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 창립선언문

기후위기는 우리의 일상을 재편하고, 삶의 양식 자체의 심원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2018년 여름, 34일간 지속되고 최고 41℃에 달하는 폭염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심했습니다. 뜻을 함께 한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향후에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와 활동방향, 실천에 대해서 논의했습니다.

먼저 우리는 기후위기를 세련된 최신의 정보와 지식으로 받아들일 뿐, 그것을 극복하려는 지혜와 정동(affect)에 대해서 무심해 왔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멸망과 위기의 이유 등의 확실한 답이 아니라, 문제 상황과 대면해서 던지는 다양한 문제제기입니다. 즉, “왜(Why) 이러한 위기가 일어났느냐?”가 문제이기도 했지만, “어떻게(How) 이것에 대응할 것인가?”가 더 절실한 상황인 것입니다.

우리들은 마침내 현 시대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바로 생태적 지혜(Ecosophy)라는 점에 도달했습니다. 생태적 지혜는 커먼즈(Commons)로서의 공유지에서 발아했던 약초, 벌레 퇴치, 식생, 발효, 요리, 저장 등의 지혜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생태적 지혜는 연결망의 지혜이자, 정동과 살림, 돌봄의 지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후위기 시대의 개막은 절기살이, 식생 등 생태계 전반의 순환과정의 거대한 변화를 의미합니다. 바로 그것이 우리가 과거적 지혜가 아닌 미래적 지혜에 더 주목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미래적 지혜는 지나친 과학기술만능주의가 아니라, 적정기술, 녹색기술, 친환경기술 등의 도전, 창조, 모험에 대한 요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고민은 보이지 않는 과정이었지만, 연결망 자체를 가시화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가 갖고 있는 생태적 지혜, 커먼즈, 미래적 지혜를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이라는 연결망에 담아내게 되었습니다.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은 다양한 생각의 경로를 개척하고 대안적인 가치를 담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연구자협동조합입니다. 동시에 플랫폼처럼 공유재를 약탈하고 채굴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재를 생산하고 보호하고 양육하는 방향성을 갖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의 민주적인 의사결정과 권력의 분산,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역할 등은 우리 생태적지혜협동조합의 취지와 가장 잘 맞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 앞에는 거대한 기후위기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은 수많은 분자혁명이 격발될 수 있는 배치이자 관계망이 될 것입니다. 더불어 우리는 위기에 강한 협동조합이고자 합니다. 우리의 열망, 욕망, 정동이 활력 있는 생명에너지로 작동하여 고난과 위기의 시대를 지혜롭게 헤쳐 나갔으면 합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는 더욱 지혜로워져야 합니다. 더 협동하여야 합니다. 더 연대해야 합니다.

2019. 6. 28.

강영란, 공규동, 권희중, 박종무, 신승철, 유혜진, 이승준, 이윤경, 이호찬, 임지연, 홍웅기
배상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 창립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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