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분류에는 계-군-목-과-속-종이 있다고 해요. 그 중에서 참깨와 들깨는 종,속,과가 다르며, 목까지 올라가야 같은 한해살이풀목에 속하는 식물이더라구요. 우리 생활에선 참기름과 들기름은 단짝 소스 같은 느낌 있잖아요. 근데 뭐랄까 이 정도면 사과나무와 장미보다 더 먼 사이라고 할까요?
[참고] 사과나무와 장미는 같은 장미과이다.

들깨와 참깨는 심는 방법부터 달라요. 참깨는 깨 자체를 땅에 뿌려도 쏘옥 올라오지만, 들깨는 부드러운 땅에 따로 모종을 내어서 옮겨 심어야 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들깨를 바로 밭에서 씨를 뿌려 보았지만 감감 무소식이더라구요. 그래서 들깨는 이렇게 따로 옮겨 심습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면 이렇게 자라나는데요, 혹시 어떤 게 참깨이고 어떤 게 들깨인지 알아보실 수 있는 부우운!

네, 맞아요. 오른쪽이 들깨, 왼쪽이 참깨예요. 넘 쉬웠나요 하하

아시다시피 우리가 먹는 깻잎은 들깻잎이에요. 여름 장마 때 들깨는 무럭무럭 자라는데요, 반찬 없을 때 잎 따서 된장찌개 한 숟갈 올려서 먹으면 크으으으! (feat.호박잎)
긴 장마를 지나고 나서 한 여름의 뜨거운 햇볕을 양분삼은 깨들은 꽃을 피우기 시작해요. 참깨꽃은 은방울꽃같이 대롱대롱 맺히고 들깨꽃은 누가 꿀물과 아니랄까봐 꿀물풀 같이 조롱조롱 맺혀요.


잡초는 한여름 뜨거운 햇볕에도 흙이 마르지 않게 해줘요. 그리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서 거름이 되기 때문에 저한테는 완전 소중한 잡초거든요. 그래서 전 김을 매서 저렇게 두둑 위로 얹어 주어요. 이건 자랑을 안 할 수가 없어서요. 동네 할머니들도 혀를 내두르는 저의 김매기 실력이에요. 음하하하
살랑거리던 봄바람도, 일찍부터 뜨거웠던 태양도, 때 늦은 장마도 겪어낸 참깨와 들깨는 이제 다음을 기약하기 위해서 씨앗을 맺어요. 물론 전 그런 씨앗을 잡아먹을 준비를 하고요. 어흥.


제가 MBTI에서 N(보이지 않는 걸 믿는 형)이어서 그런지 식물이 자라나는 과정을 보면 그들에게 어떤 의지 같은 게 느껴져요. 그들 각자 자기 유전자에 새겨진 정보를 바탕으로 이 환경에서 어떻게든 적응해 보려고요, 가뭄에도 물을 줄 수도 없고 태풍 같은 바람에 쓰려져도 내가 잡아줄 수 없지만 어떻게든 버티고 그 와중에 살 길을 찾아 살아 내어요. 그런 참깨에게 들깨에게 속삭입니다. 나에게 와주어 너무 고맙다고. 나도 너처럼 인간으로서 제대로 살아 보겠다고.
동서남북으로 절 한번 하고선 그들을 저는 먹습니다. 이래서 옛날 분들이 그렇게 제사들을 지냈나 봅니다. 푸하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