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콜로키움 특집] 쑬루세를 위해 함께-하기, 함께-만들기 – 『트러블과 함께하기』를 읽고

우리는 모두 산호초입니다. 함께-하고, 함께-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겪는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위해 실천해야 할 최선입니다.

1. 문제제기 : 인류세와 자본세

“인류세라 불리는 이 시대는 인간을 포함한 복수종에게 긴급성의 시대이다. 대규모 죽음과 멸종의 시대이다.”

오키나와 바닷속 산호. by 이상
오키나와 바닷속 산호. by 이상

다이빙을 좋아하는 필자는 많은 산호를 봐왔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사실은 산호초는 바다 생명체들에게 자궁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죠. 산호초는 바다 생명의 기원과도 같은 것입니다. 산호가 사라지면 결국 모든 생명체가 죽게 되죠. 그리고 산호와 식물성 플랑크톤은 산소를 내뿜어 우리가 숨쉬는 산소의 대부분을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는 아마존이 그 역할을 한다고 배웠는데 잘못된 지식이라고 합니다. 어떤 과학자는 아마존이 내뿜는 산소는 아마존에서 대부분 소비되기 때문에 영향이 거의 없다고도 말합니다. 그런데 이 산호가 빠르게 죽어가고 있습니다.

“18세기 중반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석탄 사용량이 지구를 변화시킬 정도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미 징후가 나타났는데, 인간이 일으킨 변화는 공기에, 물에, 바위에 분명히 아로새겨져 있다. 해양 산성화와 온난화가 산호초 생태계를 급속히 파괴하고 있고, 표백되고 죽었거나 죽고 있는 산호가 거대한 유령같이 하얀 골격을 드러낸다.”

“화석을 태우는 인간들은 가능하면 빨리, 가능하면 많이 새로운 화석을 만드는 데 열중하는 것 같다. 이 사실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면, 머지않아 지질학자들이 육지나 수중 암반의 지층에서 그 증거를 찾아낼 것이다.”

인류세는 지질 시대를 구분하기 위한 말입니다. 약 1만년 전부터 지금까지를 홀로세라고 부르는데 우리가 만들어내는 질소, 탄소, 방사능, 콘크리트, 플라스틱, 닭뼈 등의 특징으로 먼 훗날 지층을 구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책에서는 인류세의 결과로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화재를 예로 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인류세의 상징은 불타는 숲이 아니라 불타는 인간이 될지 모른다.”

도나 해러웨이 저 『트러블과 함께하기』 (2021, 마농지)
도나 해러웨이 저 『트러블과 함께하기』 (2021, 마농지)

자본세는 인류세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뉘앙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가는 만약 단 하나의 단어를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은 ‘자본세’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왜 그럴까요? (적어도 작가의 입장에서는) 조금 더 근본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싶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금의 문제가 산업혁명 뿐 아니라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16~17세기의 ‘거대한 시장 및 상품의 세계 재형성을 포함’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모든 종류의 인간과 비인간 노동자들을 쓸어버리는 노동 혁신, 크리터들과 사물들의 재배치-재구성과 함께 설탕과 귀금속, 플랜테이션, 원주민 집단 학살, 노예제의 네트워크들을 이야기해야만 한다. (중략) 사람과 식물과 동물의 재배치, 거대한 숲 파괴, 과도한 금속 채굴이 증기기관보다 앞선 시대에 일어났다.”

작가는 인류세의 방향은 우리가 ‘다른 세계‘를 보는 능력을 약화시킨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다른 세계‘란 불안정하게 존재하는 세계, 여전히 회복 가능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위해 우리가 크리터(작가의 의도로는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지칭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들과 힘을 모아 만들어내야 하는 세계입니다. 이런 세계를 보려면 인류세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마 인류세라는 단어가 ‘과학발전이 문제다’라는 식으로 우리의 눈을 가려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류세-자본세를 묶어서 이야기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아로 새겨질 만큼 특이점에 와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2. 공-산 : 함께 만들기

“무엇도 모든 것과 연결될 수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은 무언가와 연결된다.”

그러면 우리는 이 시대를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요? 작가는 ‘공산-함께 만들기’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함께 만들기는 이를테면 실뜨기와 같은 겁니다.

실뜨기에는 두 쌍의 손이 필요합니다. 한쪽이 복잡하게 얽힌 실을 잡고 기다리면 다른 쪽이 그것을 받아 다시 조작합니다. 다른 쪽에 건네주고 나면 역할이 바뀝니다. 이런 릴레이가 관계를 만들고 관계는 함께-하기와 함께-만들기로 발전합니다.

“이것이 내가 말한 수동과 능동, 분리와 부착 속에서 응답-능력 기르기이다. 또한 집합적인 알기와 하기, 실천의 생태학이다. 우리가 요청했든 하지 않았든, 그 패턴은 우리 손 안에 있다. 내민 손이 보내는 신뢰에 대한 대답이다.”

어쩌면 나와 너의 연결 지점, 서로가 상호작용하는 지점이 실뜨기의 핵심이 될 수도 있을 것 입니다. 실뜨기 외에도 작가는 사변적 우화, 과학 소설, 과학적 사실, 사변적 페미니즘 등을 예로 들면서 이것들을 하나의 개념으로 묶어 ‘SF’라고 부릅니다. 그러면 우리 주변의 함께 만들기 사례와 그것이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3. 사례

“우리는 퇴비(compost)이지 포스트휴먼(posthuman)이 아니다.”

책에서 언급하는 사례 중 3가지를 살펴보았습니다.

– 산호초 코바늘뜨기

(마거릿의 쌍둥이 자매로 공예가이자 시인인) 크리스틴은 2005년 산호 백화 현상에 관한 논문을 읽은 후, 수학과 섬유예술의 결합을 염두에 두고 마거릿에게 산호초 코바늘뜨기를 제안합니다. 지금까지 27개국에서 대부분 여성인 8000여 명의 사람들이 코바늘뜨기를 위해 힘을 모았다고 합니다. ‘TED 영상 – 아름다운 산호초(그리고 크로셰) 이야기’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작가는 이 작업을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분석합니다.

“’반복하다, 일탈하다, 정교화하다’가 이 탐험의 원리들이다.”

사람들이 산호초 코바늘뜨기를 하며 ‘노는’ 행위가 산호와의 새로운 관계성을 만들고 그에 대한 지각을 만들게 됩니다. 작가는 ‘이제 우리 모두는 산호다‘라고 말하며 새로운 변화에 방점을 찍습니다. “털실, 면, 비닐봉지, 식품 포장용 랩” 등의 재료를 사용한 산호초 군락은 실제 산호초와의 접속 없이 ’보살피기‘를 할 수 있는 행위인 것입니다.

– 마다가스카르 아코 프로젝트

1950년에만 해도 울창했던 마다가스카르의 숲은 현재 40~50%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아코 프로젝트는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에게 이것을 알리는 프로젝트입니다.

“영어와 마다가스카르어가 같이 나오는 아코 프로젝트의 책들은 여섯 종의 여우원숭이들을 책별로 각각 등장시켜 어린 마다카스카르 여우원숭이의 모험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중략) 흥미진진하고 아름답고 재미있고, 그리고 무서운 이야기들로 아코프로젝트는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을 위해 마다가스카르의 특별한 생물다양성에 관한 공감과 지식을 키워나간다.”

단지, 우리 동네, 우리 사회, 우리나라에 어떤 동물이 사는지 ‘알게 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어쩌면 그것은 마다가스카르에 서식하는 바오밥나무와 같은 커다란 나무의 씨앗을 심는 행위와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졸리와 라사미마나나는 도서 및 포스터 예술가, 과학자, 작가들과 협력해 아코 프로젝트를 탄생시켰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그리고 마다가스카르와 그 보존사에 점철된 수많은 위기 가운데 실행한 일과 놀이를 통해서 그들은 어린아이들, 현장 가이드들, 각급 학교와 대학의 학생들을 비롯해 새로운 세대의 마다가스카르 자연주의자들과 과학자들을 육성했다.”

네버얼론

“이 게임은 위험한 시대의 세계들을 기억하고 창조한다.”

몇 년 전 생일에 ‘네버얼론’이라는 게임을 친구에게 선물 받았습니다. 이 책을 읽다가 아는 게임이 나와서 반가웠는데요. 이번에 한 번 더 하면서 느꼈는데 꽤 시간이 지난 게임임에도 매우 잘 만든 게임이었습니다. 꼭 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이 게임을 하면 북극의 환경을 헤쳐 나가느라 자연스럽게 많이 죽게 됩니다. 곰에 맞아서 죽거나 물에 빠져 죽거나 오로라 같은 자연환경을 바라보다 죽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것 자체가 자연이니까요. 이누피아트족과 협업하여 만든 이 게임은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이누피아트족의 인터뷰 내용들을 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전수’ 받습니다. 삶의 철학, 자연을 대하는 태도, 선인의 지혜들이 게임을 통해 전달됩니다.

게임 〈네버 얼론(never alone)〉 홈페이지(neveralonegame.com) 갈무리.
게임 〈네버 얼론(never alone)〉 홈페이지(neveralonegame.com) 갈무리.

“네버얼론의 공-산은 많은 맥락을 품고 있다. 소녀와 북극여우는 마을을 나서서 유례없이 엄청난 눈보라에 직면하고, 무엇이 눈보라를 일으키는지 알아내고 사람들과 땅을 구한다. 소녀와 여우는 서로 도우면서 수많은 장애를 극복한다. 이런 종류의 결합과 우화적인 여행은 존재론적이거나 인식론적인 문제가 아니며 적어도 대단한 문제는 못 된다. 하지만 다양한 영혼의 조력자들이 있고 이들의 힘은 이 세계 만들기에서, 이 이야기들에서, 인류세를 맞은 북극의 공-산에서 절대적으로 중심이 된다.”

결국 이러한 것들이 말하는 것을 위의 ‘실뜨기’로 풀이해 보자면 각각의 이야기, 다른 세계, 다른 지식, 사고, 갈망이-실이 되어 하나로 엮이면-관계하고 알고, 함께 생각하고 함께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4. 쑬루세

“우리는 인류세를 가능한 한 짧고/얇게 만들고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피난처를 되살릴 수 있는 시대를 함께 육성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결론입니다. 인류세-자본세와 더불어 하나의 시대개념이 더 나옵니다. 그것이 쑬루세입니다. 작가가 만든 이 쑬루세에는 지금까지 말한 모든 개념들이 통합되어 있습니다. 쏠루세를 요약하자면 위에서 말한 사례들이자 SF(+홀로바이온트)이자, 친척만들기이자 이 책의 제목인 트러블과 함께하기 그 자체입니다.

“미완성의 쑬루세는 미친 정원사처럼, 인류세의 쓰레기, 자본세의 절멸주의를 그러모아 자르고 조각내고 켜켜이 쌓아, 여전히 가능한 과거들과 현재들 그리고 미래들을 위해 훨씬 더 뜨거운 퇴비 더미를 만들어야 한다.”

레퓨지아가 사라지기 전에 ‘함께 생각’하고 ‘함께 만들어’ 보아요.

“어쩌면, 단지 어쩌면, 다른 지구인들과 함께하는 진지한 헌신과 협동적인 일과 놀이가 동반돼야만, 사람들을 포함한 풍부한 복수종 무리를 위한 번성이 이루어질 것이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쑬루세라고 부르겠다.”

이상

컴퓨터 프로그래머. 과학과 동물, 자연과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그 경계 어딘가에서 삶의 실마리를 찾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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