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게시판

신승철 선생님께(2023.7.2)

작성자
장윤석
작성일
2024-06-28 08:11
조회
237







신승철 선생님께



신 샘, 제가 받은 은혜가 참 많은데 갚을 길도 없이 이리 가셔서 황망합니다. 실은 아직도 믿을 수가 없어요. 제가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을 수도 있는데, 저는 신 샘을 제 스승으로 삼았습니다. 그에 결맞게 모시진 못한 것 같지만, 신 샘을 정말 존경했어요. 신 샘처럼 곁을 믿고 품을 내주는 사람이 있었나 싶어요. 아무 것도 없던 제게 글을 써보라 책을 써보자 권해주셔서 부족하나마 이것저것 해볼 수 있었어요. 생태적지혜연구소가 그런 공간이었죠. 신 샘이 격의 없이 젊은 이들을 대하고 온갖 기회를 넘겨주고 장을 열어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덕으로 한이 차고 말이 넘치던 이들이 지면에 글을 싣고 강의와 콜로퀴움에서 목소리를 내며 같이 커 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고요. 참 감사한 일인데 제가 표현이 서툴러 많이 말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제라도 감사합니다, 하고 늦게 말을 올립니다. 제가 기후 이야기 녹색당 이야기 이것저것 고민을 털어놓으면 신 샘은 가만히 듣고 이것저것 해주셨어요. 녹색당 자문위원도 맡아주시고, 공론장에 이분 저분 추천한다고 소개해주시고, 이것 저것 읽어보라고 주시고. 가장 감사했던 건 크고 작은 조언들입니다. 그 중 생태학과 마음에는 세 가지 차원이 있다고 하신 말씀이 저에게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생태학에는 사회생태, 자연생태, 마음생태 세 가지 생태학이 있고 마음에는 넓이, 높이, 깊이의 마음이 있다고. 그리고 이들은 서로 다르지만 연결되어 있어 불화하거나 상충되지 않고, 설령 그렇더라도 연결된 하나이자 셋으로 있을 거라고. 그린뉴딜은 가속주의, 탈성장은 감속주의, 양자가 길항작용을 일으킬 때 전환은 빚어진다고. 그러니 넓게 보고 가자고. 신 샘의 생태철학은 모든 녹색을 아우를 수 있는 넓이, 높이, 깊이의 품을 가지고 있었다 생각합니다. 우리는 자주 서로 뾰족하게 자기 말만 맞다고 속좁게 아웅다웅 다투는데 그 속에서 계속 함께하고 같이갈 수 있는 그림을 그려주셨어요. 신 샘의 뜻을 잊지 않을게요. 잘 이어가 볼게요. 사람들이 많이 슬퍼하지만,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 신 샘 답다 싶었어요. 마침 오늘 달도 이상하리만큼 환합니다. 이번 생에 짧은 만남 반갑고 감사했습니다. 문래동에서 커피 내려주시던 신 샘과 고양이 안부도 묻고 이것저것 나누던 대화가 너무 그립습니다. 부디 편하게 가세요. 가시는 길 위기고 전환이고 그런 것 없이 소박하게 풀밭이길 바라겠습니다.

정성과 평화를 담아,

윤석 올림

*1여 년 전 신 샘 장례식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남긴 추도사를 늦게 추모 게시판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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