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게시판

그는 살아 있다...우리의 가슴 속에 영원히

작성자
김용휘
작성일
2023-07-10 13:12
조회
1181
안녕하세요. 경주에 사는 김용휘라고 합니다. 며칠전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고 아내와 함께 열차를 타고 조문을 다녀왔습니다. 윤경샘 얼굴을 보니 더 기가 막혀서 어쩔 줄을 모르겠더군요.ㅠㅠ 막차를 타고 내려오는 내내 감정을 어떻게 주체해야 할지 몰라 하루 종일 정신줄 놓고 있다가 그래도 뭔가 표현을 해야 이 먹먹함을 조금이나마 추스릴 수 있을 듯 해서 몇자 남깁니다.
저와 신승철 소장님은 2012년 무렵 생명학연구회라는 모임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생명학연구회는 동학과 장일순, 김지하의 생명사상을 바탕으로 동서양의 생명담론을 공부하면서 이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생명담론과 한국적 생명운동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의 모임으로 결성되었어요. 당시 신 소장님은 "가타리의 생태사상"에 대해서 귀한 발표를 해주셨지요.
그것으로 인연이 되어서 저도 "철학공방 별난"에서 가타리의 <세 가지 생태학>과 베이트슨의 <마음의 생태학>을 같이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늘 진지하고 진실된 학자의 모습으로 '생명'에 대한 깊은 탐색은 물론 후배들과 청년예술인들에게 생각의 길을 열어 주고 영감을 주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명들이 기대 살 수 있는 큰 나무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저는 몇년 인도 오로빌을 다녀오고, 경주에 정착하면서 자주는 못 뵈었지만, 일년에 몇 차례는 꼭 원고 청탁도 하고, 안부 전화도 하면서 "김용휘 선생님 잘 지내시죠? 늘 응원합니다. 김용휘 선생님 화이팅!"이라고 소년같은 순수한 목소리로 격려해 줄 때마다 참 훈훈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생태적 지혜>에 몇 차례 기고도 하고, 특강과 발표도 두 세 차례 했던 것 같습니다. 바로 얼마전에도 공동체 포럼에서 기조발제를 하기도 했는데요. ㅠㅠ
올해 초에 '생태철학' 전공자를 뽑는다는 전임교수 공고가 났길래 꼭 원서 넣어보라고, "이 분야는 당신이 최고 아니냐" 라며 권했었는데, 며칠 후에 전화가 와서 "원서 안내기로 했어요, 저는 제도권 바깥에서 묵묵히 제 방식대로 길을 갈려고 합니다"라고 하더군요. 정말 말과 행동이 일치된 참 드문 철학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와 할 일이 많이 남았는데 너무 아쉽고, 하늘이 원망스럽니다. 늘 흔들림 없는 큰 바위처럼 시대를 아파하되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킨 그가 벌써 그립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가 멀리 가지 않았다고 믿습니다. 비록 육신은 없지만 '영과 혼으로써' 그는 우리 곁에서, 우리 가슴 속에서 영원히 함께 할 것을 믿습니다. 부디 우리들 가슴 속에서 그 선하고 환한 미소로 거룩한 빛을 밝혀주시길 빕니다.

2023년 7월 5일 서라벌에서 김용휘 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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