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사람이 함께 걷는 생명의 길 – 9월 6일 〈새, 사람 행진〉후기

새만금 수라갯벌에 건설 중인 신공항에 반대하며 철새와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를 지키기 위해 군산에서부터 출발한 〈새·사람 행진〉이 2025년 9월 6일, 서울 도심에서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동작대교에서 경복궁역까지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새만금 갯벌의 생태적 가치를 알리고, 성장주의 개발 논리에 제동을 걸 것을 촉구했다. 점토새와 새 모양 모자를 나누며 시민들과 소통한 행진은, 9월 11일 서울행정법원의 위법 판결로 결실을 보았다.

출처: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9월 6일 〈새, 사람 행진〉의 물수리의 날, 동작대교 – 서빙고역 – 용산전쟁기념관 – 서울역을 거쳐 경복궁에 도착해 ‘생명지킴이 대회’ 행진에 참여했다. 〈새, 사람 행진〉은 매년 약 24만 마리의 철새들이 머무는 쉼터이자 맹꽁이 등 50여종이 넘는 멸종위기 동물들의 서식지인 새만금 수라갯벌 위에 세워지고 있는 신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뜻을 가지고 함께하는 행진이다. 8월 12일에 전북지방환경청에서 시작되어, 판결이 나오는 9월 11일까지 서울행정법원까지 이어진다.

6일은 오전 9시 50분에 동작대교에서 출발하는 일정이었으나, 나는 그날 알림을 듣지 못하고 늦잠을 자 결국 기자회견을 하는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허둥지둥 나갈 준비를 하면서 운동부족인 나의 체력을 고려하면 동작대교에서 용산 전쟁기념관까지의 5km 정도의 거리를 건너뛰고 용산 전쟁기념관부터 경복궁역까지 약 7km 가량의 거리만 걷는 것이 오히려 낫지 않을까? 하는 합리화를 해보기도 했다.

전날 확인한 서울의 날씨는 분명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도착해보니 비는커녕 푸른 하늘에 해가 쨍쨍하게 떠 있는 날씨가 나를 반겼다. 도착한 전쟁기념관 앞에는 〈새, 사람 행진〉 외에 다른 목적으로 투쟁을 하시는 분들이 현수막과 텐트, 피켓을 두고 앉아계셨다. 하나같이 간절한 심정을 담은 피켓과 현수막이 이리저리 놓여 있었다. 〈새, 사람 행진〉 대열이 도착하자 악수를 청하며 응원을 건네시는 분들도 계셨다.

행진에 함께 참여한 친구에게 어깨에 얹을 수 있게 만들어진 귀여운 점토새를 선물받았다. 사진 제공 : 책 먹는 오리

먼저 행진 대열에 있던 친구에게 점토로 만든 할미새를 선물 받았다. 어깨에 얹을 수 있게 만들어진 귀여운 점토새였다. 새를 어깨에 얹어놓자, 주변 사람들이 슬그머니 다가와 진짜 새냐, 어떻게 만들었냐, 무슨 새냐 등등 질문을 건네기도 했는데, 대부분의 질문들은 제작자인 내 친구에게 대답을 떠넘겼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점심시간을 가진 후 대열은 다시 출발했다. 윤석열 퇴진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친구는 경찰이 행진 대열을 막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는 목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신기하다는 평도 남겼다. 주최 측 스텝으로 추정되는 몇몇 분들이 교통과 참여자들의 속도 등을 잘 조정해 수월하게 서울역으로 향했다.

인도를 벗어나 도로로 접근하기 시작했을 즈음, 활동가분들이 비가 와 꺼내지 못했던 다양한 새 모양의 모자를 꺼내 하나씩 나눠주셨다. 〈새, 사람 행진〉의 상징과도 같은 모자가 보이지 않아 약간 아쉬워하던 나는 냉큼 받아 머리 위에 얹어 보았다. 머리 위에 갈매기를 얹고 서울 시내를 걸을 일이 또 있을까?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모자를 쓴 순간부터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듯 무관심하게 거리를 걸어가던 시민들이 행진 대열을 주목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새, 사람 행진〉은 약 24만 마리의 철새들이 머무는 쉼터이자 맹꽁이 등 50여종이 넘는 멸종위기 동물들의 서식지인 새만금 수라갯벌 위에 세워지고 있는 신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뜻을 가지고 매년 함께하는 행진이다. 사진 제공: 책 먹는 오리

예상했던 대로 해가 쨍쨍한 날씨에 아스팔트 길을 걷는 것은 쉽지 않았다. 서울역에 거의 도착했을 즈음에는 너무 더워 친구와 나누던 대화도 거의 끊겼다. 잠깐 주저앉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서울역에 도착해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잠시 쉬고, 텀블러에 시원한 물도 채웠다. 행진단이 휴식을 취할 때에도 대열을 이끌던 활동가 분은 확성기를 들고 주변을 지나가는 시민분들을 향해 〈새, 사람 행진〉이 어떤 취지를 가지고 행진을 하는지, 11일에 있을 판결과 같은 관련 정보를 계속 외치고 계셨다.

머리 위에 갈매기를 얹고 서울 시내를 걸을 일이 또 있을까?
사진 제공: 책 먹는 오리

휴식을 마친 뒤, 행진단은 6일의 종착지인 경복궁역을 향했다. 점점 많아지는 사람들에 살짝 눈치가 보이고 위축되기도 했지만, 함께 걷는 사람들과 머리 위에 얹은 갈매기를 생각하며 앞을 보며 걸었다. 주변을 걷던 사람들이 다가와 이건 무슨 행진인지, 참여해도 되는지를 묻고 대열에 합류하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9월 11일, 서울행정법원은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1심에서 위법 판결을 내렸다. 자연을 위해 약 한달간의 행진을 이어나간 사람들의 목소리가 법원에도 닿은 것이다. 공항 또는 건물, ‘개발’을 하면 지역의 모든 경제 문제가 해결되고, 모든 결과가 철저한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성장주의의 허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있다. 해당 판결이 새만금 갯벌뿐만 아니라 한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철저히 자연을 몰아세우는 수많은 결정에 제동이 되고, 모두의 눈앞에 가득한 ‘이익’이라는 현실 도피에서 눈을 돌리고 잠시라도 한순간의 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책 먹는 오리

영어 번역하고 글 쓰는 '책 먹는 오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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