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작성자
보라
작성일
2023-07-09 22:56
조회
365

2019년 9월 26일 대학로 기후정의행진의 날
소장님을 처음 만난 곳이에요.
한살림 조합원들과 '탄소자본주의'로 학습을 한 적이 있어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얼굴을 처음 뵌 건 이날이었어요.
저는 반가웠지만 소장님은 기억 못하실 거예요. 그래도 사진 한 장 찍어둔 게 있었던지 해마다 9월 26일이 되면 구글이 이 사진을 띄워줍니다. 저는 소장님을 잘 모르지만 이 사진이 왠지 모르게 좋아서 지우지 않았어요.
그렇게 인연이 스치고 작년에 아는 분의 추천으로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사회구성체론 기후위기를 말하다'를 들으면서 소장님을 다시 뵙게 되었습니다.
소장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지금도 제게 소장님은 어떤 분이었다라고 말할게 없지만, 넓고 깊은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은 해 봤어요.
연구소의 강의나 콜로키움, 북토크가 있을 때마다 개인톡으로 초대장과 줌주소를 보내주셨고 가장 최근에는 생활글 하나 써달라는 부탁의 톡을 보내셨는데 제가 투병중이라 다음을 기약하며 거절한 게 마지막이 되었네요.
많은 분들이 그러셨겠지만 처음 받은 문자를 믿기 힘들었어요. 차라리 고약한 장난이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페이스북을 뒤지고 기사를 뒤지고 문자의 진위를 파악하고자 하는 다급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정 문자는 오지 않았고 7월 3일 우연히 소장님의 장례식장이 제가 월요일마다 다니는 병원 가까이 차려져 두 눈으로 확인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다녀왔습니다.
조문을 가야겠다는 엄두는 내지 못했어요, 제가 소장님과 나눈 친분이 미약하다는 핑계도 있지만 차마 용기가 나질 않았어요. 가족분들께 절을 드릴 엄두가 나지 않더라구요. 장례식장 근처를 배회하다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생태적지혜연구소 화한을 보고 '아, 맞구나!' 확인하고 앉아 계신 분들 황급히 둘러보고 밖으로 나왔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조문을 하는 게 도리지 해서 한 번 더 들어갔다 다시 나왔어요. 제가 눈물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 용기를 못 냈습니다. 결국 예를 갖춰 소장님께 인사는 못 드리고 나왔습니다만 제가 마음으로 드린 인사는 받아주셨을 거라 믿고 싶어요.
추모의 공간을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의를 듣는 동안 생태적지혜연구소 구성원분들이 느끼실 소장님의 부재가 참 안타깝습니다. 생태적지혜연구소를 잘 이어가는 것으로 힘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