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
작성자
아주
작성일
2023-07-10 03:32
조회
361
8년 전 문래동 당시 '철학 공방 별난'에 앉아 계시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문래동에서 일을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런 저에게 동국대학교 청강을 들으러 오라며 강의실 위치까지 상세히 보내주셨습니다. 4학년 학생들이 많아서 꽤나 먹먹했던 강의실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탈 자본주의에 대해 설명하던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수업 내용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저는 대학교 수업을 듣는 게 좋았습니다. 1년 정도 지나서 서울 생활에 힘듦이 찾아온 시기가 있었습니다. 다시 고향 집으로 도망간다고 인사를 드리러 갔었습니다. 저는 쌤께 이렇게 살 거면 공장 가서 노동을 하겠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선생님은 그런 뉘우침도 좋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때때로 쌤이 진행하시는 철학 세미나에 참여했었는데 늘 배움의 기회가 있으면 먼저 권해 주셨습니다. 제가 잘 받지를 못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몇 해가 흘렀고, 군대 간다며 인사를 드리러 갔었습니다. 쌤은 다짜고짜 "아주 씨는 인도에 다녀오셨었죠" 물으시며 "군대가 인도보다 쉬울 거예요" 말씀해 주셨습니다. 군 생활을 하는 동안 가끔 그 말을 떠올렸습니다. 어떤 부분이 쉬울 거라고 하신 건지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한번 여쭙고 싶었는데 살다 보면 알게 되겠죠. 전역하고 문래 3가 어반아트 옥상에서 또 뵙게 되었지요. 그때 담배 한 대 빌리자며 말을 걸어오셨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2년 정도가 지났는데 너무도 그대로인 모습이셨습니다. 아니 매번 뵐 때마다 그대로인 모습이셨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는 또 선생님과 함께하는 생태철학 수업 들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역하고 함께한 피옵피의 기둥이 되어주시던 분, 제게 배움의 기회를 주신 분. 늘 나긋한 한마디로 정곡을 찌르던 분이셨습니다. 선생님 말씀이 와닿았지만 억지로 모른 척 넘겼던 것 같습니다. 찔린 부분들 좀 채워나가겠습니다.
담뱃값이 인상되고 윤경 쌤과 함께 금연을 하셨다가 못 참고 제게 몇 번 담배 심부름을 부탁하셨지않습니까 쌤. 저는 선생님께 몰래 담배 사다 드리는 게 좋았습니다. 작은 유리병 재떨이에 차곡차곡 재가 쌓이듯 제게 선생님이 쌓였던 것 같습니다. 스피노자 인지 들뢰즈 인지 그분들도 제 머릿속에 좀 쌓이길 바라셨던 것 같지만 사실 저는 햇살 가득한 별난 창가에 앉아 맞담배 피우던 것이 참 좋았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호주에서 아주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문래동에서 일을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런 저에게 동국대학교 청강을 들으러 오라며 강의실 위치까지 상세히 보내주셨습니다. 4학년 학생들이 많아서 꽤나 먹먹했던 강의실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탈 자본주의에 대해 설명하던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수업 내용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저는 대학교 수업을 듣는 게 좋았습니다. 1년 정도 지나서 서울 생활에 힘듦이 찾아온 시기가 있었습니다. 다시 고향 집으로 도망간다고 인사를 드리러 갔었습니다. 저는 쌤께 이렇게 살 거면 공장 가서 노동을 하겠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선생님은 그런 뉘우침도 좋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때때로 쌤이 진행하시는 철학 세미나에 참여했었는데 늘 배움의 기회가 있으면 먼저 권해 주셨습니다. 제가 잘 받지를 못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몇 해가 흘렀고, 군대 간다며 인사를 드리러 갔었습니다. 쌤은 다짜고짜 "아주 씨는 인도에 다녀오셨었죠" 물으시며 "군대가 인도보다 쉬울 거예요" 말씀해 주셨습니다. 군 생활을 하는 동안 가끔 그 말을 떠올렸습니다. 어떤 부분이 쉬울 거라고 하신 건지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한번 여쭙고 싶었는데 살다 보면 알게 되겠죠. 전역하고 문래 3가 어반아트 옥상에서 또 뵙게 되었지요. 그때 담배 한 대 빌리자며 말을 걸어오셨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2년 정도가 지났는데 너무도 그대로인 모습이셨습니다. 아니 매번 뵐 때마다 그대로인 모습이셨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는 또 선생님과 함께하는 생태철학 수업 들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역하고 함께한 피옵피의 기둥이 되어주시던 분, 제게 배움의 기회를 주신 분. 늘 나긋한 한마디로 정곡을 찌르던 분이셨습니다. 선생님 말씀이 와닿았지만 억지로 모른 척 넘겼던 것 같습니다. 찔린 부분들 좀 채워나가겠습니다.
담뱃값이 인상되고 윤경 쌤과 함께 금연을 하셨다가 못 참고 제게 몇 번 담배 심부름을 부탁하셨지않습니까 쌤. 저는 선생님께 몰래 담배 사다 드리는 게 좋았습니다. 작은 유리병 재떨이에 차곡차곡 재가 쌓이듯 제게 선생님이 쌓였던 것 같습니다. 스피노자 인지 들뢰즈 인지 그분들도 제 머릿속에 좀 쌓이길 바라셨던 것 같지만 사실 저는 햇살 가득한 별난 창가에 앉아 맞담배 피우던 것이 참 좋았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호주에서 아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