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은 흔히 고탄소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사람, 근로자, 국가 또는 지역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일련의 원칙이자 관행을 의미한다. 또한 기후 정의, 환경 정의, 에너지 정의 학문을 통합하는 새로운 분석 프레임워크로 볼 수 있다(Darren McCauley, 2018). 이 세 가지 정의는 아래와 같다.
첫째, 기후 정의(Climate Justice)란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이 있는 자와 피해를 받는 자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의 책임이 더 크다는 부분에 주목하며, 특히 남반구의 취약한 인구에 대한 급속한 기후 변화의 불가피한 결과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환에 중점을 둔다(Kortetmäki, 2016; Shaw, 2016; Skillington, 2017; Mihr, 2017; Meyer 및 Sanklecha, 2017; Baptiste 및 Rhiney, 2017).
둘째, 환경 정의(Environmental Justice)는 인종, 장애, 연령 또는 사회경제적 배경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건강하며 유해한 환경 조건이 없는 사회에서 살 권리가 있다는 원칙으로 보다 사회 및 환경적 측면의 균형에 초점을 둔다(Evans 및 Phelan, 2016; Sharma-Wallace, 2016; Rodríguez-Labajos 및 Özkaynak, 2017; Horney 외, 2018; Kubanza 외., 2017).

셋째, 에너지 정의(Energy Justice)는 환경 정의 담론이 확장 및 분리되는 과정에서 등장하여 분배/절차/인정적 정의 등의 요소에 기반해 개념화한 것으로, 저탄소 배출원을 향한 에너지 생산 측면의 통합적 사고에 중점을 둔다(Heffronet al., 2015; McCauley et al., 2016; Lappe-Osthege and Andreas, 2017; Healy and Barry, 2017).
기후 변화로 인한 위기가 공통적이지만 차별화된 책임을 수반하는 장소 전반에 걸쳐 불평등하고 균등하지 않은 부담을 가져왔다. 심화되는 기후 붕괴의 불의는 세계 곳곳 현장에 극심한 고통으로 드러났고,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프레임워크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환경적 측면 뿐 아니라 사회적 측면(Stranded Human Capital 등)까지 균형있게 고려하고, 나아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산업 간, 지역 간 불균형도 고려함으로써 사회구성원 모두가 동의하는 정의로운 전환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UN의 SDGs(지속가능발전목표)와 연계하여 살펴보자.
전환 과정에서 소외가 일어나지 않도록
1980-1990년대 산업 전환에 맞물려 노동조합 운동으로부터 시작된 ‘정의로운 전환’은 펀드 개념에서 지금의 파리기후협정체제의 공식 정책이 되었다. 정의로운 전환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사람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함을 말하며, 인권 자체가 기후 행동의 목적이 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나아가 가장 취약한 국가에게 불균형적으로 부담을 준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후 변화의 분배 효과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의 기후 변화 영향을 보면, 선진국이 기후 변화를 유발하는 배출의 가장 큰 생산지임에도 막대한 피해는 가난한 국가들이기에 이로부터 책임과 지원에 대한 재분배가 필요한 것이다. 이는 UN SDGs의 8번, 10번 목표와 긴밀하게 연결되기도 한다.


기후리스크가 물리리스크과 전환리스크로 나뉘는 것처럼, 일자리와 인권에 있어서 각각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ILO(국제노동기구)에서 2024년 4월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물리적 기후리스크가 끼치는 영향 6가지를 꼽았으며, Excessive heat(과도한 열), UV radiation(자외선), Workplace air pollution(직장 대기오염), Vector-borne diseases(벡터매개 질병), Agrochemicals(농약), Extreeme weather events(기상이변)이다. 이는 아래와 같은 수치로 나타난다.
- 매년 24억명의 근로자가 과도한 열에 노출
- 매년 16억명의 근로자가 자외선 및 대기오염에 노출
- 매년 15,000명 이상의 근로자가 기생충 및 매개성 질병에 노출되어 사망
- 매년 30만 명 이상이 농약 중독으로 인해 사망
전환리스크 측면에서는 Stranded Human Capital(좌초인적자본)이 언급된다. 녹색전환에 따라 좌초자산군 및 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직 가능한 기술이 없는 사람들을 소외시켜, 인적 자본과 기술이 좌초되는 위험이다. 다행히 이 위험들을 기회로 활용하고자 UN이 SDGs 목표를 제시했고 여러 다자간 기구 및 국가에서 관련 정책들을 시행하고자 노력 중이다.
먼저 산업의 녹색전환에 따라 Green Job(녹색 일자리)가 창출된다. 녹색일자리는 한 분야에만 국한되는 게 아닌 재생에너지, 녹색 제품 및 제조, 지속가능한 농업, 순환경제 및 재활용 관련 업, 태양광 엔지니어 및 건축가, 폐기물 수집가 등 여러 분야에서 친환경 직업을 가질 수 있다. 특히 탈탄소경제체제로 인해 재생에너지 분야에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 World Bank(세계은행)은 나이지리아의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DARES)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1,750만명의 나이지리아 사람들에게 전기 접근권을 제공하고 5,000개 이상의 녹색 일자리를 창출한다. ILO는 현재 나이지리아가 국가적으로 결정된 기여를 이행한다면 2035년까지 1,2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추정한다.
2020년 1월 EU Green Deal 승인으로 EGDIP(유럽그린딜투자계획)의 일부인 Just Transition Mechanism(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 계획이 확정되어, 전환으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지역과 근로자 및 시민을 지원하기 위해 2027년까지 약 150조 투자를 진행한다. 파트너 EIB(유럽투자은행그룹)의 도움과 함께 InvestEU를 통해 기금의 자금을 조달하여, 녹색전환이 단 한 사람도 놓치지 않고 모두를 고려한 효과가 되도록 한다. 우리나라도 2021년 9월 제정된 탄소중립기본법에 정의로운 전환 규정이 포함되었으며, 충남을 시작으로 여러 지방자치단체들도 정의로운 전환 기금을 운영 중에 있다.
2022년 EU 집행위원회가 제시한 CSDDD(공급망 실사법)도 환경 및 인권 보호 강화를 목표로 하며 올해 3월 이사회, 4월 의회를 통과하며 최종 확정되었다. CSDDD 기준에 해당하는 대기업은 앞으로 공급망 전반에 걸쳐 환경 및 인권침해에 미치는 영향을 식별하여 관리를 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
고용 보장과 불평등 해소
정의로운 전환에 있어서 젠더문제도 같이 고려해야 된다. Covid-19은 일반적으로 여성의 발전에 어려움을 가져왔다. 남성보다 여성이 일자리를 많이 잃었고, 남성보다 여성이 감염과 심리적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필수 직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육아 및 기타 책임의 증가로 인해 여성이 남성보다 업무 중단을 더 많이 겪었다(Linda L. Carli 2020). 기후위기 상황에서 여성은 더 많은 피해와 더 많은 폭력으로부터의 노출이 예상된다. Covid-19처럼 직장에서 가장 먼저 실직 당할 확률이 높고, 저소득 국가에서는 건강, 폭력, 인신매매 등의 확률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World Bank는 올해 3월 〈여성, 비즈니스와 법률 2024〉 보고서를 발간하며, 젠더 격차를 해소하면 전 세계 GDP가 20% 이상 증가한다고 보았다. 특히 ‘여성 안전’ 부문에서 전 세계 평균 점수가 36점(100점 만점)에 불과하여 가장 큰 문제로 꼽았고,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지금의 녹색전환 과도기에 더욱더 여성들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따라서 젠더 기반의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며 이는 UN SDGs의 5번 목표와 연계된다. 관련 한 학자는 페미니스트와 기후정의의 통찰력을 통합하면, 연대 실천을 강화하는 동시에 영향력 있고 책임 있는 조치를 위한 기후변화 논의를 더 다양하게 재구성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Farhana Sultana. 2021).World Bank의 2024-2030 젠더 전략 보고서를 보면, 세 가지 핵심 사항을 꼽았다.
- Elevating the ambition to accelerate gender equality
- 2. Supporting innovation, financing, and collective action
- Complementing the gender tag and flag with accountability for results

이를 풀어서 보면, 성별로 인해 소외된 모든 집단을 포괄하여 여성을 리더로 참여시키고, GBV(젠더기반폭력) 종식과 관련 프로젝트 자금조달 및 연대행동을 지원하고, 성별 태그 및 플래그를 통해 성별 데이터 관리로 효과적인 분석 및 결과를 도출하여 젠더 격차를 해소하자는 것이다. 메가트렌드로 녹색전환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지만, 실제 그 어느 때보다 빠른 디지털 전환도 이루어지고 있다. 저축, 투자, 일상 비즈니스 활동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도구가 점점 더 많아졌으며, 이는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특히 여성의 금융 포용성을 높이고 경제 성장도 촉진할 수 있다. 그래서 World Bank는 아래와 같이 여성의 금융 서비스 접근에 대한 장애물을 허무는 방법들을 권고한다.
- 성 중립을 넘어 성 지향적 정책으로의 전환
- Sex-Disaggregated Data(성별 구분 데이터) 활용
- 교육과 역량 강화를 통한 변화 촉발
- 평등한 설계: 평가 프레임워크에 성별이해지능(Gender Intelligence)지표를 포함
- 인프라 구축: 규제 당국이 여성에게 필요한 금융 도구를 제공할 수 있도록 환경 조성
여성의 디지털 금융 포용을 촉진하는 것은 성평등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방법이 될 수 있으며, 결국 정의로운 전환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젠더 격차 해소와 기후정의는 뗄 수 없어

기후 변화에 맞물린 정의로운 전환은 소수의 지역과 개인의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북반구와 남반구 전 세계 모든 개인과 공동체에 해당한다. 이러한 변화 대응에 있어서 우리는 어쩌면 인류 역사상 최초로 좌우 진영에 구애받지 않고 글로벌 생태계와 전 산업에 걸쳐 체제를 변환할 수 있는 일생일대 한번뿐인 기회 가운데 서있는 것일 수 있다. 정부와 규제기관은 위험에 처한 집단이 기후 변화로 인해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고, 경제적 경쟁력을 유지하는 정책을 개발하고, 복잡한 자원 배분 의사결정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기업은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는 직원의 복지를 보장해야 하며, 공급업체와 긴밀히 협력하여 공급망을 탈탄소화하는 과정에서 혼란을 최소화 해야 한다. 투자자는 정의로운 전환에 부합하는 프로젝트와 지역에 자본을 투입하고, 기업이 정의로운 전환을 약속하도록 장려하며 정의로운 전환 원칙을 투자 전략에 포함시켜야 한다. 시민은 공평한 전환을 촉구하고, 위험에 처한 집단을 옹호하며, 전환 계획 수립을 돕기 꾸준히 사회적 대화야 참여해야 한다. 기존의 Top-down 접근법만 고수하는 것이 아닌, Ecological Democracy(생태민주주의) 혹은 Grassroots Democracy(풀뿌리민주주의) 개념처럼 Bottom-up 접근법이 같이 이루어질 때 당면한 정의로운 전환 문제에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고(Damian F. White, 2019), 구성원들의 참여 의식도 고취시키며 관련 법제도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와 실천의 목소리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참고문헌
Ashish Khanna 외 2명. 2024. What Is a Green Job? | The Development Podcast.
Damian F. White. 2019. Ecological Democracy, Just Transitions and a Political Ecology of Design
Darren McCauley. 2018. Just transition: Integrating climate, energy and environmental justice.
EU 집행위원회. 2020. ec.europa.eu/commission/presscorner/detail/en/qanda_20_24
Farhana Sultana. 2021. Critical climate justice.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2024. Ensuring safety and health at work in a changing climate.
Linda L. Carli. 2020. Women, Gender equality and COVID-19.
Sharmista Appayasab B. abbas. 2024. Empowering women through digital financial inclusion.
World Bank. 2024. Women, Business and the Law 2024.
김현우. 2021. 3. 10, 웹진 《생태적지혜》 정의로운 전환의 유용성과 딜레마.
생태적지혜연구소. 2023. 생태적지혜 팟캐스트 ‘기후정의행진 그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