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詩]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을 기념하며

같은 국민학교를 다녔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성취를 바라보며, 나과 다른 삶의 궤적을 성찰한다.

그는 나를 모르고

나도 그를 모른다

스쳐간 기억 한조각도 없지만

어쨌든 몇 년은 같은 국민학교 동급생이었음을

2024년 지방뉴스에서 알게 되었다

이미 저명했던 그가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이제 세계의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을 때,

마침 나는 예전 그 도시 그 국민학교의 이름 없는 비정규직 돌봄노동자였다.

돈이 없다며 10분 무급노동을 제도화하고

돌봄노동자를 8시간과 5시간으로 쪼개놓았던

5ㆍ18 민주인권도시의 교육청이

빛의 속도로 한강 현수막과 기념물을 설치하고

껌값인 양 1억 5천만원 학교예산이 책정되는 것을

나는 멍하니 침 흘리며 목격했다

그 후 365일 동안 출근할 때마다

교문 앞 사진 속 그의 미스테리한 미소와 마주치며

서로 다른 꿈과 삶을 생각한다

그는 작가가 되고 싶었고

나는 시인이 되고 싶었고,

헤어짐 후 한 아이의 엄마였던 그와

헤어짐 후 한 아이의 엄마였던 나는,

그는 개인과 사회의 상처와 고통을 시와 소설로 썼고

나는 개인과 사회의 상처와 고통에 거리와 공장에서 투쟁했고,

이제 오래 전 초등학교에서

일찌감치 떠난 그의 문학은 별이 되어 높게 빛나고

남겨진 나의 비정규직노동은 그늘 속 차별로 처박혀

서로 만나지 못한다

이어질 듯 끊어질 듯

비슷한 듯 전혀 다른 듯

아는 듯 모르는 듯

서로를 껴안을 수 없는

두 아이의 꿈

김현미

노동이 존중되고 해방될 수 있는 사회를 꿈꾸며 오랜 시간 동안 바람 속에 노동현장을 헤매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혁명은 오지 않았고, 정작 나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은 자본과 국가가 아닌 내 안의 또 다른 나이며 우리라는 현실에 절망했지만 책을 많이 읽고 사람을 조금 만나면서 아주 약간의 희망만은 버리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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