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혁명(Molecular Revolution)

서로 연결되어 있는 생태계, 네트워크, 공동체는 작은 변화에 민감한 질서이며 그렇기 때문에 부드러운 사용과 돌봄, 욕망노동과 정동노동이 요구되는 질서다. 우리는 사회구조의 큰 변화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관계망과 배치의 변화를 위한 미세하고 작은 실천에도 주목해야 한다.

노숙인되기

노숙인되기 즉 부랑아되기는 광인되기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이탈리아 정치철학자 바살리아(Franco Basaglia)는 “광기의 척도는 자유의 척도다”라는 말을 통해서 노숙인되기의 야성적 사유, 광야-무의식, 광기가 예속이 아닌 자유라는 점을 보여준다. 노숙자가 된다는 것은, 통속적인 삶에 맞서 거리에서 농성하거나 끊임없이 주류의 삶을 교란하는 것과도 같다.

절대적 변주

그것은 때로는 삐리리로, 혹은 삐삐리로 표현하지만, 그들끼리 의미가 전달된다. 정해진 기표가 없는 것이다. 그저 삐리리, 삐삐삐, 삐리삐의 절대적 변주만이 있을 뿐이다. 단지 리토르넬로의 연속적 변주인 이 휘파람 언어가 왜 중요한가? 우리의 삶이 욕망의 절대적 변주 속에 있다는 것, 의미화된 질서는 우리의 욕망을 응고시키고 단속시킬 뿐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아이되기

들뢰즈와 가타리의 ‘아이되기’ 개념은, 우리 모두가 고정관념을 버리고 아이들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호기심으로 돌아가자는 제안을 담고 있다. 이것은 퇴행이라기보다는 역행(involution)이다. 아이로 돌아간다는 것은 유치해지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다채로운 상상력과 영감, 창조성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속도

공간의 정치가 무력화된 곳에는 속도의 정치만이 존재하게 된다. 정치는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제어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 되었고, 대중은 속도의 흐름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그저 움직일 뿐이다. 속도는 민중에 대한 전쟁 선포이며, 자동차나 운송수단은 이동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전쟁기계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생명정치

생명정치의 특징은 억압하고 통제하고 착취하던 고압적이고 강권을 갖던 권력의 이미지가 아니라, 체제 내부에서 잘 살도록 하는 권력의 이미지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현존문명과 현존체제에 대해서 문제제기하거나 저항하지 못하고 야성성과 자율성을 거세당한 채 문명이 주는 달콤한 떡고물에 취해 버린다. 생명정치 단계에서의 외부는 혐오되고 차별되고 배제되는데, 그 대상은 제 3세계 민중, 난민, 이주민, 다른 지역 사람들, 소수자, 생명, 자연 등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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