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詩] 바위의 눈

생명의 소중함을 자각하고 건강한 삶을 격려하는 시 한 편.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해 지어진

중계그린APT 재건축 환영 플래카드

숲이 된 아름드리나무들

밑 바위들

겨울비에 눈 뜨고 있었어

어디서 왔을까 마블링이 선명한 바위들

포천 소요산 줄기 어디일까

땅 속 20킬로미터 10억 년은 필요했을 거야

검은 슬픔 하얀 기쁨, 꿈은 반짝이며 응결했을 거야

적도를 떠돌던 남북의 땅덩이들

껴안아 하나 될 때

으스러지며 녹고 구부러지고 잘리고 솟구치고

다시 굳어지고 수억 년

달은 알겠지

지하 20㎞ 10㎞ 5㎞ 1㎞ 500m 100m

지상 0m 100m 500m

공룡이 뛰어다니고 새들이 날아다니고

맘모스 뛰어다니고 사람들 나타나

전쟁 터지고 산이 불타고 흐느낌이 꺼지는 동안

산 속 바위는 흔들렸을 거야

그런 어느 날 천공기소리

다이너마이트소리

잘리고 갈리고 깨지고 다시 덤프에 실려 철길로 아스팔트로 아파트 단지로

상계동 올림픽 상계동 사람들처럼

그렇게 난민이 되고 정원석이 되었어

88올림픽 세계 4위 개발도상국

하늘에 조각구름 떠 있고 강물에 유람선이 흐르는

우후죽순 자본의 빌딩 아파트 산맥 뻗을 때

1⁺⁺한우의 살살 녹는 마블링처럼

무늬는 고통의 지문일 거야

아름드리 느티도 플라타너스도

겨울비 맞았어

아파트 바위들은 조경석으로 흔히 쓰이는 편마암이다. 사진 제공 : 심규한

심규한

강진에 살며 자연으로부터 배우고 나누는 삶을 꿈꿉니다. 출판물로 시집 『돌멩이도 따스하다』, 『지금 여기』, 『네가 시다』,『못과 숲』, 교육에세이 『학교는 안녕하신가』, 사회에세이『세습사회』 그리고 대관령마을 미시사 『대관령사람들이 전한 이야기』(비매품)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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