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나도 커서 돌봄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그 또래 말썽꾸러기 아이들이 그렇듯
신나게 떠들고 놀다가 갑자기 뛰어와
땡글땡글한 눈동자를 빛내며
천진난만하게 소리치는 아이의 선언에
가슴이 철렁,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흔히 닳아빠진 속물 어른들이 그렇듯
최저임금 비정규직 여성청년과
존중받지 못하는 돌봄노동자가
지치고 힘들고 슬픈 형상으로
눈앞에 빙글빙글 떠올랐지만
간신히 정신줄을 부여잡고
‘정말? 우리 00이는 멋진 돌봄선생님이 될 거야’
억지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고맙구나. 헐값 내 노동에 의미를 부여해줘서.
기쁘구나. 암울한 내 노동의 희망을 보여줘서.
찔끔 눈물까지 나오려는 순간,
‘근데 선생님, 저는 의사도 되고 싶어요
선생님, 저는 요리사도 되고 싶어요
있잖아요 선생님, 화가도 되고 싶어요
선생님, 또 저는 태권도 사범님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선생님, 저는……’
아이가 알 만한 모든 직업들이
한참 동안 내 귓속에 힘차게 울려 퍼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