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은 연결은 없다.
작성자
윤경
작성일
2024-07-02 20:43
조회
260
오늘 아침 경주에는 비가 많이 내렸다. 지난 토요일, “지금 여기 가까이”라는 말이 나를 서울까지 데려왔다. 막상 열차에서 내려 지하철을 갈아 타자 긴장되기 시작했다. 선생님과 생전에 얼굴도 만나 뵌 적 없는 내가 가도 되는 자리일까. 신승철 1주기 추모축제라니, 추모도 하고 축제도 하자는 말을 두고 어떤 마음으로 향해야 할지 고민도 되었다. 특히 가까이에서 아무것도 같이 준비하고 도운 것도 없는데 이렇게 행사에 참석만 해도 되는 걸까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처음 가보는 공간, 실제로 처음 만나는 조합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내가 놓일 수 있다는 감정은 마치 숲에 들어갔을 때의 느낌과도 같다. 수많은 나무들 사이에서 어느새 호흡이 편안해지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듯이 말이다. 신승철 선생님과 연결된 사람들이 곧 그런 에너지를 내뿜고 있었다. 멀리서 희미하고 가늘게라도 신승철 선생님과 연결되어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갑작스러운 죽음에 더 이상 감정적으로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다시금 두 손을 꼭 잡아끌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고마웠다.
남편이 선생님과 공부모임을 가지며 몇 번 같이 가보자고 할 때, 나중으로 미룬 걸 이렇게 후회한다. 정말 후회한다. 서로의 안부도, 이야기 건너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겼다. 아직 내가 직접 연결될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한 다리 건너 있어도 괜찮을 줄 알았다. 남편과 선생님의 카톡 창에서 내게도 선생님 특유의 "화이팅!!!!"이라는 말을 전해줬다. 늘 그 자리에 계실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인사를 미뤘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적극적으로 가닿지 못하고 닿을락 말락한 아쉬운 거리감 속에서 내가 애도해야 할 자리를 찾지 못했다. 감히 슬퍼할 수도 없는 막연한 감정이 컸다. 어디다 뭐라고 해야할 지 모르는 감정들이 떠돌고 있었다.
추모축제는 그동안 다른 일상에 치여 애도의 길이 잠시 멈춰져 있던 시간을 다시 연결시키고, 그 다음 자리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드는 현장이었다. 내게 찾아온 알 수 없는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더 가까이 직면하게 만들었다. 이 감정들을 따라 버섯의 포자처럼 '지금 여기 가까이' 모인 사람들 속에서 새로운 내가 '되어 간다'. 신승철 개념어 지도 그리기 이야기를 듣다가 얼떨결에 아래층으로 내려가 같이 식사를 준비하고, 야채를 자르며, 음식을 맛보고, 그릇을 씻으며, 이야기를 들으며, 사람들의 얼굴을 마주하며 조금씩 신승철 선생님의 존재를 그려보았다. 그 속에서 뭐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추모와 축제 사이, 슬픔과 기쁨을 넘어 '유한자의 무한결속' 속에서 묘한 균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추모축제를 준비해 주신 분들께 마음 깊이 감사를 전하고 싶다. 울어서 두 눈이 벌겋게 된 채로 웃고 있는 얼굴들을 보았다. 수줍게 말을 건네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사람들을 만났다. 줌에서 만난 사람들을 실제로 봐서 좋았다. 이토록 슬프면서 이토록 따뜻할 수 있다니, 더 많이 울고, 더 많이 웃을 수 있는 삶을 그저 더 사랑하게 만들다니. 가까이 있지 않다고 여겼던 마음이 가까울 수 있다고 만들다니. 우리 각자의 삶이 더 깊은 차원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3부가 하이라이트인데 함께 못하고 온 것이 못내 아쉽다. 그럼에도 나는 생태적지혜 사람들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자리에서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하고 싶다.
.
.
.
그러니까 오늘도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