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구루, 나의 스승
작성자
강영란
작성일
2023-07-08 20:59
조회
610
선생님을 뵌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천 개의 고원>을 읽고 싶은데, 어려워 못 읽고 있다는 얘기를 귀 기울여 듣고, 선생님께서는 “그럼 서로살림농도 생협에서 책 읽기 모임을 해 보자.”라고 제안해 주셨지요? 한글로 쓰였는데, 이해가 안 되는 문장이 많더군요.
첫 모임에서, “선생님 이렇게 어렵고 두꺼운데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저마다 한숨을 내쉬며 투덜거렸습니다. 선생님께선 웃으며 “팝송을 듣듯 들리는 말은 듣고, 안 들리는 말은 그냥 흘려 보내면 됩니다. 그렇게 들어도 좋은 팝송이 있잖아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에 용기를 내어 <천개의 고원>을 다 읽고 우리는 일 년에 한 권, 많으면 두 권의 책을 꾸준히 읽었습니다. 10년 정도가 되었으니 그동안 선생님께 꽤 큰 배움을 얻었습니다.
올해는 선생님이 쓴 <정동의 재발견>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책 속에서 던진 질문은 생협 활동가로서 고민하는 지점과 맞닿아있었고,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우리가 기후 우울에 빠져들 때 ‘우리의 신체와 생명으로부터 기인한 힘과 에너지에 대한 긍정’에서 시작된 정동과 관계의 힘을 믿어보자고 우리를 북돋우어주셨지요.
그 모임에는 나눌 먹거리가 풍성했고, 친구들이 있었으며, 이리저리 이야깃거리가 뛰어다녔습니다. 이야기는 수다가 되었다가 탄식이 되었다가 분노가 되었다가 선생님을 돌아나와 우리를 단단하게 만드는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다 선생님께서 귀한 시간을 내어 함께 자리해 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이야기와 고민을 함께 나눠 주셨고, 샛길로 빠지는 논의에도 웃어주셨습니다. 아이가 오면 그 아이를 환대해주었고, 존중해주셨습니다. 우리는 선생님의 말씀이 행동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선생님의 행동이 선생님의 삶과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앎=함=삶이라는 말이 좋다고 하면 웃으며 또 고개를 끄덕여 주셨습니다.
선생님의 황망한 소식을 듣고 차를 타고 오는데, 어두은 밤 하늘에 둥그런 달이 너무 크고 밝았습니다. 올해 처음 맞는 슈퍼문이라고 하더군요. 선생님께 인사드리고, 눈물을 훔치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달이 너무 크고 아름다워, 모든 일이 너무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고 서로 말했습니다. 저는 달을 보면서 선생님이 “내 인생의 구루, 나의 스승”이였다는 사실을 퍼뜩 깨달았습니다.
내 인생의 구루, 나의 스승, 신승철 선생님, 우리에게 생태적 지혜 연구소라는 큰 관계의 성좌를 남겨주시고, 스피노자와 가타리를 연구하며 선생님께서 깨달은 지혜를 전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을 만나 큰 행운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받은 행운만큼 선생님께도 큰 평안이 깃들길 바랍니다.
선생님께서 남긴 유산을 기억하며 우리가 가진 관계의 성좌에 사랑과 정동이 흘러넘쳐 선생님께 가 닿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사랑할수록 더 지혜로워져 서로를 더 사랑하길 바랍니다. 선생님의 안식을 기원합니다.
<천 개의 고원>을 읽고 싶은데, 어려워 못 읽고 있다는 얘기를 귀 기울여 듣고, 선생님께서는 “그럼 서로살림농도 생협에서 책 읽기 모임을 해 보자.”라고 제안해 주셨지요? 한글로 쓰였는데, 이해가 안 되는 문장이 많더군요.
첫 모임에서, “선생님 이렇게 어렵고 두꺼운데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저마다 한숨을 내쉬며 투덜거렸습니다. 선생님께선 웃으며 “팝송을 듣듯 들리는 말은 듣고, 안 들리는 말은 그냥 흘려 보내면 됩니다. 그렇게 들어도 좋은 팝송이 있잖아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에 용기를 내어 <천개의 고원>을 다 읽고 우리는 일 년에 한 권, 많으면 두 권의 책을 꾸준히 읽었습니다. 10년 정도가 되었으니 그동안 선생님께 꽤 큰 배움을 얻었습니다.
올해는 선생님이 쓴 <정동의 재발견>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책 속에서 던진 질문은 생협 활동가로서 고민하는 지점과 맞닿아있었고,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우리가 기후 우울에 빠져들 때 ‘우리의 신체와 생명으로부터 기인한 힘과 에너지에 대한 긍정’에서 시작된 정동과 관계의 힘을 믿어보자고 우리를 북돋우어주셨지요.
그 모임에는 나눌 먹거리가 풍성했고, 친구들이 있었으며, 이리저리 이야깃거리가 뛰어다녔습니다. 이야기는 수다가 되었다가 탄식이 되었다가 분노가 되었다가 선생님을 돌아나와 우리를 단단하게 만드는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다 선생님께서 귀한 시간을 내어 함께 자리해 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이야기와 고민을 함께 나눠 주셨고, 샛길로 빠지는 논의에도 웃어주셨습니다. 아이가 오면 그 아이를 환대해주었고, 존중해주셨습니다. 우리는 선생님의 말씀이 행동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선생님의 행동이 선생님의 삶과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앎=함=삶이라는 말이 좋다고 하면 웃으며 또 고개를 끄덕여 주셨습니다.
선생님의 황망한 소식을 듣고 차를 타고 오는데, 어두은 밤 하늘에 둥그런 달이 너무 크고 밝았습니다. 올해 처음 맞는 슈퍼문이라고 하더군요. 선생님께 인사드리고, 눈물을 훔치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달이 너무 크고 아름다워, 모든 일이 너무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고 서로 말했습니다. 저는 달을 보면서 선생님이 “내 인생의 구루, 나의 스승”이였다는 사실을 퍼뜩 깨달았습니다.
내 인생의 구루, 나의 스승, 신승철 선생님, 우리에게 생태적 지혜 연구소라는 큰 관계의 성좌를 남겨주시고, 스피노자와 가타리를 연구하며 선생님께서 깨달은 지혜를 전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을 만나 큰 행운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받은 행운만큼 선생님께도 큰 평안이 깃들길 바랍니다.
선생님께서 남긴 유산을 기억하며 우리가 가진 관계의 성좌에 사랑과 정동이 흘러넘쳐 선생님께 가 닿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사랑할수록 더 지혜로워져 서로를 더 사랑하길 바랍니다. 선생님의 안식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