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신승철 박사를 기리며
작성자
신세리
작성일
2023-12-05 21:49
조회
583
본 글은 지난 9월 한국외대 중남미연구소 학술대회 발표의 서두에서 故신승철 박사를 추도한 글로 늦게나마 이렇게 올려봅니다.
우리는 그를 보내고 한 동안 슬픔이라는 시간의 강을 건너야 했습니다.그를 다른 세상으로 보냈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저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처음엔 지금이라도 전화하면 오빠의 음성이 들릴 것만 같았습니다.
의료진이 심장마비와 상황을 설명할 때는 현실인지 아닌지 스스로 중얼거리며 묻기까지 했다가 장례를 마치고, 또 얼마 전 49제가 되어 오빠를 용인에서 마주하면서야 비로소 그가 그곳에서 쉬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를 보내며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먼저 그의 지인들이 알고 보니 그의 인생과 생각을 함께 나눈 가족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 형제들은 젊은 시절 인생을 각자 고군분투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오빠는 생물학적 가족이 아닌 마음의 가족들과 사랑을 나누며 풍요로운 인생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갑자기 많은 언니, 오빠, 동생이 생기게 되었고 오랜만에 삶이 살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오빠의 학문에 대해 배우고 알아가면서 그의 생각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여러가지 말들이 떠오르면서 그가 저에게 전하려 했던 생각들을 이제야 겨우 하나씩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그래서 “오빠가 알려주고 싶어하던 것이 이런 것이었다니!” 라며 감탄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의 말과 글과 실천들은 모두 그의 삶이자 활기찬 생명력 그 자체였습니다.
무엇보다 세 번째로 이렇게 그에 대해 다시 알아가면서 저는 스스로 몰랐던 저 자신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어떤 삶을 꿈꾸고 있었는지, 내가 어떤 사람이 되기를 스스로 원했는지 조금씩 알아가면서 지금은 내 속에서 부활한 그와 대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다쟁이 오빠를 매일 만나고 있습니다.
그는 사랑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서로 모른체하지 말고 함께 행복하자.”
지금 그는 매일매일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건네고 있습니다. 그 마음이 저라는 항구에 닿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던가. 어리석었던 과거의 자신을 탓하면서도 그를 통해 사랑이 무엇이고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순간들인지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뜬금없는 고백을 하자면 누구나 어두운 터널을 혼자 걸어야 하는 시간이 있듯이 저에게도 그런 시간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압니다.
그가 저에게 생명과 삶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저를 돌보아 주고 있다는 것을요.
그가 떠난 이후에 깨달은 생명, 그가 떠난 이후에 알게 된 내 안의 사랑, 너무도 모순되지만 이제야 오빠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오빠는 '나'라는 세상에 갇혀있던 저를 항상 안타까워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물리적 공간과 세상에서는 더 이상 그를 만날 수는 없지만 또 우리는 잘 압니다. 그의 글과 생각 속에서 우리는 매 순간 그와 호흡하고 만나고 있다는 것을요.
우리의 삶 속에서 그는 여전히 존재하고 우리를 돌보고 있으니까요.
일상이 파티와 소풍이라 기뻐하던 그의 소박함은 우리들이 있다면 항상 존재할 것이고,
아직 우리가 못 다 이해한 진행 중이자 진화 중인 그의 철학은 앞으로도 우리의 글과 실천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모두의 마음을 담아 감사의 마음으로 글을 갈음합니다.
신세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