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동화] ① 3월_초록 잎이 가지 끝에 숨은 계절

조용한 공원에 앉아 계절에 나에게 속삭이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3월은 말한다. 그리고, 봄이라고.

3월.

한결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달_ 아라파호 족

잎이 터지는 달_ 테와 푸에블로 족

바람 속삭이는 달_ 호피 족

하루가 길어지는 달_ 위쉬람 족1

무얼 해야 할지 모를 때, 창문으로 보이는 저 산 오랜만에 맑게 보일 때, 빛이 좋을 때, 눈물 흘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왠지 설렐 때,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다시 나로 돌아가고 싶을 때 늘 가는 공원이 있다.

나의 하얀 자전거 안장에 앉을 때 계절의 빛, 나무와 풀꽃. 시냇물, 사람들 지나 작은 계절 여행이 시작된다.

‘봄까치’는 길가나 밭에 피는 작고 파란 꽃이다. 반드시 태어난 곳에서 뿌리내리고 살아야 한다. 그 꽃을 가지려고 꽃을 꺾어 손에 쥐고 다니다 보면 어느새 꽃은 없고 줄기만 남는다. 봄까치는 자신이 피어난 곳에서 살고 싶어 한다.

나는 봄까치를 지나 달린다. 공원에 가는 길은 약간 내리막이라.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바람을 가를 수 있다. 봄까치의 빛깔과 꽃잎의 파란 선처럼 생긴 바람이 오늘의 바람. 바람에도 봄까치 피었나.


공원의 주름 많고 상처 많은 짙은 갈색의 벚나무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무의 계절은 겨울 끝 무렵 나무의 계절.

나무의 몸에 잎이 있지만,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계절.

나뭇가지 색의 둥근 봉오리 안에, 곧 터질 듯 부푼 봉오리 안에 숨어있는 연한 초록의 잎들.

아직 초록은 보이지 않는다.

겨울 끝 무렵에도 나무에는 꽃이 핀다. 어떤 색도, 향기도 없는 꽃. 보이지 않는 꽃. 피어났지만, 모두가 고요한 시간의 꽃.

이때의 나무를 사랑한다.


밤하늘에는 까만 어둠에 흰 별이 있고, 그 나무의 계절. 공원의 파란 하늘에는, 밤에는 별이 될 검은 까마귀가 하늘을 난다.


공원에는 나무랑 새랑 종종 사람이 있는데. 그곳의 나무는 나무로 살고, 새는 새로 살아서.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질문하지. 나를 잊고 무언가(無言歌)가 되네.

의자에 가만히 앉아서, 이곳의 소리를 들여다보면. 계절의 동화를 들여다보면.

계절이 무엇일까.

아무튼 계절이 우리를 관통해 지나가면,

우리는 가만히 지나가는 계절을 바라만 본다면. 눈 감고 들어만 본다면. 들여만 준다면, 너의 따뜻한 심장이 있는 그곳에.

그곳에, 봄까치는 핀다네.

그리고,

봄.


  1. 인디언 달력, 열두 번의 행복한 날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시애틀 추장 외 류시화 엮음, 더숲, 2020

규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언젠가부터 제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계절 동화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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