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유토피아 안내서] ① 기후위기시대, 새 판 짜기 -기후생태헌법

기후위기는 기후재난, 사회적 위기, 생태위기라는 예측불허의 새 국면을 맞게 했다. 더 이상의 과거의 규칙으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따라서 이제 국가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헌법을 기후생태헌법으로 개정해야 한다. 7공화국은 생태공화국이 되어야 한다.

첫 번째 여행지는 헌법입니다. 시작부터 묵직하지요. 하지만 새로운 사회, 새로운 세상을 꿈꾸면서 헌법을 지나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럼 함께 살펴볼까요?

87년에 만들어진 헌법은 여러 법률들로 보완이 되었지만, 근본적으로 우리는 약 40년 전의 시대가 만든 틀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사진출처 : guvo59

새로운 체제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편으로 잘못된 체제를 점점 무너뜨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안적 사회를 구성해야 합니다. ‘국가’라는 방식이 일정한 한계도 있지만 여전히 유효하다면, 이를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논의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국가를 규정하는 가장 큰 틀은 역시 ‘헌법’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영역은 ‘정치’일 것입니다. 따라서 헌법과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기후위기 극복도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헌’에 대한 논의는 제법 오래 되었습니다. 87년에 헌법이 개정된 후로 40년이 되어 가는데도 아직 개정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러 법률들로 보완이 되었지만 근본적으로 우리는 약 40년 전의 시대가 만든 틀 속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지방분권’, ‘대통령 임기’ 등 헌법 개정을 위한 여러 쟁점들이 많지만 여기서는 ‘기후생태헌법’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헌법이란?

– 헌법은 한자로 법 憲(헌), 법 法(법)자를 사용합니다. 즉 법의 법, 최상의 법이란 의미이지요.

사전적 정의로는, “국가의 기본 법칙으로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고 국가의 정치 조직 구성과 정치 작용 원칙을 세우며 시민과 국가의 관계를 규정하거나 형성하는 최고의 규범이다.”입니다(위키백과). 법률이 시민을 강제하지만, 시민은 헌법을 통해 법률을 통제합니다.

헌법 개정의 필요성1

– 현행 헌법은 기후위기나 멸종위기 문제가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은 시기에 제정되었기에, 관련한 내용이 부실합니다. 따라서 이제는 현재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개정해야 합니다.

(1) 국가의 적극적인 기후대응을 위해

– 지난 헌재의 기후소송 결과를 보면, 현행 헌법의 제35조 1항 ‘환경권’을 소극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의무를 직접 규정해야, 기후대응 법률의 위헌 여부를 ‘최소한의 보호조치’ 기준이 아니라, ‘적극적 대응의무’ 이행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될 것입니다.

(2) 국가의 생태계 보호를 위해

– 각종 개발사업으로 생존위협을 받고 있는 종들을 보호하려면 국가가 기업의 영업의 자유를 제한해야 하는데, 이는 ‘국민의 환경권’이 침해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제한을 정당화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국가의 생태계 보호의무를 헌법에 규정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국가가 개발사업이나 기업의 영업 인허가에서 영업의 자유 보호와 생태계 보호를 비교형량(달성되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을 비교하는 것)할 의무가 발생합니다.

(3) 국가의 동물보호를 위해

– 위의 생태계 보호조항은, 개별 동물 자체의 보호나 동물이 필요로 하는 바를 충족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종의 유지’가 필요한 경우 (야생) 동물의 서식지 파괴로부터의 보호 정도에 그칠 수 있기 때문에 동물보호 의무를 별도로 헌법에 규정해야 합니다.

지구법학과 자연의 권리, 그리고 입법 사례

– 앞서 언급한 헌법의 3가지 필요성은, ‘자연의 권리’ 사상이 대두되고 실정법으로 입법이 되면서 변화의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지구법학’이란, 지구 생명체들에게 법인격을 부여하고자 하는 법사상 혹은 법률 체계의 학문입니다. 지구법학의 핵심 전제는 지구 행성을 구성하는 모든 생명이 그 자체로 존엄성과 권리를 갖는다는 것인데, 이는 존재가 기원하는 곳에 권리가 발생한다는 ‘토마스 베리’의 사상에 기원합니다. 따라서 강은 강의 권리를, 동식물도 각각 그들 나름의 권리를 가지며, 법은 이러한 권리를 실정법의 영역으로 명시하고, 자연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2

남미에는 자연의 권리와 그에 상응하는 정부와 국민의 책임을 법으로 상세히 규정한 사례가 있다. 사진출처 : Michelle Ding

에콰도르는 세계 최초로 국가 ‘헌법’에서 자연의 권리를 인정한 사례인데(2008), 자연 자체의 권리를 ‘존재하며, 지속되고, 유지되며, 자신의 필수적인 순환을 재생할 수 있는’ 것으로 명시했습니다. 이러한 에콰도르 헌법에 따르면, 자연은 “존재 자체와 생명의 순환과 구조, 기능 및 진화 과정을 유지하고 재생을 존중받을 권리”와, “회복될 권리”라는 크게 두 가지의 권리를 갖습니다. 에콰도르 재판부는 “자연을 단순히 법적 객체로 여기는 전통적인 패러다임을 깨뜨리고 자연을 살아있는 사람처럼 하나의 주체로 여기기 위한” 중대한 혁신이라고 평가했습니다.3

새로운 헌법 제정은 몇 가지 소송에서 자연의 권리를 지켜냈습니다. 예를 들어, 새우 회사 마르메사가 해안 맹그로브숲에서 새우 양식을 불법 조업하자 환경부가 이를 단속했는데, 마르메사는 사업을 영위할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소송하였고, 1심에 이어 항소심까지 정부가 패소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상고했고 헌재는 재산권과 같은 사적인 권리가 자연의 권리에 앞설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4

이외에도 자연의 권리와 그에 상응하는 정부와 국민의 책임을 상세히 규정한 최초의 사례인 볼리비아의 ‘어머니 지구의 권리에 관한 법’(2010)과, 파나마의 ‘자연의 권리 법’(2022) 등이 있습니다. 또한 뉴질랜드의 황가누이강은 2017년 마오리족이 신성시 했던 강으로, 법인격이 부여되었고, 인도의 갠지스강과 야무나강은 ‘살아있는 사람에 부응하는 모든 권리, 의무와 책임’이라는 법적 권리를 부여받았으며, 콜럼비아 대법원은 아마존강에 법적 권리를 부여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기업에도 사람의 지위를 부여했습니다(법인). 그렇다면 자연에 하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요? 기업의 이윤활동보다 자연과 생태계의 가치가 낮을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헌법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내용들입니다.

녹색헌법(생태헌법): 새로운 시대, 새로운 게임의 법칙.

– 국내에서는 기후생태헌법에 대한 논의가 많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시기에 출간된 《녹색헌법》이란 책에서 꽤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은, 거칠게 보자면 이전까지의 다양한 헌법 개정 연구들의 주요내용을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녹색의 가치를 더한 책으로 볼 수 있습니다.5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녹색’은 ‘생태’, ‘환경’뿐 아니라 생명이라는 근본적 사상부터 기본권, 민주주의와 정치, 분권, 입법 행정 사법부의 구성과 구조, 경제 등을 모두 담고 있는 가치로, 다음의 3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6

(1)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 생명중심주의로”. 헌법의 최우선 가치가 담긴 제1조를 “모든 생명은 존엄한 가치가 있다.”로 제안하며, 제3조에 국가의 생태계 보호 의무를 넣어 생명가치를 강조하였습니다. 기존 헌법의 틀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는 핵심적 내용입니다.

(2) “민주주의를 심화하는 정치 제도”. 비례대표 선거제도 도입, 국민의 법률 제안권과 소환권 인정, 사법 관련 해외에서처럼 시민들의 결정을 따르는 배심제 도입과 검사장 직선제, 기후위기와 멸종위기를 지켜낼 헌법기관인 생태환경위원회 신설, 대통령과 총리, 내각의 권한을 분산해 서로 협력 및 견제, 국회를 양원제로 하고 상원을 지자체에서 선출하며 시도광역의회가 법률 제정 권한을 갖는 혁신적인 지방자치 분권 등의 내용입니다. 아무리 기후생태헌법 조항을 잘 만들어도 이를 집행할 주요 국가 기구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도 중요합니다.

(3) “성장 중심에서 생명 중심의 경제로”. 경제의 성격과 역할을 ‘인간의 존엄한 가치와 생명 가치를 보호하는 경제’(138조)로 명시했고, ‘재산권 행사도 생태계를 지나치게 파괴하지 않는 범위에서’(139조)라고 규정하면서, 성장 중심에서 벗어나 생명과 인간의 가치가 중시되는 경제로 바꿀 것을 제안합니다. 이는 성장주의가 지금의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낳았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기후생태헌법 개정을 위한 구체적 제안

– 여기서는 기후생태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조항만 다루려 합니다. 물론 기후위기에 온전하게 대응하려면 ‘기후생태헌법 조항’만으로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조항대로 운영하기 위한 정치구조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입법, 행정, 사법의 개헌안을 다루기에는 논의가 방대해지기에 생략하겠습니다. 주로 《녹색헌법》에서 제안하는 녹색헌법안과 박태현 교수(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지구와 사람 지구법학회)안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현행 헌법의 구조대로 살펴보되, 전문, 총강, 기본권, 국민의 권리와 의무, 경제, 국토개발 등을 중심으로 기존 헌법안의 개정 또는 제정(신설)을 제안합니다.

[전문]

– 전문이란 본문이 시작되기 전에 헌법의 기본원리와 추구하는 가치, 그리고 제정된 유래를 간략히 표현하고 있는 머리말로, 전문에 표현된 내용은 헌법 본문의 각 조항처럼 헌법으로서 효력을 지닙니다. 헌법 본문에는 없으나 전문에 있는 내용에 효력을 인정한 사례도 있습니다(국가유공자 인정 조항은 없으나, 전문에 의거 헌법재판소가 예우 인정해야 한다고 결정).7

– 전문 개정안(녹색헌법):

“대한민국은 생명을 소중히 여깁니다. 사람뿐 아니라 자연에 깃든 모든 생명을 가꿉니다. 서로 돕고 살리는 세상을 되찾기 위하여 1919년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였으며 생명의 존엄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사람들을 민주공화국입니다. 헌법은 모든 생명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 우리의 약속입니다. 이 약속을 새롭게 하기 위해 국회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를 통해 ○○○○년 ○○월 ○○일 헌법을 개정합니다.”8

[총강] (1~9)

– 우리 헌법 전체 내용의 중요한 핵심 줄거리를 요약해서 정리한 부분입니다.

현행 헌법녹색헌법
제1조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제1조 모든 생명은 존엄한 가치를 가진다. (신설)제2조 (현행 헌법 1조)제3조 (신설)①국가는 법률에 따라 동물과 식물을 포함한 생명체의 서식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②국가는 산, 들, 강, 바다를 포함한 생태계와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미래 세대를 위해 보전해야 한다.③국가는 자연의 복원력과 자연을 이용하는 수요가 지속 가능한 균형을 맞추도록 해야 한다.

→ 신설되는 1조는 총강에 속하면서도 상징적인 헌법 1조의 내용을 생명의 가치로 두어, 이 헌법이 향해야 할 기본가치를 명확히 합니다.

→ 신설되는 3조는 1조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국가가 해야 하는 의무를 구체화 합니다. 1조, 3조는 매우 진전된 제안임에도, ‘자연의 권리’까지 나아가지는 못했습니다.

[국민의 권리와 의무] (10~39)

– 기본권은 국민에 대한 국가의 의무이고, 국가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국민은 헌법을 내세워 국가에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행 헌법의 기본권은 인간을 중심에 두고 있기에, 여기서는 생명의 권리를 먼저 언급합니다.

현행 헌법박태현 교수안9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제10조 ②모든 생명체는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지며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국가는 법률로써 생명체가 가지는 가치와 권리를 확인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신설)

→ 새로운 ‘생태적 기본권’ 도입과, ‘자연의 권리’를 인정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 재산권

현행 헌법박태현 교수안10
제23조 ②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③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ㆍ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제23조 ②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와 생태보전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개정)      

→ 자본주의 사회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재산권 행사의 범위를 생태보전까지 넓혔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 재해(재난) 예방

현행 헌법박태현 교수안11
제34조 ①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②국가는 사회보장ㆍ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⑥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제34조 ②모든 사람은 안전하게 살 권리를 가진다(신설).⑥국가는 재난을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여야 한다. (개정)⑦국가는 기후재난을 방지하기 위하여 기후위기를 완화하고 그에 적응하는 정책을 시행하여야 한다. (신설)

→ 현행 헌법의 ‘재해’보다는 더 포괄적 의미의 ‘재난’으로 표현을 바꾸고, 특히 심각해지는 기후재난에 대비하여 ⑦항을 신설, ‘완화’와 ‘적응’을 명시하여 생명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분명히 합니다. 또한 ‘국민’을 ‘사람’으로 바꾸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국민이 아닌 이주민이나 외국인노동자 등도 보호받을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 환경권12

현행 헌법녹색헌법
제35조 ①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③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제35조 ①모든 사람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생태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개정)(③항은 삭제하고, 주거복지 정책으로 하여 적절한 곳으로 이동)

→ ①항에서, 전반부에 환경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해 놓고, 뒤에서 환경(생태)보전의 의무를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부담하는 것은 모순됩니다. 따라서 ‘국민’을 삭제하고, 국가의 의무임을 분명히 합니다.

[정부_대통령] (제66조~제85조)

○ 정부(대통령)13

현행 헌법녹색헌법
제69조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제69조“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지키며 조국의 평화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문화의 창달을 위해 노력하고, 기후위기 극복과 생태보전을 위해 힘쓰며, 대통령으로서 맡은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 대통령 직무의 핵심 중 하나를 ‘기후위기 극복과 생태보전’으로 둡니다.

[경제] (제119조~제127조)

○ 경제14

현행 헌법녹색헌법
제119조 ①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②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제119조 ①국가는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보장하며, 인간의 존엄한 가치를 지키고 모든 생명을 보호하는 경제 질서를 세우기 위해 노력한다.(신설)②국가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있는 경제를 기본으로 삼으며, 각 사람의 경제적 자유는 이 한계 내에서 보장된다.(신설)③국가는 경제민주화를 위하여 경제 주체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경제력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조정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한다.

→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야기하는 표현인 (경제)‘성장’을 삭제하고, 경제활동의 목적을 인간 및 모든 생명 보호로 명확히 한, 명료하고 단순한 문장의 녹색헌법안을 준용하고 일부 수정합니다. 경제의 사회정의 실현을 명확히 한 제헌헌법 84조도 일부 수정하여 포함합니다.

○ 국토 개발

– 국토개발이 왜 ‘경제’ 부문에 속해있는지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현행 헌법박태현 교수안15
제120조 ①광물 기타 중요한 지하자원·수산자원·수력과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일정한 기간 그 채취·개발 또는 이용을 특허할 수 있다.②국토와 자원은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그 균형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계획을 수립한다.제120조 ①광물 기타 중요한 지하자원·수산자원·수력과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은 모든 국민의 공동자산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보존·개발되어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일정한 기간 그 채취·개발 또는 이용을 특허할 수 있다. (개정)  
현행 헌법박태현 교수안16
제122조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제122조 ②국가는 생태적·경관적 가치가 큰 국토를 미래세대를 위하여 항구히 보전하여야 한다. ③국가는 동·식물의 자연 서식 생육지가 되는 국토를 최대한 보전하여야 한다. (개정, 신설)

→ 120조는 자연 자원이 공동자산임을 밝혀 개발의 목적이 공공의 이익임을 분명히 밝혀 둡니다. 122조는 동·식물 등의 서식지 보호를 위해 국토를 보전해야 함을 밝힙니다.

[기타]

○ 독립 기관(헌법 기관) 신설

– 제133조(생태환경위원회)17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생태환경위원회를 신설하여 기후변화, 생물의 멸종, 방사능 오염 같은 생태 환경 파괴를 방지하고 감시하여 기후와 생태계를 보전해야 한다. 사진출처 : Evgeni Tcherkasski

“생태환경위원회는 기후변화, 생물의 멸종, 방사능 오염 같은 생태 환경 파괴를 방지하고 감시하여 기후와 생태계를 보전한다. 또한 자연이 주는 혜택은 물론 자연파괴의 책임과 그 파괴에 따른 피해를 지역별, 소득별, 세대별 부정의 등을 바로잡는 기후정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분배한다. 이를 담당할 옴부즈맨을 두어야 하고, 이에 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 앞서 제안한 다양한 기후생태헌법안 내용들을 실제적으로 지켜지기 위해서는, 이를 주도적으로 담당할 기구가 필요하고, 이는 독립된 헌법 기관의 위상을 가져야 합니다. 따라서 신설되는 생태환경위원회는, 녹색헌법안에서 모호했던 ‘감시’의 역할을 추가하고, ‘기후정의’ 원칙을 추가하여 자연파괴에 따른 책임을 명확하게 했습니다.

녹색헌법안에는 없지만 이를 실제적으로 담당할 옴부즈맨을 두어 실효성을 담보해야 합니다. 볼리비아의 경우, ‘어머니 지구의 권리에 관한 법’ 통과 이후 ‘다민족어머니지구청’이라는 새로운 기관을 설립하여, 숲 보호, 물 보전, 폐기물 관리 캠페인을 펼치고, 볼리비아의 야심 찬 기후변화 전략을 개발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18, ‘어머니 지구’부를 신설하고, 행정감찰관(옴부즈맨)도 임명할 예정입니다.19

기후생태헌법 도입 위한 바람직한 방향

– 다음 연재글에서 자세하게 소개하겠지만, 기후시민의회를 구성(약 300명)하고, 여기서 도출된 개헌안을 국민투표를 통해 정하는 것이 정치권의 정쟁을 피하고, 내용의 후퇴 없이 실제 도입할 수 있는 가장 나은 방법입니다. ‘시민의회’란 무작위 추첨된 일반 시민들이 공공 정책을 숙의하고 결정하는 기구입니다.○ 방식: 약 1년 간 ‘학습-공청회(의견수렴)-심의-최종 보고서’의 단계를 거쳐 진행 → 정당들의 헌법개정안을 받아 심의 → 분과별 위원회를 구성해 온라인에서 논의하고 한 달에 한두 번 오프라인에서 전체 회의 진행(TV나 인터넷으로 생중계) → 홈페이지, sns 등 시민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

– 시민의회 방식으로 해야 하는 이유는,(1) 현 정치구조에서 여야 정당들의 이해관계로 인한 정쟁의 무한루프를 피할 수 있는 방식(2) 고대 아테네부터 이어온 직접, 숙의, 참여민주주의를 가장 잘 실현한 방식(3) 대한민국 헌법 1조와 헌법 정신인 자유주의와 공화주의를 가장 잘 구현한 방식(4) 아일랜드의 경우, 보수적 가톨릭 국가임에도 시민의회를 통해 동성혼과 낙태 관련법 통과(5) 시민배심 제도가 대표적 방식으로, 이미 수백년간 검증을 받음. 한국의 국민참여재판 사례

개헌의 한계, 그러나 필요한

(1) 헌법에는 강제수단이 없다.

– 헌법은 모든 법과 권력을 복종시키는 최고의 효력으로 존재해야 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헌법에는 강제수단이 없습니다. 헌법으로부터 기원하는 모든 법들이 가지고 있는 강제력을 정작 헌법은 갖고 있지 못합니다. 그 효력을 거부하는 권력에게 복종을 강제할 수 있는 물리적 수단이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헌법은 최종적 효력을 국민에게 의존합니다. 국민들이 헌법의 내용을 알고, 최고 권력도 헌법에 복종해야 한다고 믿고 있을 때만이 권력으로 하여금 순순히 따르게 할 수 있습니다. 전태일 열사 당시 근로기준법이 없어서 노동권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헌법은 제정에 의해 존재하는 법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 내용 그대로 실현되어야 한다고 믿을 때 비로소 존재하고 효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20

(2) 기후생태헌법()을 재정했음에도 계속되는 생태파괴 문제(에콰도르)21

1) 헌법 내부의 모순

– 에콰도르 헌법 제407조는 국립공원과 보호지에서 재생 불능 자원을 추출하는 것을 금지하지만,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이 금지를 해제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실제로 정부는 야수니 국립공원에 매장된 석유/가스 채굴권을 경매로 팔아넘겼고 선주민들을 위협했으며 대중의 강한 반발을 촉발한 사건이 있었습니다(2013).

→ 헌법 내부의 모순을 줄이는 고민도 필요.

2) 에콰도르 경제 구조의 한계

– 자연자원 채굴은 에콰도르 경제의 기간산업입니다. 20년간 중단되었던 노천 채굴이 새 광업법으로 다시 허가되었는데, ‘자연의 권리’ 헌법을 통과시킨 코레아 대통령은 “채굴은 현시대에 필수적이다. 그것이 없다면 우리는 다시 혈거인(동굴 속에 사는 사람들)처럼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수십만의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항의했고, 이에 코레아 대통령은 새 헌법에 담긴 물, 식량, 보건, 일자리, 주거 등의 인권을 보장하려면 자연자원 채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대외 부채상환에 소요되던 자금으로 교육, 보건, 빈곤 퇴치를 위한 지출을 크게 늘리자, 교육적 성과와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고 빈곤이 줄었습니다. 유엔인간개발지수와 지구행복지수 순위도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이게 가능했던 건 대부분 아마존 상류 지역의 대규모 채광과 석유/가스 채굴 등 환경 파괴적인 활동을 통해서였습니다.

→ 따라서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 생태계 파괴, 노동착취 등에 의존하는 경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계획도 동시에 필요하며,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경제구조를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합니다.

또한 자연의 권리를 인정해도 이 권리가 기득권과 상충할 때는 엄청난 난관이 따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결국 헌법 제개정으로 끝이 아니라, 시민의 힘(사회운동)이 계속 필요합니다.

“새 법안을 작성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사회운동계는 정부가 약속을 지켜 진보적인 정책을 이행하도록 늘 주의 깊게 감시해야 한다.”(마르크 배커 교수)22

그럼에도 헌법은 새로운 사회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실제 국가 시스템의 기준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기에 개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헌법 개정 없이도 가능한 것들

– 헌법 제126조: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긴절한 필요로 인하여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

→ 뒤집어 말하면 긴절한(매우 필요하고 절실한) 필요 때문에 법률로 정하면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라는 인류 최대, 국가 최대의 시급한 과제 앞에서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내용의 조항입니다. 실제 미국은 2차대전 시기에, 전쟁에 긴급하게 대응하기 위해 ‘전쟁물자생산국’을 만들고, 이곳을 통해 기업들에게 군수물자를 만들도록 강제하기도 했습니다.23

다음 글에서는 ‘민주주의’를 살펴볼 예정입니다. 헌법을 포함한 이 모든 중요한 결정을 누가 어떻게 내릴 것인가의 여부가, 실제 헌법도 제대로 굴러가게 할 수 있는 키가 된다는 점에서 정말 중요한 주제일 것입니다.


  1.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비상행동, 사회대개혁특별위원회 개혁의제, 기후환경소위 10대 개혁과제」, 이치선(개헌 작성).

  2. 『지구법학』, 지구법학회, p.18~19. “인간은 더 넓은 존재 공동체의 한 부분이고 그 공동체에 속하는 각 성원의 안녕은 전체로서 지구의 안녕에 의지한다 는 사고에 토대를 두고 있는 법과 인간 거버넌스에 관한 철학.”(위키피디아)

  3. 『자연의 권리』, 데이비드 보이드, p.213~233.

  4. 『자연의 권리』, 데이비드 보이드, p.255~256.

  5. 국내 개헌안으로는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 자문위원회안(2014), 시도지사협의회안(2015), 대화문화아카데미안(2011,2016),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2016),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2017)을 참고. 외국 헌법은 국회도서관에서 35개국 헌법을 모두 번역해 만든 『세계의 헌법』이란 책을 참고했으며, 그 외 세계인권선언(1948), 세계 녹색당 헌장(2001), 한국 녹색당 강령(2012)을 참고.

  6. 『녹색헌법』, 녹색전환연구소, p.275~278.

  7. 『지금 다시, 헌법』, p.24~25.

  8. 『녹색헌법』, 녹색전환연구소, p.226.

  9. 「‘기후·생태 헌법 연구’ 보고서」, 박태현 교수안 일부 수정(환경보전→생태보전). ◎ 현행 헌법: 제23조 ②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10. 「‘기후·생태 헌법 연구’ 보고서」, 박태현 교수안 일부 수정(환경보전→생태보전). ◎ 현행 헌법: 제23조 ②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11. 「‘기후·생태 헌법 연구’ 보고서」, 박태현 교수안 준용. ◎ 현행 헌법: 제34조 ⑥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12. (참고) 정의당 개헌안: 제37조 ① 모든 사람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함께 누릴 권리를 가진다. ② 모든 생명체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③ 국가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의 정의를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④ 국가는 지구생태계와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을 지고, 환경을 지속가능하게 보전하여야 한다.

  13.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박태현 교수안 일부 수정.

  14. 『녹색헌법』, p.237~241. 일부 수정, 제헌헌법 제84조 일부 수정.◎ 현행 헌법: 제119조 ①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②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15. 「‘기후·생태 헌법 연구’ 보고서」, 박태현 교수안 준용.

  16. 「‘기후·생태 헌법 연구’ 보고서」, 박태현 교수안 준용.

  17. 『녹색헌법』, p.43~45. 일부 수정.

  18. 『자연의 권리』, 데이비드 보이드, p.246.

  19. https://climateaction.re.kr/news02/15238

  20. 『헌법을 쓰는 시간』, 김진한, 프롤로그 중.

  21. 『자연의 권리』, 데이비드 보이드, p.222~230.

  22. 『자연의 권리』, 데이비드 보이드, p.232.

  23. 『기후위기와 자본주의』, 조너선 닐, p.85~89.

김영준

기후위기를 극복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은 두 아이의 아빠이자, 예술의 힘을 믿으며 '월간 기후송'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싱어송라이터. 교육의 중요성을 고민하는 기후환경강사이면서, 종교(신앙)의 힘을 아직 믿는 기후위기기독인연대 활동가, 그리고 정치에 희망을 버리지 않은 녹색당 당원. 생태전환Lab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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