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생물민주주의(2025. 오월미술제)

5.18민중항쟁 45주년기념 '오월미술제'가 5월 8일 개막한다. 이번 행사는 1980년의 광주와 2025년의 대한민국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번 오월미술제는 생태적지혜연구소 조합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기에 그 소식을 함께 나눈다.

“생명은 열과 마찬가지로 사물이나 유체(流體)가 아니다.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성장하고, 번식하고, 에너지를 다루는 특별한 방식 등 유별난 특성으로 인해 주변 세계로부터 구별되는 물체들의 예사롭지 않은 집합이다. 이들을 우리는 ‘생물’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로버트 모리슨

지난 12월 3일 밤, 예고 없이 선포된 비상계엄령과 극우 파시즘의 대두는 우리 사회를 깊이 흔들었습니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늘 그러했듯, 이 사회의 건강한 좌표를 지키는 주체로서 ‘우리’는 독재라는 퇴행을 꿈꾸는 거악에 맞서서 추운 광장을 채우며 다시금 새로운 민주주의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2025년은 5.18민중항쟁의 45주년이자 왕정체제를 끝내고 최초로 민주공화정을 수립한 광복 80주년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의미가 남다른 해입니다. 이에, 2025년 오월미술제에서는 “생물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용어를 제목으로 제시하여, 민주주의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예술적 언어로 확장하고자 합니다.
피지배계층인 백성에서 저항하는 민중으로, 정치적 권리를 가진 시민에서 다양한 존재들의 네트워크로 발전해온 우리 민주주의의 주체는 지금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생물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고정된 제도나 형식이 아니며, 소수에 의해 기획되어 지배되는 중앙집권적 구조 또한 아니라, 다양한 주체들이 서로 관계 맺음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신체를 구성하며 탈중심적으로 공생 진화하는 ‘생명 활동’이라 상상하고자 합니다. 이는 민주주의를 인간과 비인간, 시간과 공간, 역사와 환경 등 모든 주체들이 서로 접속하고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망 속에서, 각자의 욕망과 잠재성이 새로운 사건으로 발현되는 장으로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또한 인간만이 아니라 다양한 비인간들이 역동적이고 유연하게 새로운 주체로 연결된다는 점도 주목할만합니다. 획일적인 폭력으로 지배하려는 암적 세력이 커질 때마다, 다양하고 자유로운 생명력을 지닌 비인간 주체들의 활약을 봅니다. 과거는 현재로 달려와서 국회의 담장을 넘겨주고, 컴퓨터와 핸드폰으로 연결된 사이보그의 연락을 받고, 죽창, 주먹밥, 촛불, 응원봉, 플래카드, 난방버스, 은박담요에 쌓인 새하얀 눈도 마음의 변용체로 거리에 나섭니다.
이런 우리가 만나서 관계를 맺고 서로 연결될 때에, 꿈과 욕망은 생물민주주의의 피가 됩니다. 이 피는 모두가 다른 우리들의 차이가 다양성으로 어우러져 아찔하도록 아름다운 형형색색으로 흐릅니다. 부드러운 상호관계 속에서 수평적인 관계망은 뼈를 이루고, 시대마다 자유롭게 새로운 민주주의를 구성해내는 우리의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에너지는 살을 만듭니다. 예술은 이러한 민주주의의 구성적 창조성에 상상력으로 접속하여, 무수한 신체를 생성해내는 기계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본 전시는 1980년, 국가 권력의 극한 폭력에 맞서서 광주라는 도시가 보여준 저항, 자율적 주체들의 연대, 자유로운 생명의 욕망과 생성의 에너지를 ‘생물민주주의’라는 명제로 다시 호출합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우리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구성되어 왔는지, 현재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를 예술을 통해 던지는 질문이 될 것입니다.
은암미술관에서 펼쳐지는 제1전시는 생물민주주의 주제관으로, 동시대 작가들의 감각과 예술 언어를 통해 ‘우리의 민주주의’를 새롭게 사유하고 표현한 장입니다.
제2전시장인 무등갤러리는 광복80주년 주제관입니다. 일제의 폭압에 대항하여 해방을 이루고 최초의 민주공화국을 수립한 우리 민중의 자유와 생명을 향한 힘을 12명의 작가들이 지금 우리의 이야기로 들려줍니다.
또한, 기존의 연대전시를 디지털연대전시관으로 확장하여 시공간을 넘어선 연대의 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광주지역과 외부 초청작가 총 33명의 중견급 작가와 디지털연대전시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 민주주의의 생명력과 시대적 과제를 입체적으로 제시하는 장이 될 것입니다.

2025 오월미술제 감독 김신윤주

■ 전시명 :「2025 오월미술제 ‘생물민주주의’」

■ 장소 : 은암미술관, 무등갤러리, 디지털연대전시관

■ 일시 : 2025.05.01~05.31 / 개막식 2025.05.08.(목) 오후 5시 30분

■ 주최 : 오월미술제추진협의회

■ 주관 : (사)민족미술인협회광주지회, 은암미술관후원광주광역시, 광주시립미술관, 광주광역시 동구청,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무등갤러리


[연대전시]

2025 거리미술제
광장에서 광장으로: 민주주의 성좌(星座, Constellation) 만들기

이 전시는 광장에서 터져나온 다중 민주주의의 빛나는 흐름을 ‘성좌 만들기’로 규정하고, 이를 과정으로서의 민주주의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시도이다. 이는 민주주의를 법과 제도 하에서 구현되는 형식적이고 경직된 질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며 변신하고 새로운 사건을 만들어내는 역동적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는 예술을 통해 광장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다양한 모습을 가진 별처럼 빛나는 개개인을 연결하여 베일에 감춰졌던 거대한 성좌(星座)를 현재 속에서 드러나게 하는지를 조명하고자 한다.

성좌는 개별적인 별들이 서로 연결될 때 거대한 집합적 관계를 형성하는 별들의 배치이다. 성좌는 정의를 가늠하는 저울과 풍요를 기원하는 양, 용맹을 상징하는 사자와 사랑을 갈망하는 황소처럼, 현재의 환희와 미래의 희망을 담아내는 신화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민주주의는 국가가 통제하는 형태로 고정된 것 혹은, 중심부나 위로부터의 지시를 통해서 생성되고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 각자, 한 명 한 명의 꿈과 욕망들이 서로 연결되어 생성된 집합적 힘이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들의 ‘민주주의 성좌 만들기’이다.

성좌적 민주주의는 풀뿌리 민초들의 동학혁명과 독립과 해방을 염원한 3.1만세운동의 역사를 지나서, 군부독재에 항거한 1980년 광주 민중의 빛나는 연대로 이어지면서 신화와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2016년 촛불혁명을 거쳐서 2024년 12.3계엄령에 저항하는 집회로 이어진다.

계엄령이 내린 2024년 추운 겨울 밤, 우리는 K-팝과 댄스, 젊은 여성들과 다양한 소수자들의 등장, 키세스 시위대, 남태령 연대,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공유, 그리고 무엇보다도 색색으로 빛나는 응원봉의 찬란한 빛을 통해 색다른 민주주의 성좌라는 미래와 접속했다.

역사적인 5.18 민주광장에서 ‘광장미술’이라는 형식으로 구현하는 이번 전시 또한 2025년 5월의 광장이라는 시공간에 머물지 않고, 또다른 성좌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래본다.


5월 16일 오후 1시, 광주시립미술관 세미나실에서는 “예술은 민주주의를 어떻게 꿈꾸고 구성하는가” 라는 제목으로 전문가 초청 포럼이 있다. 이 포럼은 유기쁨(애니미즘과 현대세계 저자), 임지연(홍익대 미학과 초빙교수), 양진호(철학자, 인문학교육연구소), 신용철(시골큐레이터)의 발제와 홍윤리(광주시립미술관 학예사) 김서라(미학연구자, 광주모더니즘), 정희석(광주시립미술관 연구사), 윤은숙(작가)의 토론으로 구성된다.

‘디지털연대전시 Pulse:우리’ 홈페이지

*참여 조합원 : 감독_김신윤주, 전시_신동석.김차랑.한승욱, 포럼 발제_임지연, 디지털전시 사이트 제작_홍웅기

신동석_”Rhizome of Petals”(꽃잎 리좀)_ 영상, 음악

생태적지혜

모두의 혁명을 위한 모두의 지혜

댓글

댓글 (댓글 정책 읽어보기)

*

*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


맨위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