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책에서는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며 ‘비인간 존재자’도 거버넌스의 주체로 제시했습니다. 그 의미가 무엇인가요?

A. ‘인류세’ 개념은 산업혁명 이후 인류와 문명사회가 지구의 평균기온을 급속도로 상승시킨 주요한 요인이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산업화 이전에 비해 평균기온이 1.5℃를 상회하는 상황은 빙하의 소멸과 함께 해수면의 상승, 전세계 인구밀집지역의 침수, 대규모 인구이동, 이상기후, 식량 위기, 새로운 질병과 팬데믹 등을 야기하며 이 모든 일이 현재 지구 내에서 실제로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인간중심주의, 인간예외주의와 함께 산업주의, 성장주의, 개발주의를 비판할 필요가 있으며, 그런 비판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존재자들과 공존할 방법을 모색하는 형태로 이뤄져야 합니다. 가령 빙하와 숲, 산호초, 늪 등은 인류가 뿜어대는 탄소의 일정량을 흡수함으로써 지구의 평균기온상승을 막아줄 수 있지만, 이 존재자들을 계속해서 인간의 필요에 따라 개간하거나 파괴‧축소시킬수록 기후위기는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말할 수 없는 존재들(혹은 우리가 듣기를 외면해왔던 이 존재들의 함성)에게 소리에 귀기울이고 ‘안녕’ 인사를 전하고 이들이 우리 사회의 여러 정치적‧경제적‧문화적‧사법적 결정들 속에서 배제되지 않게 이들과의 관계맺기를 시도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비인간존재를 협치의 주요한 행위자로 이해하게 된 배경입니다.
Q. 거버넌스 모델로 ‘수목형’과 ‘리좀형’을 언급하셨는데요, 간단히 설명해 주신다면요?
A. 들뢰즈‧가타리의 『천개의 고원』은 사회와 언어, 권력형태 등에 이 두 가지 모델이 있음을 떠올리게 하는데, 수목형(나무) 모델은 배치상 위와 아래를 상정하면서 상층부의 명령의 하달(초월적 주권, 규범적 원리)과 하층부의 복종(내재적 다수자들, 표현적 사례들)으로 나타나는 위계적 언어‧사회‧권력의 모델을 지시합니다. 다양한 시민들이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고 따라서 그들이 가진 표현의 능력이 증가하는 것과 더불어 언어‧사회‧권력은 상층이나 심층, 하층을 두지 않으면서 위상학적으로는 매끄러운 공간을 따라 옆으로 펼쳐지는 리좀형(뿌리줄기) 모델이 점점 더 강화되게 됩니다. 정치형태 상에서 수목형 나무모델이 국가나 정부기관, 관료체제, 정치지도자 등이 명령하고 주민, 시민, 국민, 다중이 복종하는 위계적 통치모델로 기능한다면, 리좀형 뿌리줄기모델은 여러 다양한 계급, 젠더, 인종, 연령, 세대 등이 서로 동등한 지위를 누리면서 어떤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수평적 협치모델로 기능합니다.
Q. 협치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A. 협치가 여전히 통치나 법치, 관치 등과 구별되지 않은 상태로 말만 ‘협치’라는 이름을 붙이기 때문에 협치를 시민들이 자신이 주도할 수 있는 정치질서로 생각하지 못하고 나아가 국가나 자본, 관료, 법조계 등이 시민을 배제하고 자신들만의 밀실 합의를 협치라는 이름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그런 반감이 생긴 것 같습니다. 우리는 국가 정상들 간의 협치나 정당 간 협치, 민관협치에 위로부터의 주권 협치나 관치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그와는 다른 아래로부터의 협치에 구성적‧민주적‧공생적 협치라는 이름을 붙이고자 했습니다.
Q. ‘다중’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습니다. 이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다중은 오늘날의 전지구적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속에서 새롭게 등장한 생산하고 저항하는 주체성의 이름입니다. 다중(multitude)은 아주 오랜 과거에서부터 존재했지만 늘 부정적이고 문제적인 존재로만 그려져 왔습니다. 가령 다중은 이성에 의해 단일하고 일원화된 결정을 국가 안에서 내린다고 상정되는 국민이나 인민(people)과는 대립하는, 다양한 욕망을 표현하면서 서로 다른 위치를 점하는 무리나 떼로 이해되어 왔습니다. 다중은 오늘날 하나의 계급으로 환원될 수 없는 다양한 장소에서 생산에 참여하며, 국가나 자본에 대항하여 전 세계 곳곳에서 등장하는 저항자들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Q. 이 책에서 브뤼노 라투르나 펠릭스 가타리 등 이론가들을 통해 구성적 협치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가장 영향 받은 사상가는 누구입니까?
A. 네그리‧하트의 ‘다중의 어셈블리’ 개념과 해러웨이의 ‘공산(sympoiesis)’, 펠릭스 가타리의 ‘제도=관계망’, 브뤼노 라투르의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 등이 우리 책의 이론적 기반이며, 자율주의적 맑스주의 내에서 제기된 ‘자기-가치화’, ‘커먼즈’, 페미니즘 내에서 제기된 ‘비체’와 ‘정동적 돌봄’, 그리고 생태주의 내에서 제기된 ‘탈성장’과 ‘생태민주주의’, 신유물론에서 제기된 ‘비인간 행위자’, ‘공생발생’ 등이 우리 글의 내용을 연결시키는 계기로 사용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