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생태적 지혜 개념어 사전』은 내가 무엇이 궁금한지를 잘 아는 친구처럼, 우리 시대의 공동 과제인 환경과 경제와 관계의 어그러진 상태를 잘 설명했고, 이에 대한 인식과 대안적인 실천들의 최신 흐름을 알려 주었다. 어떤 원고는 오래 묵은 질문을 기억나게 해서 치유해 주었다.
최근 가자지구 학살에 맞서 전 세계 대학에서 벌어진 시위 운동에는 새로운 측면이 많지만, 갑작스럽게 발생해 확산되었다는 점에서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1970년 미국 전역 대학 파업과 놀라운 유사점을 보인다. 두 운동 모두 극심한 공권력의 탄압 속에서도 사회적 통념을 깨뜨리는 ‘에로스 효과’를 보이며 대중에게 이스라엘과 미국의 국가적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과거 반전 시위가 결국 베트남 전쟁 종식에 기여했듯, 현재의 연대 운동 역시 팔레스타인 문제를 국제 사회의 중심 의제로 끌어올리며 변화를 이끌어낼 잠재력을 보여준다.
우리 모두는 공동체이다. 누군가 탐욕스럽게 살면 반대쪽의 누군가가 그만큼의 피해를 입고, 결국엔 함께 사멸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무지와 탐욕이 전 개체를 죽게 만든다. 이것이 기생동물 공동체의 운명이다. 숙주 없이는 기생동물도 없다.
지금 여기에서 탈성장 사회로 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삶의 규모를 지금의 1/10 정도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탈성장 지향은 어떤 태도 어떤 화법으로 행하여져야 할지를 생각해 본다.
『생태적 지혜 개념어 사전』은 커먼즈, 탈성장, 추첨제 민주주의, 순환 경제, 적정 기술, 도시 농업, 공동체 밥상, 비거니즘 등 녹색 정치가 소중히 키워 온 무수한 ‘개념어’들을 담고 있다. 또한 생태적지혜연구소가 그간 키워낸 집단지성의 목록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호혜와 공생의 감각을 되살리고, 낡은 자본주의 체제 바깥으로의 탈주를 도모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강력한 나침반이자 등대가 될 것이다.
한마디로 한 번 잡으면 절대로 놓을 수 없는, 그런 긴 장편 만화를 굳이 자기 돈 들여서 친히 빌려 와서 반 친구들에게 무료로 서비스 한 거다. 무슨 심보인지 아님 사해동포주의 정신인지 알 수 없으나, 진우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젠장. 하루 종일 그 유리가면만 생각나요. 아니 매일매일이요.”
생명의 소중함을 자각하고 건강한 삶을 격려하는 시 한 편.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실패는 인간으로서 우리가 어떤 존재인가를 설명하는 본질적인 요소다. 성공은 부차적이고 일시적인 것일 뿐 그리 많은 걸 밝혀내지 못한다. 오히려 실패에 관여하는 방식이 우리를 규정한다. 성공 없이 살 수는 있지만, 우리가 완벽하지 못하고 불완전하며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과 합의를 못 한다면 사는 의미가 없다. 실패는 이 전부를 깨닫게 한다.
허먼 멜빌의 단편 속에서 필경사 바틀비는 과거에 ‘배달 불능 우편물’을 처리하던 사람이었다. 그는 누군가에게 던져졌으되 누구에게도 닿지 못한 말들을 가려냈다. 시인인 나는, 예술이야말로 수신되지 못하는 말들을 잡아내어 들려주는 작업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생태적지혜연구소가 기획한 신간 『생태적 지혜 개념어 사전』의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글이다. 이 책은 각자도생과 다중 재난의 시대 속에서, 함께 읽고 고민해 온 실천적 지혜들을 ‘공유지·연결망·정동’의 지도로 엮었다. 거대한 혁명보다 잊혀진 도토리 한 톨이 숲을 이루듯, 일상의 작은 실천에서 시작하는 ‘분자 혁명’과 서로를 돌보는 ‘공생공락’의 길을 제시한다. 고립된 불안을 넘어 서로 연결되는 주체로서, 새로운 생태 문명의 첫 번째 세대로 함께 나아가자는 따뜻한 초대를 건넨다.
Z세대의 뿌리와 토대, 특히 그들이 자본주의의 부당함과 착취에 저항하는 것이 온전히 생물학적인 것인지를 고찰한다. 이를 위해 국제 정세를 윤리적 차원과 맥락적 조건, 공감과 나르시시즘의 태도로 구분하여 살펴본다. Z세대가 대중 문화를 그들의 정체성의 상징으로 삼는 것은 감정적, 생명적 본성을 정치적 행동의 영역에서 표출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개체의 독립과 개성의 추구를 미덕으로 꼽는 문화는 정동자본주의의 등장 이후에도 그 새로운 자본주의의 핵심으로 자리매김 되는 듯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개성의 추구가 인간을 고립시키는 면에 주목하면서, 개체 간의 연결이 인간을 독립과 주체라는 요구의 중압으로부터 해방시켜 주리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 전망을 살펴보고, 『논어』를 매개로, 한국문화 전통 위에서 그와 같은 전망이 어떻게 작동할런지에 대한 상상을 곁들여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