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성장과 건강] ② 성장 중심의 사회와 탈성장 사회, 어느 쪽이 더 건강한가?

경제 성장 중심의 사회와 탈성장 사회, 어느 쪽이 더 개인의 건강에 도움이 될지 역사적으로 실제 일어난 사례를 바탕으로 짚어 보자.

경제성장 중심에서 벗어난 탈성장 사회의 모습을 이야기할 때 생태적 지속가능성, 공동체적 삶, 돌봄 중심 사회, 평등하고 자율적인 사회 등을 연상하게 된다. 거기에 보다 더 건강한 사회에 대한 지향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성장 중심 사회에서는 건강을 후순위로 미뤄두고 있고 건강을 희생해서 경제성장을 해야 하는 사회로 조직되어 있다는 문제 제기를 바탕으로 탈성장 사회에서는 건강을 희생하지 않고 건강을 우선으로 챙기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찬 기대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질문들이 생긴다. 일반적으로는 경제성장과 건강수준은 상호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는데, 정말 경제성장에서 벗어날 때 더 건강해질까? 경제성장에 집착하지 않으면 정말로 건강을 우선으로 두게 될까? 정말로 건강을 희생하지 않게 될까?

경제성장과 건강의 상호영향

경제 성장과 건강은 밀접한 관계가 있을까? 사진 출처: fernandozhiminaicela

일반적으로는 경제가 성장할수록 그 사회가 건강해지고, 또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 사회 구성원들의 건강이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도 인당 GDP $10,000까지는 인당 GDP 상승에 따라 사망률 감소 속도가 크지만, 인당 GDP $15,000를 넘어가면 그 속도는 급격히 둔화된다.1 경제성장은 초반에는 영양개선으로 인한 면역력 증가, 공중위생의 개선으로 인한 감염병 감소, 안전과 치안 등에 대한 제도 정비로 인한 사고 감소 등으로 인해 사망률을 낮춘다. 또한, 근대 국민국가의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국민’의 건강이 노동력으로 직결되었기 때문에 서양에서는 17세기, 한국에서는 19세기 구한말부터 국가가 보건사업을 추진함으로써 건강을 관리해왔다.2 경제성장과 건강은 일정 수준까지는 선순환구조를 이루어 온 것이다.

불평등과 건강

그러나, 경제성장이 늘 건강과 긍정적인 영향만 주고받았던 것은 아니다. 국가 보건사업의 목적은 건강한 노동력을 양산하는 것으로서 다시 말해 건강한 노동력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여겨졌던 사람들의 건강은 정책에서 고려되지 않았다. 또한, 영국,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 브라질 등 여러 국가들에서는 경제성장이 오히려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켰고, 이에 따라 건강 불평등이 확대되었다.3 도시화로 인한 과밀한 환경과 노동자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노동환경 등이 저소득층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경제가 성장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다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소득 불평등과 건강의 관계를 다룬 책 『평등이 답이다』에서는 소득 불평등이 증가할수록 건강과 사회문제가 증가한다는 것을 밝혔다.4 즉, 경제성장이 어느 정도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는 경제성장 자체보다는 불평등의 정도에 따라서 건강 수준이 달라지는 것이다.

경제 불황기의 건강: 탈성장 시나리오?

한편, 역사적으로 경제는 늘 성장하지는 않았고, 경제가 침체되는 순간들도 있었다. 1990년대 소련의 붕괴 시기에 쿠바와 러시아가 맞이한 상황, 1920년대 미국의 대공황 시기와 1990년대 경제 불황기 시기, 유럽 금융위기 시기 등 여러 경제 위기 국면에서 건강은 경제 성장 시기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물론, 탈성장을 논하는 여러 사람들이 이야기하듯이 강제적이고 갑작스러운 경제적 충격이 있는 상황과 계획적으로 탈성장 사회로 향하는 상황은 같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 국면의 상황은 탈성장 상황을 그려보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다.

쿠바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정책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향상시켰다. 사진 출처: PeterKraayvanger

대표적으로 1990년 소련의 붕괴로 인한 쿠바의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위기에도 불구하고 교육과 보건의료 등의 사회서비스는 유지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고, 그에 따라 자원의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루어졌다.5 쿠바는 의료 장비 및 의약품 부족을 의료진 증가와 전통의학 및 대체 치료법 활용으로 보완하였고, 식량위기로 인한 영양 부족을 식량생산 자급자족을 강화함으로써 해결하고자 하였다. 대중교통 이용 감소로 자전거 이용과 도보 이동이 증가하면서 비만, 당뇨병, 뇌졸중 사망률이 감소하였고, 공공서비스와 사회적 결속력을 유지함으로써 건강불평등이 최소화되었다.

물론 모든 사회가 경제위기 상황에서 쿠바처럼 대응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러시아는 비슷한 시기에 같은 방식으로 경제위기를 겪었으나, 건강과 공중보건을 우선으로 두지 않음으로써 건강 수준을 유지하거나 개선하는 데는 실패했다.6 또, 미국이나 유럽의 경제 위기 시기에는 경제성장이 환경오염, 노동조건 악화, 불평등 증가 등을 통해 건강에 미쳤던 부정적인 영향이 완화되면서 건강 지표가 개선되기도 하였다.

탈성장과 건강

즉, 경제성장이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매우 제한적으로 유효하고, 그마저도 한 사회의 보건 및 사회정책과 불평등 정도에 따라 다르다. 경제성장은 환경오염, 불평등 심화, 경쟁적 노동환경, 사고와 산업재해, 의료의 상업화 등을 통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7 오히려,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 시간 동안 이런 부정적 영향이 완화됨으로써 건강 지표가 상승하기도 하였으며, 쿠바의 사례에서 보듯 경제가 성장하지 않더라도 사회정책에 따라서 건강 지표가 충분히 상승할 수 있다. 한편, 러시아 사례에서 보듯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다고 저절로 건강을 우선에 두게 되는 것은 아니며, 탈성장 사회로의 전환이 건강을 비롯한 삶의 질을 우선으로 두도록 하는 데는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 Borowy, I. (2011). Similar but different: health and economic crisis in 1990s Cuba and Russia. Social science & medicine, 72(9), 1489-1498.
● Borowy, I. (2013). Degrowth and public health in Cuba: lessons from the past?. Journal of Cleaner Production, 38, 17-26.
● Borowy, I., & Aillon, J. L. (2017). Sustainable health and degrowth: Health, health care and society beyond the growth paradigm. Social Theory & Health, 15, 346-368.
● Borowy, I., & Schmelzer, M. (Eds.). (2017). History of the future of economic growth: Historical roots of current debates on sustainable degrowth. Routledge.
● Pritchett, L., & Summers, L. H. (1993). Wealthier is healthier (Vol. 1150). World Bank Publications.
● R. Wilkinson & K. Pikett. (2012). 『평등이 답이다』(전재웅 역). 서울: 이후 (원서출판 2010)
● 신동원. (2000). “건강은 국력” 개념의 등장과 전개. 보건학논집 제 37권 1호.


  1. Pritchett, L., & Summers, L. H. (1993). Wealthier is healthier (Vol. 1150). World Bank Publications.

  2. 신동원. (2000). “건강은 국력” 개념의 등장과 전개. 보건학논집 제 37권 1호.

  3. Borowy, I., & Schmelzer, M. (Eds.). (2017). History of the future of economic growth: Historical roots of current debates on sustainable degrowth. Routledge.

  4. R. Wilkinson & K. Pikett. (2012). 평등이 답이다(전재웅 역). 서울: 이후 (원서출판 2010)

  5. Borowy, I. (2013). Degrowth and public health in Cuba: lessons from the past?. Journal of Cleaner Production, 38, 17-26.

  6. Borowy, I. (2011). Similar but different: health and economic crisis in 1990s Cuba and Russia. Social science & medicine, 72(9), 1489-1498.

  7. Borowy, I., & Aillon, J. L. (2017). Sustainable health and degrowth: Health, health care and society beyond the growth paradigm. Social Theory & Health, 15, 346-368.

이도연

보건학 석사, 보건학 박사수료, 탈성장 석사과정 중. 건강돌봄의 생태적 전환에 대해 공부하고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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