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콜로키움 – 『도넛경제학』 (2018, 도서출판 학고재) 읽기

■모시는 글

기후위기와 생태계 위기의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단연 성장주의와 경제지상주의의 논리가 사회현실을 장악하고 있는 자본주의문명에 대해서 말할 것입니다. 그런데 경제의 목적이 만인의 행복과 사회적 가치를 생산한다는 본연의 이유를 상실하고, 모든 윤리, 가치, 규범으로부터 자유로우며 더욱이 오히려 경제가 사회적 규범을 강제하도록 만드는 원리로 전도된 현실이 바로 신자유주의의 규율권력으로부터 드러났습니다. 더욱이 우리 집이지만 우리만 사는 집이 아닌 지구를 더럽히고 파괴하는 행위양식이 바로 자본주의경제입니다.

탁월한 생태경제학의 지평은 연 『도넛경제학』(2018, 도서출판 학고재)의 저자 케이트 레이워스(Kate Raworth)는 인류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와 생태적 문제 모두에 필요한 경제적인 사고의 지평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경제학에서 가장 강력한 도구는 돈도 아니고 수학도 아니다, 연필이다. 연필 하나면 세상을 그릴 수 있으니까”라고 발문에서 밝히면서, 사유의 전환을 위해 도상(icon), 이미지(image), 도표(diagram)에서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자신이 떠올린 이미지 세계에서의 전환이 말과 글의 전환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도넛 그림을 그립니다. 생태적 한계라는 도넛의 바깥 면과, 사회적 기초와 필요라는 도넛의 안쪽 면 사이에서 경제가 이루어진다는 그림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이미지, 도표, 수식의 사유는 통념을 바꾸고 우리가 생각하는 인식의 그림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그는 그림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는 ‘GDP’에서 ‘도넛’으로, ‘자기 완결적 시장’에서 ‘사회와 자연에 묻어든 경제’로, ‘합리적 경제인’에서 ‘사회 적응형 인간’으로, ‘기계적 균형’에서 ‘동학적 복잡성’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부자가 된다’에서 ‘분배적인 경제설계’로, ‘경제가 성장하면 환경도 정화된다’에서 ‘재생적인 경제 설계’로, ‘지상 과제로서의 경제성장’에서 ‘경제 성장에 대한 맹신 보류’로 이행과 전환의 그림을 그립니다.

그러한 그림의 제시는 엄밀한 계산적 사고가 아닌 근사 값, 어림짐작, 주먹구구의 사고를 통해서 색다른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인지편향을 구성해보자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왜냐하면 가장 단순한 것이 우리의 앞으로의 행동을 결정하기 용의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단순한 것에도 분명 다성화음적이고 다성음악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생태경제학을 통해 전환사회를 탐색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그의 색다른 사유의 패러다임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다양한 모델의 탄력성을 필요로 하는 전환사회의 비젼을 열어냅니다. 생태적지혜연구소에서 두 번째 콜로키움 자리에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우리 자신이 앞으로 나아갈 그림과 지도를 그려야 하는 순간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함께 연필을 들고, 그 지도그리기하려 하는 이 자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일시 : 2019년 12월 19일(목) 저녁 7시
  • 발제 : 전병옥 (글로벌 기술사업화 연구소 소장)
  • 논평 : 박도원 (TRSacademy 대표, 한림법학원 행정법 상임교수), 송영덕 (나눔법무사 사무소 대표)
  • 사회 : 임지연 (아트노이드178 디렉터)
  • 대상 : 『도넛경제학』을 읽은 모든 사람
  • 주관/장소 :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문래동2가)

생태적지혜

모두의 혁명을 위한 모두의 지혜


맨위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