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의 ‘되기’를 통해 본 유아들의 교육과정 마주하기

유아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움직임을 추구하며, 자발적인 놀이 안에서 표출되는 욕망이 또 다른 움직임을 이끄는 동력이 되어 무한한 변용의 잠재력을 드러내는 존재이다. 이러한 유아를 위한 교육과정은 고정되고 정해진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다양한 사유와 실천이 역동하는 장이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유아교사 교육자로서 나의 고민은 항상 ‘좋은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어떤 교육을 실천해야 할 것인가’이다. 유아교사의 역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전문가로서 중요한 역할은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다양한 과목을 강의하는 과정에서 예비 유아교사들의 교수-학습 과정이나 방법적 측면을 강조한 교육과정 운영 능력을 증진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교수-학습 과정이라는 짜여진 틀 안에서 최대한 견고하고 보편적인 유아의 ‘발달에 적합한 실제’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명목 하에 교사가 미리 계획하고 유아는 그 실행을 쫓아오는 대상으로 인식하는 교육을 해온 것이다.

하지만 2019년에 개정된 유치원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에서는 교사의 계획된 교육을 지양하고 유아의 흥미와 요구를 쫓아 교사와 유아가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을 지향한다. 이러한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그동안 내가 추구해 온 교육의 방향성과 교육과정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들뢰즈와 가타리의 ‘되기’를 통해 유아교육에서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새로운 인식의 틀을 가지게 해 주었다.

유아교육에서 들뢰즈의 인식론에 기반한 교육과정에 대한 개념을 제시한 뉴질랜드 교육학자인 샐러스(Sellers)는 유아의 교육과정을 타자에 의해 주어진 것이 아닌 아이들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되기’로 보았다. 즉, 유아의 교육과정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정교하게 짜여진 그물이나 세밀하게 홈파인 공간이 아니라 느슨하게 짜여진 매트(테 파라키)로 비유하였다. 이 공간은 들뢰즈가 말한 ‘매끄러운 공간’으로 그동안 홈파인 공간으로 본 유아교육과정과는 대비된다. 그동안 교육과정을 객관성을 이성의 집합으로 정답이 있는 구조를 가진 것으로 여겼다면 들뢰즈의 ‘되기’를 통해 이로부터 탈주하여 교육과정 구성 자체가 열려있는 공간들이며, 다양성이 뒤얽힌 리좀인 것임을 깨닫는다.

유아들은 놀이 안에서 끊임없는 호기심과 궁금증이 동력이 되어 무언가 ‘되기’로 나아간다. 
사진출처 : Sigmund
유아들은 놀이 안에서 끊임없는 호기심과 궁금증이 동력이 되어 무언가 ‘되기’로 나아간다.
사진출처 : Sigmund

유아들은 놀이 안에서 끊임없는 호기심과 궁금증이 동력이 되어 무언가 ‘되기’로 나아간다. 블록으로 공룡을 만들겠다는 목표 또한 유사성도 모방도 동일화도 생성이 되어 꿈도 환상도 아니 온전하게 실재적인 것이 된다. 이러한 모습은 들뢰즈와 가타리의 『천개의 고원』(2001)에서 만난 ‘기관 없는 신체’에 간주하여 이해될 수 있었다. 이것은 세상 모든 존재들과의 마주침을 통해 배치와 재배치를 반복하며 자신을 변화시키며 새로운 세계로 ‘탈주’하는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이러한 ‘기관 없는 신체’에 잠재된 가능성이 언제든지 생성과 변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자아의 상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움직임을 추구하며, 그들의 자발적인 놀이 안에서 표출되는 존재 내부의 욕망은 또 다른 움직임을 이끄는 동력이 되어 무한한 변용의 잠재력을 드러내는 존재이다. 이러한 유아들을 만나는 교사는 어떠한 마음으로 그들과 마주해야 할까?

예비교사교육 기간 동안 마주친 다양한 기호들은 학생들의 이전 경험에 따라 다른 감응을 불러 일으키면서 배움에 대한 욕망을 끌어낼 수 있다. 진정한 배움은 수동적인 답습이 아닌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기호들을 변형시키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때문에 수업에서 만나는 예비교사들이 기관 없는 신체로서의 자신을 느끼며 그들이 접속하는 다양한 경험에 대해 자유롭고 유연한 탈주선을 그릴 수 있도록 바라봐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 아닐까 한다. 예비교사교육 기간에 만나는 다양한 경험들은 리좀적 사유를 통해 끊임없이 유연한 탈주선을 만들어 변화하게 될 것이고 새로운 기호와의 마주침은 자신을 성장시키는 동력으로 더욱 다양한 기호와 마주침을 이끎으로써 교사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을 믿는다.

유아가 마주하는 모든 순간과 맥락 안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배움이 일어난다는 관점으로 유아교육과정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세울 수 있길 바란다. 즉, 교육과정은 고정되고 정해진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다양한 사유와 실천이 역동하는 장이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끊임없는 차이를 생성하는 ‘되기’의 개념을 통해 세계와 연결접속하고 자기 내부에 존재하는 기존의 지배질서를 전복시켜 새로운 방향으로의 재배치가 창조될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도록… 그래서 유아의 교육과정은 교사나 사회에 의해 주어진 것이 아니라 유아들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되기’가 될 수 있기 위해 소망하며 글을 맺는다.

이수연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현재 유아교사를 양성하는 교수자로 예비교사교육에 들뢰즈 철학을 적용하기 위해 고민하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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