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침묵의 봄, ‘침묵의 하늘’

'침묵의 봄'은 1962년 해양생물학자 레이첼 카슨이 쓴 책으로, 현대 환경 운동의 시작을 알린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여전히 환경 파괴는 진행형이고, 1970년과 2017년 사이 북미에서 30억 마리 이상의 조류가 사라졌으며 조류 종(species)의 75%의 개체가 사라졌다. 이처럼 '침묵의 하늘'이 다가오고 있는 이 시점에, 조류를 구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어떤 노력들이 있어왔는지 그리고 그 현황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살펴본다.

WWF(세계자연기금)의 〈2024 지구생명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대륙에 있어서 산업혁명의 부작용이 나타난 1900년대부터 생물다양성 온전 지수(Biodiversity Intactness, 특정 지역의 육상 공동체 내에서 본래의 생물다양성이 얼마나 남아있는지를 측정하는 장기적 지표)가 전 세계 대륙별로 모두 감소해왔다. 특히 인류세 영향의 시작인 1950년대부터는 급감하기 시작한다. 특정 생물 그룹의 멸종 위험 추세를 보여주는 지표 적색목록지수(Red List Index)를 보면 조류는 최상위 수치로, 가장 멸종 위험이 높으며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의미한다. 실제 멸종율도 양서류, 포유류, 조류가 Top3를 차지한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야생 조류.
사진제공 : 홍순용

5대 Flyway(철새 이동 경로)에서 3대 Flyway가 북미 지역에 속하고, 전체 철새 서식지의 15 ~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 세계 습지의 18%가 북미에 분포하는 등, 주요 서식지로서 적합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연구진이 Science 저널에 북미 조류 종의 75%가 감소했음을 발표했다. 생태통계학자 앨리슨 존스턴은 매년 1억 건 이상의 조류 관찰 기록을 수집하는 eBird라는 강력한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했고, 시간 경과에 따른 조류 관찰 방식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머신러닝 모델을 사용하여 이러한 결과를 도출해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25년 초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들어서면서, 100년 된 철새 보호법을 약화시키고 멸종 위기에 처한 조류와 다른 종의 서식지를 파괴하더라도 채굴, 건설 및 기타 활동을 더 많이 허용하는 규제 개혁을 추진했다는 것이었다.

과거 수십억 마리에 달했던 나그네비둘기와 캐롤라이나 앵무새의 마지막 개체가 폐사하자, 1916년 미국-캐나다간 첫 북미 지역 철새 보호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협약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1917년 캐나다의 철새보호협약법 MBCA(Migratory Bird Convetion Act), 1918년 미국의 철새보호협약법 MBTA(Migratory Bird Treaty Act)으로 본격화 되었다. EU 및 UN에서도 뒤늦게 관련 법규를 만들었으며, 1979년 EU Birds Directive와 UN CMS(The Convention on Migratory Species)협약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협약들로 이동성 야생 조류의 불법적인 사냥, 포획, 판매, 수출입, 살해, 둥지 파괴 등을 금지되었으나, 여전히 조류 종의 다양성 감소를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 오늘날 관련 법규에 대한 개정 및 강화의 필요성이 점점 대두되고 있던 시점에,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오히려 악화시킨 것이다. 이러한 조류 보호 관련 정책의 엇갈림은 명백히 조류에게 더 큰 피해를 주기에, 조류 보호 강화를 위한 법적 기반의 안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마침내 25년 5월 5일 미국 하원에서 MBTA 개정안(H.R.3188)이 공식 발의되었다. 이 법안은 1918년 제정된 MBTA를 현대적으로 개정해 기존 조류 보호를 강화하고, 추가로 산업 활동으로 인한 간접적 피해(incidental take)까지도 규제하는 게 목적이다. (법안 전문 확인)

새들은 아름다운 생명체일 뿐만 아니라 인류에게 필요한 건강한 환경의 지표이기도 하다. 사진제공 : 홍순용

우리나라도 야생생물보호법, 한중 철새보호협정, 국토부 고시 공항 및 도로 충돌 위험 관리 등에 조류에 관한 보호가 들어가 있다. 그러나 2009년 기준 이미 350종 중 64종의 조류가 사라졌으며, 지금도 적색목록에 등재되고 있는 멸종위기 종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CMS 가입 등 조류보호에 대한 법규 강화가 필요한 것이다. 새들이 없는 ‘침묵의 하늘’ 현상은 단 하나의 원인보다는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발생된다. 초원 지역의 농장들은 조류 종의 서식지를 잠식하고 있으며, 많은 새들이 먹는 곤충에 살충제를 뿌리고 있다. 그리고 해안선을 따라서는 건설 등 인간 활동이 새들이 먹이를 찾고 둥지를 트는 해변과 습지를 파괴하고 있으며, 북극에서는 상승하는 기온으로 인해 조류에게 중요한 번식 서식지가 변형되는 것이다.

새에게 좋은 것은 사람과 경제에도 좋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5월 5일 개정된 북미 철새보호협약법과 같은 상식적인 정책 법안 등을 전 세계적으로 확장하여, 조류 보호와 인간의 공존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실현해 나아가야 한다. 새들은 아름다운 생명체일 뿐만 아니라 인류에게 필요한 건강한 환경의 지표이기도 하다. 이젠 새들의 노랫소리는 단순한 배경 음악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는 경고이기도 하다. 우리가 지금 새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하늘에서 새소리가 사라지는 ‘침묵의 하늘’이 현실이 될 수 있으며, 그 침묵 속에서 우리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참고자료

WWF. 2024. Living Planet Report

The Washington Post. 2025.05.01. 75 percent of North America’s bird species are in decline, study says

Erik Schneider. 2025.05.06. Legislation Aims to Improve Law Credited with Saving Bird Species from Extinction

Cavanaugh Siebke. 2024. Assessing the ecological outcomes of conservation for migratory birds

CMS. 2024. State of the World’s Migratory Species Report

CMS. www.cms.int/en/parties-range-states

홍순용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ESG 석사를 졸업하고, 자산평가사에서 8년차 다니고 있습니다. 환경운동가이자 안무가로서 예술과 지속가능성의 접점을 연구합니다. 이뮤레터(기후레터) 연재 및 ‘Ecological Jazz Movements’ 퍼포먼스를 통해 생태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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