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의 핵심 ‘그린프리미엄’ – 『How to avoid a climate disaster』를 읽고

2021년 2월, 빌 게이츠의 『How to avoid a climate disaster』가 나오고 번역판을 기다릴 새 없이 원서를 주문하여 바로 읽어보았다. 이 책은 내게 2050년까지 전 세계 모든 분야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흐름이 주류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그래서 MBA에서 ESG 전공을 하게 되고 졸업한 지금 시점에서, 다시 이 책을 읽어보며 오늘날 이러한 '지속가능성'을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하고 또 그린프리미엄이 왜 중요한지 살펴보았다.

빌 게이츠 저 『How to avoid a climate disaster』 (Doubleday Books, 2021)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99% 이상 인류의 활동에 의한 것이라는 게 학계의 컨센서스다. 온실가스 배출의 급격한 증가로 지구온도가 2100년 2.5도 이상 상승할 것이라 보며, 이는 심각한 기후위기를 초래하기에 2030 및 2050 탄소중립이 필요한 이유라고 이 책은 말하며 시작한다.

연간 온실가스 배출 총량은 얼마일까? 책의 2020년 기준 510억 톤이었고, 근래 2022년 기준 540억 톤이다. 이 포션에서 미국과 중국이 약 200억 톤에 달하고, 한국은 약 7억 톤을 매년 배출하고 있다. 파리기후협약에서도 그렇고 왜 미국과 중국의 적극적인 대처가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크게 다섯 가지 활동 부류가 있다. 만드는 것, 전기의 사용, 기르는 것, 움직이는 것, 시원하고 따뜻하게 하는 것이다. 즉 온실가스 배출에서 제조 부문이 31%, 전력 부문이 27%, 사육과 재배가 19%, 교통과 운송이 16%, 냉방과 난방이 7%인 것이다. 그래서 우린 이 다섯 가지 활동에서 어떻게 탄소 저감을 실현할지 고민하며 나아가야 한다.

탄소배출원별 현황과 해결 방안

첫째, 제조 부문 31%에서 시멘트와 강철은 10%의 포션을 차지하며 제조 과정에서 탄소가 모두 배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화려하고 멋있는 건물과 인프라를 짓는 데 열심히 투자하고 있다. 플라스틱의 경우 제조 과정에서 절반가량만 탄소배출이 되는데, 이는 좋은 게 아니라 절반의 남아있는 탄소가 쓰레기로 배출될 시 미세플라스틱 등 심각한 해양오염과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다. 우리가 함부로 버리는 플라스틱이 강을 타고 바다로 흘러들어, 북태평양 쓰레기섬을 만들었고 해양 생물이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해 생명을 잃는 현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래서 제조과정 전체 사이클에서 탄소배출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시스템을 100%로 전기화하고 이 전기는 탈탄소화된 전력망에서 가져와야 한다.

해양 표면의 미세 플라스틱. 출처 : 위키피디아

두 번째, 현재 전기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대부분이 석탄과 천연가스다. 글로벌 기준으로 석탄이 35%, 천연가스 23%, 수력 15% 등, 한국 기준으로 석탄 33%, 천연가스 29%, 핵 27% 등을 통해 전기가 만들어진다. 이 부문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게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에너지원별 차지하는 공간을 고려해봤을 때 우리나라는 유럽 등에 비해 불리한 지리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계절성이다. 수력과 풍력, 태양열은 일정한 에너지 공급이 기상과 계절의 영향으로 불완전한 것이다. 이에 대해 책에서는 핵분열, 핵융합, 지열에너지, 수소, 이차전지 등의 전략을 언급한다. 그러나 핵분열은 눈에 보이는 오염물질과 이산화탄소 배출은 없지만 방사성폐기물(고준위) 처리가 관건이며, 핵융합은 사용가능 연료가 무한이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하지 않지만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대량 발생하며 상용화 가능성이 기술적으로 아직 멀었다. 지열에너지의 경우 공해가 없으며 24시간 가동 연속성을 가진다는 강점이 있지만, 설비기간(10년 이상)과 비용(부지확보) 등이 문제고, 수소 또한 매우 비싼 비용이 문제다. 현실적으로 그나마 반영구적이고 재충전이 가능한 이차전지가 기술 혁신에 따라 그 비용을 낮출 수 있어 낙관적이다.

세 번째, 전 세계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약 80억 명이며 2064년 기준 약 10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그만큼의 식량을 필요로 할 것이고, 육식을 위한 사육은 더 많아져 소와 돼지 등에게 공급되어야 하는 물과 음식도 더 많이 재배하여 투입될 것이다. 결국 이는 숲을 갈아엎고 사육과 재배를 위한 더 많은 땅을 필요로 할 것이다. Pooping(똥), Burping(트름), Farting(방귀)도 무시할 수 없다. 소 한 마리가 1년 동안 방출하는 메탄의 양은 47kg, 이는 소 4마리면 차량 1대의 탄소배출과 맞먹는 것이다. 물론 인간의 생리현상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대체육 등의 상용화가 시급하며, 채식 위주의 식사 및 덜 먹는 습관도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중요하다.

네 번째, 여행을 좋아하는가? 안타깝게도 걷는 것 외에 우리가 타는 자동차, 기차, 선박, 항공기 등이 온실가스 배출의 16% 포션을 차지한다. 그래서 앞으로 전기차는 필수다. 이미 오래전부터 정부는 보조금을 지급하며 전기차를 대중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나아가 운송 수단인 트럭과 선박 등에서 바이오연료를 취급하는 모델들이 나오고 있다. 수소연료 및 전기연료는 수소전지와 전기배터리 기술 진척으로 비용이 더 낮아져야 대중화가 가능할 것이다.

다섯 번째, 우리가 평소 거주하고 있는 공간의 온도가 중요한데 더 시원하게 더 따뜻하게 하려다보니 온실가스 배출에서 7% 포션을 차지한다. 지열히트펌프 냉난방 등 여러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초기구축을 위한 공간 및 설비 비용이 크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덜 시원하고 덜 따뜻하게 하려는 일상생활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무더운 6월의 오늘 아침도 출근길에 필자가 느낀 지하철 내의 온도는 너무 추웠다. 적자라고 외치기 전에 강냉방칸을 없애야 한다.

그린프리미엄 감소를 위해 기술개발, 투자확대, 정책 강화가 필수

다섯 가지 부문에서 공통된 문제는 ‘비용’이다. 실제 친환경 제품만 봐도 동일한 일반 제품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그만큼 만드는 데 있어서 원가부터 공정기술까지 포함했을 때 더 부가가치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를 ‘그린프리미엄’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러한 그린프리미엄이 낮아지기 전까지는 탄소중립이 어려울 수 있다. 돈이 많은 부자가 아닌 이상 가격이 합리적인 제품(비교적 탄소배출이 많은)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친환경을 추구하는 데 그린프리미엄은 탈탄소화를 방해할 수 있기에, 이를 낮출 수 있는 새로운 기술과 회사 및 제품이 열리는 곳에 투자가 집중되어야 한다. 채권 시장에서는 그린+프리미엄의 개념으로 ‘그리니엄’이란 단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이는 친환경 관련 녹색채권, 지속가능채권, ESG채권 등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수익률이 낮아지는 만큼 채권의 가격이 상승할 때 나타나는 것인데, 그만큼 정부와 금융 기관들의 그린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추세를 보여준다.

비용으로서의 그린프리미엄을 줄이는 혁신은 기후 목표 달성에 기여한다. 그러나 그 기여도를 정량화는 개념적 틀은 부족했는데, 한 논문에서 그린프리미엄을 줄이면 탄소 감소가 강화되고 순배출 제로에 도달한 후에도 감소 비용이 낮아지며 기후 피해가 줄어든다고 분석하였다(Ken Caldeira 외 2명, 2023). 보다 엄격한 완화 목표 하에서 그린프리미엄 감소의 가치와 이산화탄소 제거의 가치가 모두 더 크다는 것이다. 다른 논문에서는 유럽의 투자자들이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더욱 확실해질 때 더 친환경적이고 투명한 자산을 보유하는 경향을 있음을 도출했다(Lucia Alessi 외 2명, 2023). 최초 글로벌 기후 협정인 파리 협약과 EU Green Deal 발표가 대표적인 전환의 예다. 그래서 우리는 더 강력한 탄소 완화 및 저감 정책을 실현하여야 그린프리미엄을 줄일 수 있고,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 책의 저자 빌 게이츠는 “그린프리미엄이 매우 낮거나 보조를 받지 않는 이상 이를 부담할 고객들은 없으며, 민간 기술과 정책 및 정부 관여를 통해 그린프리미엄 가격을 확 줄여야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노력의 씨앗들이 결국 미래에,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격을 비슷하게 만들고 친환경 건축물(아파트 등)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시장이 도래하면, 대중과 투자자들도 굳이 친환경 제품과 프로젝트를 회피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탄소중립 실현을 가속화 할 수 있다.

*참고자료

Bill Gates. 2021. How to avoid a climate disaster

Ken Caldeira, Lei Duan, and Juan Moreno-Cruz. 2023. The value of reducing the

Green Premium: cost-saving innovation, emissions abatement, and climate goals.

Lucia Alessi, Elisa Ossola, Roberto Panzica. 2023. When do investors go green?

Evidence from a time-varying asset-pricing model.

홍순용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ESG 석사를 졸업하고, 자산평가사에서 6년차 다니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청년단체 멤버 및 ESG/탄소중립 강사 등 지구와 사회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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