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은 모든 형태의 생명체의 다양성을 의미하며, 보통은 지구에 서식하는 유기체의 종의 수를 말한다. 먼저 생물다양성 관련하여 국제적으로 가장 상위 프레임워크는 UN의 GBF(국제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가 있다. UN의 1995년 첫 당사국총회를 이후로 생물다양성협약(UNCBD)이 발표되면서 국가별 생물다양성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당사국총회가 열리고 있다. 2022년 12월 ‘COP15’라 하여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가 쿤밍-몬트리울에서 열렸고 이 때 채택된 합의문이 GBF인 것이다. 2024년 10월에는 콜롬비아에서 ‘COP16’이 열릴 예정이다.

쿤밍-몬트리올 GBF는 구체적인 전략과 정량적인 목표에 합의했다는 점 때문에 오늘날 파리기후협정체제처럼 ‘생물다양성 파리협약’으로 불릴 만큼 역사적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GBF는 ‘자연과 조화로운 삶’이라는 비전과 함께 4개의 목표와 23가지 실천목표를 발표했다. 생물다양성 위협 요인 저감, 지속가능한 이용과 이익 공유, 이행과 주류화를 위한 방법 등이 주로 다루어 졌으며 국가별로 GBF의 내용을 생물다양성전략에 반영하고, 지표 기반의 이행 모니터링 및 평가를 실시하는 등 전 지구적 이행점검 체계 구축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이에 맞춰 환경부에서 2024-2028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 비전 및 목표를 발표했다. ‘현명하게 지키고 균형있게 이용하여 모두가 지속가능하게 자연의 혜택을 누리는 사회’라는 비전과 함께 3개 목표와 12대 핵심과제를 위한 21가지 실천목표에 대한 내용이었다. 목표의 경우 GBF와 거의 동일하며 4번인 ‘목표 달성에 필요한 생물다양성 재정 및 이행수단 격차 축소’만 언급에서 제외되었다. 그리고 21가지 실천목표는 GBF의 23가지 실천목표를 모두 커버하는 범위로 설정되었으나, 이행목표에 대한 수치와 지표가 구체화되지 않아서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관련 정보는 국가생물다양성 정보공유체계(kbr.go.kr/index.do)에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범국가적인 움직임은 앞으로 국가별 경제에 꽤나 큰 파급력이 있다. 21년 2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개발·환경 경제학 석좌교수인 Partha Dasgupta은 〈Dasgupta Review〉를 통해 생물다양성의 경제학이라는 영향력 있는 리뷰를 내놓았다. Part 1은 〈우리가 처한 상황과 그 이유〉, Part 2에서는 〈나아가야 할 길〉로 나누어 설명했다. 경제 활동의 척도로 단기 거시경제 분석 및 관리에 유용할 수 있으나, 투자 프로젝트를 평가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식별하는 용도로서는 적합하지 않고 자연환경의 악화와 같은 자산의 감가상각이 포함되지 않는 흐름 개념(연간 생산량의 시장 가격)의 GDP보다는 포괄적 부(inclusive wealth)1라는 스톡 개념(기준 시점에서 경제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의 사회적 가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Sustainble Developemnt(지속가능한 개발)이란 용어를 등장시킨 브루트란트 위원회(Brundtland Commission)의 제안은 포괄적 부가 증가하는 개발이 지속가능한 개발이며, ‘국가의 GDP’가 아닌 ‘국가의 부’2가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생물다양성 손실과 관련된 물리적, 규제적 위험이 경제 활동과 자산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 논문이 있다(Stefano 외 7명, 2023). 생물다양성 위험에 대한 노출은 경제적으로 합리적이고 기후 위험에 대한 노출과 구별되는 방식으로 산업 전반에 걸쳐 상당히 다르지만 생물다양성 위험이 이미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실증분석을 하였고, 생물다양성 위험 노출에 따라 분류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전체 생물다양성 위험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생물다양성 위험에 대한 현재가치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폴슨 연구소(Paulson Institute)는 생물다양성 투자 시장이 2030년까지 930억 달러(약 134조원)까지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블룸버그 기사에 따르면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도 생물다양성 손실로 인해 자연 관련 위험이 확대됨에 따라 거의 1조 9천억 달러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자연자본에 대한 산업 고유의 노출도가 ‘높음’ 또는 ‘매우 높음’에 해당하는 9개 산업의 부채가 약 2,500조 원에 달한다는 것인데, 자연 자본에 대한 노출이 이들 기업에 매우 중요한 재무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생물다양성 관련 법률 제정 및 소송 사건도 증가하고 있다. 먼저 자연권이다. 자연권은 자연(또는 강이나 산과 같은 생태계 및 지형)이 존재하고 번영할 본질적이고 의심할 여지없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법적, 헌법적 인정 행위를 의미한다. 2023년 12월 아일랜드에서 자연권을 헌법에 통합하자는 국민투표가 제안되었고, 국민투표에 의해 승인될 경우 아일랜드는 EU 국가 중 최초로 자연의 권리를 헌법에 명시한 국가가 된다. 이미 자연의 권리를 헌법에 명시한 국가로는 에콰도르와 볼리비아가 있다. 에콰도르의 법원 사건 중에서 보호된 운무림의 광산에서 구리와 금을 추출하려는 계획이 위헌이며 자연권을 침해한다고 판결한 사례가 있다. Center for Biological Diversity란 보존 단체는 미국 어업에 대한 규제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북대서양 참고래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며 멸종 위기 종법, 해양 포유류 보호법, 행정 절차법의 여러 조항에 대한 위반 등 생물다양성에 해하는 기관들을 대상으로 왕성하게 여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Center for Biological Diversity v. Raimondo, Dist. Court, Dist. of Columbia 2024 등). 생물다양성-기후 연계에 초점을 맞춘 소송도 향후 몇 년 동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 생물다양성과 기후 연계 관련하여 스웨덴, 독일, 핀란드 등의 국가에서 자국 기후 법규에 따른 탄소 흡수원 보호에 관한 논의가 주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Kulovesi et al., 2023). 이뿐만 아니라 기후 관련 소송, 그린워싱 관련 소송, 정의로운 전환 관련 소송 등 자연을 지키기 위한 소송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동안 잘못해온 인간의 행위들을 고쳐 나아가고 있다는 청신호이기도 하다.

WEF(세계경제포럼)에서 작성한 ‘2022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The Global Risks Report 2022)’에 따르면 앞으로 10년간 전 세계가 당면할 10대 리스크에 기후행동 실패와 극단적인 날씨 현상에 이어 생물다양성 손실이 세 번째 순위에 올랐다. 이러한 흐름에서 여러 기관과 기업 특히 금융 분야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의 전환을 돕는 역할을 담당할 책임의 상당 부분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있으며 정부, 중앙은행, 다자 개발 은행(Multilateral Development Banks)을 포함한 국제 금융 기관 및 민간 금융 기관은 모두 이러한 변화를 만드는 데 책임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궁극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주체는 우리 시민이기도 하다. 시민으로서 우리는 우리가 추구하는 변화를 요구하고 만들어야 한다. 생물다양성의 손실을 막는 것은 경쟁적이지 않고 마치 공공재와 유사한 개념이기에, 탄소중립 목표와 같이 환경을 회복 및 보전하는 것은 ‘무임승차론’ 등에 빠질 수 있으며 moral hazard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구조화된 평가 접근 방식 즉 효과적인 제도를 갖추어 의사결정자들이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이 제공하는 광범위한 혜택을 인식하며 나아가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 생물다양성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투명한 정보 공개, 명확한 목표와 규칙, 체계적인 검증과 관찰, 효과적인 집행여부 등 시민으로서 모니터링하여 이들이 부패 및 비효과적 법률 제정 등 misconduct를 하지 않도록 같이 만들어가야 한다. 그렇게 모두가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좋은 삶’을 사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
*참고자료
Bloomberg. 2022. Moody’s has a $1.9 trillion warning over biodiversity.
Partha Dasgupta. 2021. Dasgupta Review.
Setzer J and Higham C. 2023. Global Trends in Climate Change Litigation: 2023 Snapshot.
Stefano, Giglio, Theresa, Kuchler, Johannes, Ströbel, Xuran, Zeng. 2023. Biodiversity Risk.
UN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2023. www.cbd.int/gbf
The World Economic Forum. 2022. The Global Risks Report 2022.
녹색연합. 2023.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 이대로는 안 된다.
환경부. 2023. 생물다양성 보전과 이용의 선순환 체계 구축을 위한 5년간 전략 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