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배제의 초등돌봄교실, 노동존중 늘봄학교로 바꾸자

한국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는 사회문제 중 핵심적인 사안이며 고용구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노동시장뿐 아니라 대표적인 공공영역인 학교에서조차 고용구조가 양극화되면서 초등돌봄교사들은 노동과정에서 경제적, 사회적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며 돌봄노동의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여성노동이 양적으로 증가하고 맞벌이, 한부모, 조부모 등 가족의 형태가 다양하게 변화하면서 초등학생에 대한 돌봄 공백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었으며, 이로 인한 사교육비 증가 문제도 제기되었다. 유아의 경우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종일반을 운영하여 그나마 돌봄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었지만 일단 초등학생이 되면 아직 돌봄이 필요한 연령인데도 지역아동센터에서 일부 저소득층 학생만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공교육 즉 초등학교 내에서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보육프로그램은 초기에 ‘방과후교실, 에듀케어반’ 등으로 불리다가 1990년대 이후 ‘방과후 보육프로그램’으로 변경되었으며, 2004년 노무현정부의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사교육 경감대책’의 주요과제로 추진되어 ‘방과후 초등보육교실, 방과후 종일돌봄교실’ 등으로 다시 변경되었다. 이어 2010년 이명박정부에서는 ‘초등돌봄교실’로 명칭을 통합하였고 2014년 박근혜정부에서 초등돌봄교실을 대폭 확대하였다. 이후로도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 정책과 여성계의 돌봄의 사회화 의제 속에서 문재인 정부를 거쳐 현재의 윤석열정부에 이르기까지 양육자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초등돌봄교실은 매번 대통령의 중요한 공약사항으로 선정되며 대상 학생 및 교실 수의 확대를 약속받은 듯했다.

역대 정부의 초등돌봄교실 추진 현황

하지만 공약은 그야말로 빈말뿐으로 구체적인 사업과 예산이 편성되지 않으면서 2024년 7월 현재까지도 실제로는 1학년 또는 1~2학년 중 일부 학생만 초등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있다. 학기 초에 높은 경쟁률로 인해 이용자 신청에서 탈락하거나 아예 이용대상에서 배제되어 있는 3~6학년 학생들의 양육자는 방과후학교나 학원 뺑뺑이를 돌리며 높은 비용까지 감당해야 하며 이로 인한 ‘초등돌봄절벽’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해 양육자들이 직면한 극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윤석열정부는 부모 돌봄에서 국가 돌봄으로의 전환을 강조하며 기존의 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교실을 통합한 ‘늘봄학교’로 전환을 급속하게 추진 중이며, 2024년 1학기 일부 초등학교에서 출발해 2학기 전국 초등학교에서의 전면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동안 초등돌봄교실은 돌봄이 필요한 저학년 학생들이 학교 정규수업이 끝난 후 또는 방학기간 동안 학교 내 가정과 같은 환경으로 구성된 공간에서 돌봄교사(돌봄전담사)의 보호와 교육을 제공해 왔다. 이는 기본적으로 8~9세의 학생들과 정서적인 교감을 통한 보육을 하면서 교육프로그램이 병행되는 특수한 성격을 갖고 있다. 따라서 돌봄교사에게도 이러한 역할과 능력이 요구되기에 보육교사, 유치원교사, 초중등교사 등의 기본자격이 필요하며 이에 정기적인 연수를 통하여 돌봄교사의 역량을 강화하고 초등돌봄교실의 질을 높이고 있다. 또한 학생들은 돌봄교사의 보호 속에서 방과 후에 초등돌봄교실에 와서 가방을 내려놓고 다양한 놀이와 교육 활동을 친구들과 함께 경험하면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발달하며 성장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도 돌봄과 교육의 격차를 줄이고 사교육비를 경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초등돌봄교실의 특수한 역할은 특히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빛을 발했는데 전국의 초등학교와 학원 등 모든 교육기관이 폐쇄된 상황 속에서도 초등돌봄교실은 문을 열고 학생들에 대한 긴급돌봄을 멈추지 않으면서 한국사회의 중요한 초등돌봄주체로 우뚝 서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돌봄’ 없이는 ‘교육’도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을 핵심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초등학생에 대한 돌봄은 모든 어린이와 양육자의 돌봄 권리로부터 시작되며 교육, 사회복지, 노동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과 지원이 폭넓게 요구된다. 그리고 이 과정의 중심에는 초등돌봄교실의 중요한 주체인 돌봄교사가 있는데 이들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배제를 직접 경험하고 있다. 그 시작은 2004년 초등돌봄교실의 도입과정에서부터이다. 정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교원과 구분하여 학교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하여 불평등정책을 추진하였고, 돌봄교사는 비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언제나 최저임금인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현재까지 고통받고 있다.

특히 광주시교육청은 2014년 박근혜정부의 돌봄교실 확대정책 속에서 추가된 교실을 시간제· 간접고용 노동자로 고용하였고 이로 인한 차별과 배제, 돌봄의 질 저하 문제가 폭로되며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로 2017년에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돌봄교실은 8시간 169교실과 5시간 10분 136교실로 분리되어 운영중이며 이에 따라 돌봄교사도 8시간 전일제와 5시간 10분 시간제 노동자로 분할 고용되어 있다. 이처럼 파행적인 초등돌봄교실의 분리 운영과 분할 고용은 같은 초등학교 내에 있는 돌봄교실의 질조차 양극화시키며 학생, 양육자, 돌봄교사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차별과 배제를 불러오고 있다. 특히 시간제 돌봄교사는 짧은 노동시간으로 인해 학교내 관리자들과의 소통과정과 행정업무에서 아예 배제되고 있다. 학교에서 주관하는 교감교장등 관리자 면담·학교운영위·지역돌봄기관협의회 등의 각종 회의와 돌봄교실 연간계획·방학기간 운영계획·예산안 수립·교구와 물품 구입 등의 업무로 돌봄교실 운영과 질높은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 꼭 참여해야하는 중요한 소통통로임과 동시에 업무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돌봄교사가 배제됨으로 인해 변화되는 돌봄교실의 운영과 업무의 추진 과정을 양육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기 어려우며 학생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교구나 교실 물품 구입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방학기간에는 8시간 운영을 위해 근무조건이 더 열악한 주15시간 미만 노동자를 단기간 고용하거나 학생들이 전일제 교실로 이동하게 되면서 시간제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학생 및 양육자는 균등한 돌봄과 환경을 제공받지 못하고 차별로 이어지게 된다.

11년째 근무중인 시간제 돌봄노동자의 6월 급여 실수령액이 1,402,830원인 현실이다. 자료제공 : 김현미

한편 전일제 돌봄노동자 역시 행정업무가 집중되며 불만이 쌓이게 되는데, 불평등 구조를 만든 광주시교육청이 아닌 눈앞의 시간제 돌봄교사에게 분노가 향하면서 노동현장에서 ‘갈라치기’와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학교 내 관리자나 교육청 등에서는 전일제 돌봄교사에게는 굳이 전일제라고 부르지 않지만 시간제 돌봄교사에게는 ‘시간제’라고 호칭하거나 ‘시간제니까’라고 선을 긋고 소통을 중단함으로써 ‘일을 안한다’, ‘소통할 필요가 없다’는 등의 부정적인 인식과 함께 ‘구별짓기’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게다가 현재 일선에서 11년째 근무중인 시간제 돌봄노동자의 6월 급여 실수령액이 1,402,830원으로 생계가 불가능한 만큼 적은데다 학교 내에서 유일하게 5시간 10분 중 10분은 무급으로 노동하면서 돌봄교사로서의 자존감이 저하되고 돌봄교실의 질이 양극화되는 것은 필연적인 수순일 것이다.

그런데 학교 내에는 도서관, 급식실, 과학실 등 다양한 실들이 운영되고 담당 교육공무직 노동자는 한 형태로만 고용되는데 왜 유독 초등돌봄교실·돌봄노동자만 이렇게 분리운영하고 분할고용하는 것일까? 그 비밀은 학교 내 돌봄과 교육의 분리와 돌봄· 돌봄노동의 가치에 대한 저평가에 있다. 초등돌봄교실의 도입부터 현재까지 교사들은 ‘돌봄(보육)’은 ‘교육’이 아니고 ‘돌봄(보육)’때문에 ‘교육’활동이 침해되거나 위축되어서는 안된다며 초등돌봄교실을 학교 밖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할 것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학부모단체와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에도 대부분의 교육청 정책 담당자들은 물론이고 진보교육감들조차 교사 출신으로 이들의 주장에 동의하며 위탁 운영, 비정규직 고용을 추진해온 것이다. 돌봄교사는 사서, 영양사등처럼 자격증이 필수이지만 이에 대한 수당 지급을 거부하며 최저임금의 불이익을 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때문에 교사가 다수인 학교 내에서 동료로 인정받기는커녕 미운오리새끼처럼 눈총의 대상으로 전락한지 오래이다. 실제로 올해 늘봄학교의 도입 및 확대와 관련하여 2월에 교원단체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에서 92.4%의 교사가 반대했고 5월 교사노동조합연맹에서 90.6%의 교사는 윤석열정부에 낙제점을 주었다. 이와 같은 교사들의 반발 속에 돌봄이 중심이지만 차마 ‘돌봄학교’라 부르지 못하고 관계자들의 고심 속에 탄생한 이름이 ‘늘봄학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열악한 상황 속에서 왜 돌봄교사는 초등돌봄교실을 떠나지 않는 것일까? 먼저 열악한 노동환경 정책의 책임자인 진보교육감조차 ‘좋은 일자리가 아닌데도 그 자리라도 찾으려고 해..(장휘국교육감, 2017)’라고 인정할 만큼 불평등한 한국사회의 여성노동 현실이 있다. 그리고 또다른 답은 그 너머 돌봄노동의 과정에 존재한다. 돌봄노동은 단순히 물질적인 생산활동이 아니라 학생과 돌봄교사가 언어와 몸짓을 통하여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상호작용하며 복합적 관계가 형성되는 과정으로 결코 일방적이지 않다. 학생들의 발달과 성장, 또는 직간접적인 관계 속에서 획득되는 것은 아이들의 환한 웃음, 삐뚤빼뚤 쓴 ‘사랑해요’라는 쪽지 같은, 급여명세서에서는 도저히 발견할 수 없는 보람과 기쁨이다. 사실 돌봄교사는 학생들로부터 소소하지만 ‘감사’나 ‘사랑’같은 감정의 선물을 받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돌봄교사는 학생들로부터 소소하지만 ‘감사’나 ‘사랑’같은 감정의 선물을 받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사진제공 : 김현미

이제 2학기 늘봄학교의 도입 및 확대 속에서 기존의 초등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는 변화를 앞두고 있다. 돌봄절벽과 교육격차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국가책임돌봄’은 사회변동과 함께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이며, 늘봄학교를 통해 전일제돌봄이 첫 발을 떼는 만큼 파행적으로 운영되었던 돌봄교실을 정상화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초등돌봄교실에 대한 학생·양육자의 높은 만족도와 학교마저 문을 닫았던 코로나 팬데믹 위기 속에서도 유일하게 멈추지 않았던 초등돌봄은 비정규직노동자의 등골을 휘게하는 고통과 헌신 속에 이루어진 성과인 만큼 구조적인 차별과 배제의 초등돌봄 수레바퀴를 지금이라도 멈추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제 돌봄노동자들의 5시간 10분 반쪽 돌봄교실의 8시간 전환 요구에 대하여 돌봄수요가 없고 예산이 부족하다는 광주시교육청의 응답은 학기 초마다 빗발치는 돌봄교실 신청 대기자 및 탈락자의 민원과 인천, 대전, 울산, 전남, 경남 등의 지역에서 이미 8시간 동일한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현실을 눈 가리고 은폐하는 핑계에 불과하다. 늦었지만 광주시교육청은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통하여 8시간으로 운영과 노동시간을 확대하여 돌봄노동자가 학교 내에서 제대로 업무추진 과정에 소통하고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하며, 매년 광주광역시에서는 생활임금을 발표하는데 공공기관인 학교에서부터 시행해 최소한의 생계 이상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비단 광주뿐만 아니라 돌봄교실을 분리운영하고 돌봄노동자를 분할고용하고 있는 다른 지역에서도 이처럼 열악한 노동환경 및 최저임금을 개선해야 한다. 돌봄교사가 자신의 노동으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학교 현장에서 자존감을 갖고 학생과 양육자에게 안정적이고 평등한 돌봄을 제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과정에 양육자와 시민단체도 관심을 갖고 함께 개선해야 초등돌봄의 질을 높이고 학교현장에서 돌봄노동의 가치가 존중될 수 있을 것이다. 진정으로 돌봄교사와 초등교사가 동료가 되어 서로를 존중하며 초등학교에서부터 돌봄존중사회로 한걸음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하게 희망한다.

김현미

노동이 존중되고 해방될 수 있는 사회를 꿈꾸며 오랜 시간 동안 바람 속에 노동현장을 헤매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혁명은 오지 않았고, 정작 나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은 자본과 국가가 아닌 내 안의 또 다른 나이며 우리라는 현실에 절망했지만 책을 많이 읽고 사람을 조금 만나면서 아주 약간의 희망만은 버리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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