가 그런 오지랖 부리지 말라는 핀잔을 듣지만 보성댁은 단념이 되지 않고, 딸은 그런 어머니를 걱정한다.

나의 절망이 더 절망적인 것은 아닐 수도 있다 – 기후 환경 위기 속에서 《아기장수 전설》 읽기

사람들은 많은 이야기를 향유하면서 살고 있다. 한국의 옛 이야기들도 그 이야기들에 속한다. 그런데 현실이 워낙 빠르게 변화하다보니 이제 옛 이야기들은 너무 낡은 것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아기장수 전설을 예로 들어, 옛 이야기를 지금 여기의 현실 속에서 새삼 자리매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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