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 시작되면 대중교통비가 자동 출금되는데 7만 원에서 9만 원 사이 되는 것이 보통이다. 4일 환경시민단체 후원은 5만 원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청약 저축은 오래 이어왔는데 잠정 중단했다. ‘왓챠’, ‘유튜브’, ‘어도비(포토샵·라이트룸)’, ‘구글미트’ 구독료는 합치면 약 4만6천 원가량 된다. 월세는 18일을 납부일로 하며 수도세와 함께 51만5천 원을 낸다. 적금 계좌는 두 개인데 28일에 각각 50만 원과 20만 원을 넣는다. 자택 인터넷과 휴대폰 이동통신비는 9만 원가량이며 보험료는 3만 원가량이다. 전기료와 가스비는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각각 5천 원에서 1만 원 사이를 내며 위의 지출 사항들을 대략 총계해 보면 150만 원이 조금 넘는다.

식비와 활동비, 창작비, 유류비는 재량껏 해야 하는데 이 중에서 돈을 아껴 한 달에 10만 원 이상을 따로 저금해 두어야 한다. 저금한 돈은 주로 경조사와 선물 등을 염두한 것이며, 살 것이 있을 때를 대비하는 목돈 마련의 뜻도 있지만 비상금으로도 쓰이면서 잘 모이는 편은 아니다. 경조사비는 지출되지 않는 달도 있지만 지난달엔 30만 원이 들었고 작년 10월엔 120만 원이 들었다.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
우선순위에서 제일 밀려나는 것은 식비이다. 식비를 아끼기 위해 소위 위를 줄인다고 표현하는 밥량 줄이기 노력을 했고 제법 성공하였는데 자주 무력감을 느낀다. 친구들과 만나는 날에 맛있는 것을 먹으면 된다고 스스로를 달래왔는데 비싸지는 외식 값에 몇 개월 전부터는 약속을 대폭 줄였다.
화방 세일기간인 3월과 9월에는 보통 2~30만 원씩을 잡고 미리 대비를 해왔는데 최근에는 있는 재료를 더 활용하고 검소해지기를 희망하며 화구를 사지 않고 있다. 나눔 받은 캔버스 십수 개가 있어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차량 운행은 최대한 필요한 때만 하여 유류비를 최소화하고 있다.
돈을 중심에 두고 생각을 이으면 쉽게 공허한 마음이 든다. 나는 오랫동안 돈을 싫어했다. IMF 금융위기 당시와 이후의 여파 속 부모님을 바라보던 기억, 반찬 많이 먹는다고 동생에게 핀잔을 주던 기억, 교복 맞추는 값이 비싸다는 것을 듣고 중학교 입학을 하지 않겠다고 했던 기억, 굶고 다녔던 20대, 가난한 연애의 기억 등을 떠올리면 여전히 돈이 밉다.
예술가 프리랜서로서 생활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벌려 노력하던 짧지 않은 시기가 있었는데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전업 예술인을 향한 열망을 내려놓고 어떤 기회로 지금의 직장을 구하게 되었다. 직장을 다니며 생활하고 창작활동 등 영위하는 것에 감사해하고 보람을 느끼면서도, 돈에 관한 (어쩌면 슬픈) 태도는 잘 변하지 않는다. 돈을 더 벌 수 있는 곳으로 이직을 고려해야 한다거나, 연애하고 결혼하려면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거나 하는 말을 들을 때, 한계를 느낄 때,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마트를 빠져나올 때, 자본 세계 속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순간이면 퍽 괴롭지만 그것이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결되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생의 어느 시기 어쩌면 아주 긴 시간, 지금보다 훨씬 돈을 벌 것에 전념해야 할 때가 (아마) 올 것인데 가끔은 심적으로나마 그런 시기를 대비하며 돈이 동기가 되는 사례들을 떠올려 보곤 한다.
부모님께 용돈 드릴 때, 낙담한 친구에게 무엇을 선물할 때, 제자들에게 밥 사줄 때, 좋아하는 활동이나 단체를 후원할 때, 사고 싶던 책을 살 때, 여행 갈 수 있을 때, 지향하는 바를 놓지 않고 힘써 살고 있다고 느낄 때…….
지난달은 재정적으로 한 달을 살기가 고단했다. 돈에 대한 많은 표현이 이야기하듯 없어서도, 너무 생각해서도 영 좋지 않다. 예기치 못한 지출 사항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축의금을 내고 적금을 지킨 것에 대견한 마음도 느끼면서 한달살이와 돈에 관한 마음을 풀어내 본다. 끝으로 2023년 8월 11일 집에서 야간 근무를 하고 내게 쓴 메일을 옮겨 적는다. 계속 지상에 발을 붙이고 허무를 딛고 뿌리를 내리고 소망하는 나무가 되길 바라며.
내게 쓴 메일
안녕하세요 한승욱 간사님, 화가 한승욱입니다.
출근하셔서 정리하실 회의기록(회의록, 녹음파일, 사진) 보내드립니다.
출근길부터 고생 많으셨습니다.
간사님 덕분에 많은 영감을 얻고 그림 그리고 월세 내며 살 수 있습니다.
화분들과 그림들도 간사님께 항상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간사님과 제가 협업하고 있는 ‘옥상녹화 그림’ 작업도 기한 내 잘 해낼 것이니 심려치 마세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한 달을 살아내는 것이 누군가에겐 이렇게 버겁다는 것이 못내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돈을 쫓지 않는다는 것, 그만큼 다른 소중한 것들이 많다는 의미로 읽히기도 합니다. 내게 쓴 메일, 감동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