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협치 Q&A] ① 지금 우리에겐 기후협치가 필요합니다

생태적지혜연구소가 펴낸 책 『기후 협치 – 지구 거주자들의 공생과 연대』(알렙, 2025)의 내용을 바탕으로, 대표저자가 독자들과 소통한 내용을 Q&A형식으로 총5회에 걸쳐 연재한다.

Q. 기후협치란 무엇이고, 기존의 협치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기후협치는 오늘날의 기후위기와 생물멸종의 시대에 필요한 정치적 구성을 협치로 이해하는 것으로, 이때 협치(governance)는 통치나, 관치, 법치와는 달리 제도를 구성하는 당사자들이 매시기마다 수평적 합의를 이루는 의사결정형태를 말합니다. 우리는 협치를 위로부터의 대의적·주권적 협치와 아래로부터의 민주적·구성적 협치로 구별합니다. 위로부터의 협치가 국가 지도자들 간의 협치, 정당 간 협치, 관료와 전문가들의 결정을 시민이나 자치단체가 협조하는 민관협치 등으로 나타나는 것과 달리, 아래로부터의 협치는 풀뿌리 민중과 다중들이 정책의 기본 방향을 결정하고 관료와 전문가, 행정기관, 무수한 형태의 이익집단, 직능단체, 시민단체, 자치공동체 등의 협의체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우고 참여하는 이들의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그것을 계속해서 변경 및 개선하는 역동적 협력의 과정을 지시합니다.

Q. 지금 우리에게 기후협치가 필요한 이유는 뭘까요?

『기후 협치 – 지구 거주자들의 공생과 연대』(알렙, 2025)

오늘날의 기후위기와 생물멸종의 위기는 특정 장소나 특정 시점에서만 나타나는 위기상황이 아니라 모든 시간과 공간에 걸쳐있는 보편적 위기이기 때문에, 그것을 벗어나는 대안은 일부 전문가나 국가기관의 입장이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형태로는 실효적으로 구현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모든 존재자가 피해의 (그리고 위기를 유발한) 당사자로서 죽음과 소멸에 맞서 자기 존재를 보존하기 위한 결단을 자신의 삶에서 실천할 때에만 실현될 수 있습니다. 기후협치는 지금까지의 삶과는 다른 삶의 스타일을 만들어내고 지구와 대지의 구성원으로서 다른 존재들과 함께 공생할 기반을 마련하는 실천을 당사자들에게 요구합니다. 기후위기의 당사자들에는 인류를 포함해, 그동안 배제되어왔던 비인간 행위자들, 즉 다양한 동식물들과 숲, 강, 바다, 늪, 빙하, 대지를 비롯해 광물, 미생물, 분자 단위의 입자들, 인공적 구조물들과 기계장치 등이 총망라되는 전체 지구거주자 일반이 해당됩니다. 인간은 이들 비인간 존재자들 없이는 단 한 순간도 생존할 수 없으며, 지금까지 그랬듯 늘 이들과 공생할 때에만 자기 존재를 영위할 수 있습니다. 기후협치는, 이 말 못하는(아니 그들 존재의 함성을 듣지 못했던) 행위자들을 구성적 협치 안에서 표현하게 하고, 그들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미래를 기획하기 위한 기본적 조건인 것입니다.

Q. 이 책을 기획한 의도는?

그동안 민관협치의 이름으로 정부(그리고 관료기구)와 전문가, 지방정부,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여러 기후 정책들이 있었으나, 위계적 권력관계 하에서 시민과 다중이 늘 미리 마련된 정책, 제도, 법을 뒤따라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곤 했습니다. 따라서 활력이 없는 관성화된 절차, 실행 당사자들의 의기소침, 시시각각 변동되는 위기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는 경직성과 무능, 대중적 무관심 등이 반복되었던 것이 현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에 가장 적극적인 미래 세대들은 어리거나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논의 과정에서 배제되고, 인간중심주의·인간예외주의 하에서 비인간 존재들은 인간이 활용해야 할 도구나 수단으로 전락하거나 문명사회 건설에 방해가 되는 장애물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뿐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가 안전하고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하는 것만큼이나 말 없는 비인간 존재자들의 언어를 들으려 경청하고 그들을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해 새로운 습관과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우리는 지구거주자들이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첫걸음으로 기후 위기의 모든 당사자들이 참여하고 미래를 기획하는 제도인 민주적·구성적 기후협치를 출판했습니다. 우리는 기후협치를 통해 지구거주자 모두가 공생공락의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열고자 했습니다.

Q. 기후협치의 사례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이 말 못하는 행위자들을 구성적 협치 안에서 표현하게 하고, 그들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미래를 기획하기 위한 기본적 조건인 것이다. 사진출처 : Justin

우리는 사회적 재난 속에서 정부와 관료기구의 무능과 태만에 항의하며 자발적으로 생명을 살리고 시민들 간의 협력을 유도했던 다양한 형태의 민회(民會)들을 기후협치의 사례로 이해합니다. 참사가 있었던 곳에는 죽음과 고통, 절망, 분노만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단 하나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고귀한 희생,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고 또 다른 참사를 막기 위해 대안을 마련하려는 의지, 살아남은 자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돌봄의 노력, 낯설고 먼 사이였지만 기쁨과 사랑을 함께 만들어내는 관계망 등이 있었습니다. 세월호와 이태원의 유가족들과 연대자들은 관계자 처벌만이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법과 제도를 수립하려 했으며, 이것은 위기의 당사자들이 새로운 제도를 형성하고 적극적인 실천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인식과 삶을 변경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기후 협치는 바로 그들의 활동을 모델로 하며, 다른 나라들 속에서도 나타난 여러 형태의 민회들, 고베지진 당시의 지역 생협의 활동, 허리케인 윌마와 카트리나에 맞서는 쿠바와 오클라호마 주민들의 활동 역시 기후 협치의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이승준

형식적으로는 시간강사이자 독립연구자이며, 맑스주의자, 페미니스트, 자율주의 활동가 등등일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특이체이자 공통체이면서, 풀과 바다이고, 동물이면서 기계이고, 괴물이고 마녀이며, 그래서 분노하면서도 사랑하고, 투쟁하고 기뻐하며 계속해서 모든 것으로 변신하는 생명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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