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유럽 연합)과 미국은 우유와 유제품의 상당한 생산국이다. 실제 EU 내 모든 국가에서 우유 생산이 이루어지며, 이는 농업 생산 가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미국은 서부와 북부 지역이 가장 두드러지며 50개 주 전체에서 우유가 생산되고 있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세계 유제품 산업은 온실 가스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한다. 전 세계 인구의 급증(24년 기준 80억명 돌파)과 지구온도 상승으로 인해 녹색 정책은 갈수록 대두될 것이기에, 유제품 산업은 지속가능한 식품 생산이라는 엄청난 과제에 직면했다. 낙농가의 평균 연령은 계속 상승하고 있는데 이 부문의 노동 집약적 특성이 젊은 농부들에게 매력이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낙농가는 가격 결정자로서도 공급망에서 불리한 위치로서 가격 변동성에도 취약하다. 전 세계적인 ESG 흐름에 눈치보며 의사결정권자들은 ESG를 선언하고 있지만 지나친 가격 상승에 대한 시민들의 눈치도 봐야하기에, 공급망 하부 구조인 낙농가들만 매우 복잡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미국에서 대대로 낙농 가업을 이어 오고 있는 Hild Family Farms는 “ESG의 문제점은 농사를 한 번도 지어본 적이 없고 농업 운영을 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정한다는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낙농업은 농부를 포함한 그 가족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광대한 생태계로 구성되어 있기에, 우리는 보다 더 조심스럽게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낙농업은 기후 및 동물 복지와 관련된 수많은 ESG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낙농업은 젖소로부터 나오는 우유를 통한 유제품을 취급하기에 본질적으로 동물을 많이 ‘사용’하는 산업이다. 젖소는 연평균 70~120kg의 메탄을 방출하며 이를 이산화탄소 수치로 환산하면 23~36배가 된다. 낙농업에서 소를 운송하는 것도 오염에 크게 기여하며, 운송 시 비인도적인 방법도 밝혀진 사례가 많다. 실제 낙농업 내 동물 복지와 관련된 문제는 심각한 우려 사항이다. 고립된 우리, 폐쇄적인 감금 환경, 태어난 지 36시간 이내에 어미에게서 송아지를 떼어내는 등의 잔혹한 과정은 다큐와 책을 통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낙농업은 근로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법률 부족으로 노동권과 관련된 ESG 위험에도 노출되며, 비유제품 대체품이 등장함에 따라 가까운 미래에 생산성 자체에 상당한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는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으며,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한 ESG 흐름에 뒤쳐지는 낙농기업들은 브랜드 인지도가 손상되어 재정적 손실을 겪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제기되고 있는 솔루션으로, 공급망 계획과 비료 관리 신기술이 있다. 어떠한 공급망 전략을 구축하느냐에 따라 낙농기업들은 에너지 소비 최적화와 가격 변동성으로 인한 리스크를 완화시키고 이해관계자(유제품 회사, 소매업체, 농부, 민간 기관)간 협업을 극대화할 수 있다. 메탄 배출 감소와 격리 기술은 이미 상용화 되고 있으며, 분뇨를 활용한 재생에너지원인 바이오가스 생산과 영양이 풍부한 토양 개량제로의 전환 기술도 검토 및 도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낙농업에 환경적인 측면과 인권 및 거버넌스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동물권에 대해서는 아직도 큰 진전이 없다. 동물권보호단체 PETA에 따르면 여전히 젖소들은 더 많은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강제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해야 하며, 매일 착유를 하는 과정에서 유방염에 걸리기도 하고 결국 평생을 고통 속에 살다가 도살된다고 말한다.
2023년 12월 COP28(유엔 당사국총회)에서 134개국이 지지한 지속가능한 농업, 회복성 있는 식량 시스템 및 기후 행동에 대한 에미레이트 선언이 발표되었다. 이 선언문은 온실가스배출을 줄이고, 물과 자원을 관리하고, 생산성 효율성을 개선하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생태계와 동물의 복지를 개선하고, 지역 및 토착민의 목소리를 포함하는 국가 농업 정책을 개정하고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또한 농부와 낙농기업들을 위한 적응 전략을 확대하여 식량 안보를 보장하고 이 분야의 과학 기반 혁신을 지원한다. 파리 협정에 대한 목표 달성을 위한 점검 프로세스인 Global Stocktake는 결과 보고서에서 ‘기후 변화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식량 생산 시스템의 특정 취약성 인식’, ‘기후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식량 및 농업 생산과 식량 공급 및 유통 확보’ 등에 대한 텍스트를 포함시켰다. 지속가능성 및 ESG에 대한 공시 기준을 제공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들은 아래와 같이 동물 복지 관련 텍스트를 포함시켰다.

이스라엘 와이즈만과학연구소에 따르면 포유류의 60%는 가축이며, 한 해 700억 마리가 넘는 가축이 인간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희생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 해결엔 근본적으로 우리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신승철 박사의 “생명에 대한 애절한 배려와 연민이 우리의 인류문명과 지구환경을 살릴 수 있는 작은 시작점”이란 텍스트는 오늘날 우리들이 취해야 할 정신이다. 우리의 정신이 모든 생명체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져야, 현실 세계의 모든 비즈니스에서도 적용 될 수 있다. 낙농업은 인권과 동물권이 걸린 광대한 생태계다. 쉽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더 많은 사회 정책 결의안에서 동물에 대한 권리가 다루어지도록 인지하며 나아가야 한다.
*참고자료
UNFCCC. 2023. Outcome of the first global stocktake
European Commission. 2023. Milk and dairy products
US Department of Agriculture. 2024. Dairy Overview
Gursimran Kaur Bakshi. 2023. Global stocktake at COP 28 ignores food, responsible for 1/3rd global emissions, say leading organisations
Juan Pable Casadiego. 2023. COP28 and the big cow in the room: The need for more plant-based diets
FAIRR. 2019. Material and sustainability risks of dairy farming
Kevin Killough. 2024. ESG push for net-zero emissions in agriculture will destroy farms, raise food prices, group warns
Kitty Wheeler. 2024. McKinsey: US Dairy Sector Focus on Sustainability Challenge
Lori Captain. 2024. Innovative manure solutions for sustainable dairy farming
Sebastien Calais. 2023. ESG in the Dairy Industry: The Value of Suplly Chain Planning
Tony McDougal. 2023. Challenges, opportunities and prospects for EU dairy
생태적지혜. 2023. [지금 여기 가까이] ⑬ 먹는다는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