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숨어있는 차별 찾기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읽고

우리는 차별하는 일부의 사람들을 비난하곤 하지만, 사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차별을 행한다. 이처럼 스스로를 차별하지 않는 선량한 시민이라 믿는 사람을 저자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라고 부른다. 간단히 말하면 특정한 차별주의자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상황과 입장에 따라 차별주의자가 된다는 것이다.

김지혜 저 『선량한 차별주의자』(창비, 2019)

2024년의 여름은 여느 때보다도 뜨거웠지만, 얼마 전에 막을 내린 파리 하계 올림픽 덕분에 잠시나마 더위를 식힐 수 있었다. 우리 선수들은 기대 이상의 성과로 우리를 기쁘게 했지만, 동시에 그동안 자행되어온 선수들에 대한 차별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일이 동시에 발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이를 통해 체육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저변에 만연해 있는 차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왜 비윤리적인 차별이 지금도 존재할까? 김지혜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통해 자신이 차별하면서도 그것이 차별인 줄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힌다. 저자는 오랫동안 다양한 소수자 관련 현안에 관심을 가지고 현장과 밀접한 연구를 통해 사회에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법적·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 우리 사회의 차별이 작동하는 원리와 해결책에 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일부의 몰상식한 사람만이 차별을 자행한다고 생각하며 이들을 비난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도 무의식적으로 차별하고 있다. 스스로 선량한 시민일 뿐 차별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을 저자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라고 부른다. 간단히 말하면 특정한 차별주의자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상황과 입장에 따라 차별주의자가 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선량한 차별주의는 주변에서 시행되고 있는 호의성 자선사업에서도 어김없이 작동하고 있다.

“무언가 베풀 수 있는 자원을 가진 사람은 호의로서 일을 하고 싶다. 자신이 우위에 있는 권력관계를 흔들지 않으면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런 호의성 자선사업이나 정책은 그저 선한 행동이 아니다. 내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주고 말고를 결정할 수 있는, 통제권이 온전히 나에게 있는 일종의 권력 행위이다. 만일 당신이 권리로서 무언가 요구한다면 선을 넘었다고 비난할 수 있는 권력까지 포함한다.”

이성애자들에게는 선택인 결혼이지만, 동성 커플 입장에서는 특권이 된다.
사진출처: Pexels

우리가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는 이유는, 일부 권력층만이 특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권이란, 주어진 사회적 조건이 자신에게 유리하기에 누리게 되는 온갖 혜택을 말한다. 예를 들면 이성 커플에게는 결혼이란 당연한 것이나 선택의 문제이지, 이를 특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제도 하에서 결혼을 할 수 없는 동성 커플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이처럼 특권을 포함하여 저자는 차별은 생각보다 흔하고 일상적이라고 지적한다. 고정관념을 갖는 것도 다른 집단에 적대감을 느끼는 것도 차별이기에 내가 차별하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능력주의 역시 차별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계층의 사다리를 올라갈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지기만 한다면 평등한 사회라고 여긴다. 능력주의를 표방하는 사람은 자신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자기 확신은 더욱 편향되게 행동하는 원인이 되며 이것이 바로 차별로 이어진다. 그러면서 저자는 능력주의 같은 중립성으로 은폐된 배제와 억압의 기제에 도전하기 위해 ‘차이’를 강조하는 미국의 정치 이론가인 아이리스 매리언 영의 ‘차이의 정치’를 긍정한다. 즉,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는 능력에 대한 편향적인 생각 대신에 사람들이 다양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차별을 없애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개인 차원을 넘어 구조적인 차별도 우리는 역사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가 있는데, 노예제 시대에는 노예를 자연스럽게 여겼고, 여성에게 투표권이 없는 시대에는 그것이 당연해 보였다. 이처럼 구조적 차별은 우리의 감각으로는 자연스러운 일상일 뿐이기에 쉽게 종식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이것을 없애기 위해서는 ‘의심’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세상은 정말로 평등한지, 내 삶은 정말 차별과 상관없는지” 끊임없이 물어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그저 자연스러워 보이는 사회질서를 무의식적으로 따라가며 차별에 가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자신은 진보적인 성향이고 사회의 부조리에 분노하며 개선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지라도 선량한 차별주의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가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곳에서 ‘차별’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며,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인정해 주는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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