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 조각모음] ⑯ 군자(君子)의 두 얼굴

군자라는 말이 있다. 대체로 좋은 의미로 쓰이는 말이며, 그 좋은 의미로 이 말을 계속 사용하는 것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말의 여러 의미를 살펴보고나면 이 말을 좀 더 섬세하게 사용하게 될 듯하고, 나아가 모든 말을 좀 더 섬세하게 사용하게 될 듯하다.

군자(君子)

『논어』의 제11장인 「선진」편의 제1절은 다음과 같다.

“子曰先進於禮樂野人也後進於禮樂君子也如用之則吾從先進”1

이 문장 속에 군자(君子)라는 낯익은 낱말이 들어있다. 이 문장 전체를 해독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낱말을 일상생활에서 나름대로 사용하여 본 경험이 있을 수도 있을 정도로, 이 낱말은 지금 여기의 사람들에게도 낯익은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의 여러 의미를 살펴보고 나면 이 말을 좀 더 섬세하게 사용하게 될 듯하다.

어진 사대부

군자(君子)’라는 말의 의미가 단일하지 않으며, 맥락에 따라 서로 다른 두 얼굴을 가진다. 사진출처 : rawpixel

성백효는 “子曰先進於禮樂野人也後進於禮樂君子也如用之則吾從先進”라는 문장에 다음과 같이 띄어쓰기와 토달기[현토(懸吐)]를 하고, 번역하였다.

【현토】 “子曰 先進이 於禮樂에 野人也요 後進이 於禮樂에 君子也라하나니 如用之則吾從先進하리라”2

【번역】 “공자(孔子)께서 말씀하셨다. “선배들이 예악(禮樂)에 대하여 한 것을 〈지금 사람들이〉 촌스러운 사람들이라 하고, 후배들이 예악(禮樂)에 대하여 하는 것을 군자(君子)라고 한다. 〈내가〉 만일 예악(禮樂)을 쓴다면 나는 선배를 따르겠다.”3

성백효의 현토와 번역은 『논어』에 대한 주희의 다음과 같은 해설을 참고한 것이다.

“○ 선진후진(先進後進)은 선배[前輩]·후배(後輩)라는 말과 같다. 야인(野人)은 교외(郊外)의 백성을 말하고, 군자(君子)는 어진 사대부(士大夫)를 말한다.

○ 정자(程子)가 말씀하였다. “선배는 예악(禮樂)에 있어 문(文)[문채(文彩)]과 질(質)[바탕]이 마땅함을 얻었는데, 지금 사람들은 도리어 그것을 질박하다고 말하여 촌스러운 사람이라고 하고, 후배는 예악(禮樂)에 있어 문(文)이 질(質)보다 지나친데, 지금 사람들은 도리어 빈빈(彬彬)[적절히 배합됨]하다고 말하여 군자(君子)라고 한다. 이는 주(周)나라 말기에 문(文)에 치우쳤으므로 당시 사람들의 말이 이와 같았으니, 문(文)에 지나쳤음을 스스로 알지 못한 것이다.

○ 용지(用之)는 예악(禮樂)을 사용함을 말한다. 공자(孔子)께서 이미 당시 사람들의 말을 기술하고, 또 스스로 말씀하시기를 이와 같이 하셨으니, 이는 지나침을 덜어 중도(中道)에 나아가게 하려고 하신 것이다.”4

해설 속에 “군자는 어진 사대부”라는 구절이 있다. 그냥 사대부가 아니라 어진 사대부라는 것이다. 사대부는 벼슬살이를 하고있는 선비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해설에 따르면, 공자가 살아있던 당대에, 제사를 지내는 따위의 치레를 할 때 그것을 맡아 하는 사람들이, 실질적 내용[질]은 허술하게 행하는데도 겉모습[문]이 보기 좋게 행하기만 하면, 세상 사람들이 치레를 맡아 하는 그 사람들을 그냥 벼슬아치가 아니라 군자 즉 어진 사대부로 대접하였는데, 그런 세상 사람들이 그들의 시대보다 과거에 유사한 치레를 할 때 겉모습[문]보다는 실질적 내용[질]을 중시하여 소박하게 치레를 한 사람들을 두고는 거친 촌사람들[야인]이었다고 함부로 깎아내렸다고 지적하면서, 자신에게 선택할 기회가 있다면 공자는 야인이라고 깎아내려진 옛 사람의 치레로 돌아가겠다고 한 것이다. ‘세상 사람들’의 행태는 옷을 잘 차려입기만 하면 교양있는 사람으로 대접해주는 요즈음의 관습적 사고를 연상시킨다. 최근, 노조 조끼를 입은 노동자에게 조끼를 벗기를 요구한 대형 여관 푸드코트의 직원도 같은 관습적 사고에 매어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겠다. 만약 이른바 ‘불편감’을 강하게 제기하여 그 직원이 그런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한 대형 여관 푸드코트의 고객이 있었다면 그 또한 마찬가지였다고 추정할 수 있겠다.

한편, 공자가 야인이라고 깎아 내려진 옛 사람의 치레로 돌아가겠다고 한 것을 두고, “지나침을 덜어 중도(中道)에 나아가게 하려고 하신 것”이라고 해설한 것이 보인다. 이는 유교에서 중시하는 행동방침이 좌·우의 정 중앙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우로 치우쳐 있으면 과감하게 좌로 쏠려주는 식의 행동으로 치우침을 시정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귀족 혹은 높은 지위의 사람

군자는 고정된 하나의 의미가 아니라, 학문과 수양의 선택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개념이다. 사진출처 : wikipedia

페이민 니(Peimin Ni)는 이 문장에 다음과 같이 띄어쓰기와 구두점찍기[표점(標點)]를 하고 번역·해설하였다.5

【표점】 子曰:「先進於禮樂,野人也;後進於禮樂,君子也。如用之,則吾從先進。」6

【번역】 스승께서 말씀하셨다. “의례와 음악에 먼저 나아간 사람들은 소박한 사람들이었다. 의례와 음악에 나중에 나선 사람들은 귀족[군자(君子)]이었다. 만약 내가 누구를 등용할지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먼저 온 사람들을 선호할 것이다.”7

【해설】 “‘소박한 사람들’은 공식적인 지위가 없어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소박한 성실함과 정직함을 가진 평민을 가리킨다. 군자라는 단어는 여기서 귀족이나 높은 지위의 사람이라는 원래 의미로 사용된다.

‘먼저 나아간 사람들’과 ‘나중에 나선 사람들’이 누구를 가리키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해석이 있다. 일부[황간 등]는 그들을 세 왕조[하·상·주] 이전의 옛 사람들과 왕조가 시작된 후의 사람들로 본다. 다른 이들[포함과 형병 등]은 스승에게 더 일찍 공부하러 온 제자들[하층 계급 출신]과 그에게 나중에 온 제자들[귀족 계급 출신]을 의미한다고 믿는다. 둘 다 스승이 꾸밈없는 원재료[질(質)]가 과도한 세련됨[문(文)]이나 높은 사회적 지위에 의해서 이미 오염된 재료보다 ‘제대로’ 세련되게 만들기 쉽기 때문에 소박한 사람을 선호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이상은 둘의 적절한 균형을 갖는 것이지만 …… 이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공자는 ‘소박한 사람들’을 선호한다.

류보남은 다음과 같이 다소 다른 입장을 취한다.

“고대에는 사람들이 먼저 의례와 음악을 배운 후에야 관직에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춘추시대에 이르러 고대의 방식은 버려졌고 고위 관직은 의례와 음악에 대한 훈련이 없는 관리들의 후손들에게 직접 상속되었다. 관직에 오른 후, 그들 중 더 나은 사람들은 비로소 배움에 대해 생각했다.”8

해설 속에 “군자라는 단어는 여기서 귀족이나 높은 지위의 사람이라는 원래 의미로 사용된다” 라는 문장이 있다. 이 말에 의하면 군자라는 단어는 한 가지 의미로만 사용되지 않는다. 군자라는 단어의 원래 의미는 ‘귀족’ 혹은 ‘높은 지위의 사람’이다. 그리고 인용된 문장 속에서 군자라는 단어는 이 원래 의미로 쓰였다고 페이민 니는 해설한 것이다.

해설 끝부분에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있다.

“고위 관직은 의례와 음악에 대한 훈련이 없는 관리들의 후손들에게 직접 상속되었다. 관직에 오른 후, 그들 중 더 나은 사람들은 비로소 배움에 대해 생각했다.”

이 글에 의하면,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가면 갈수록 권력을 가진 사람이 의례와 음악에 대한 훈련도 잘 되어있었던 듯하다. 이렇듯 훈련이 잘 되어있는 사람의 모습에 가까운 존재는 제사장인 동시에 최고 권력자인 존재 즉 제정일치의 군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추정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하여보면, 아주 오랜 옛날에 처음 최고 권력을 가진 권력자는, 스스로 치레[예법]을 만들고, 그 치레를 행함으로 해서 이를테면 하늘과 소통함을 과시하는 것을 권위의 원천으로 삼았는데, 그 권력자의 핏줄을 이어받은 덕에 권력을 세습한 자들[군자들]은 치레에 대하여 제대로 알기 어려워졌는데, 그나마 그런 군자들 가운데 일부는 치레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자 하였고, 그런 의욕에 부응하는 것으로써 학문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듯하다.

군자(君子)의 두 얼굴

군자라는 말이 『논어』 「선진」 제1절의 주제는 아니다. 이 문장 속에서 군자라는 말은 뭔가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말일 뿐이다. 다만 이 문장에 대한 해설들이 군자라는 말의 의미가 두 가지 이상임을 보여준 것이다.

페이민 니는 해설에서 군자라는 말의 원래 의미가 귀족이나 높은 지위의 사람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비하여 주희는 이 문장 속의 군자라는 말이 어진 사대부를 뜻한다고 해설하였다. 이런 말들에 따르면 군자는 두 얼굴을 가진 말인 셈이다. 여기에서, 군자들 가운데 일부가 치레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자 하였고, 그런 의욕에 부응하는 것으로써 학문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는 추정으로 되돌아가보면, 이른바 학문을 하고자 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군자는 어진 사대부가 될 수도 있고, 권력자의 핏줄을 이어받은 덕에 권력을 세습한 자로 남을 수도 있다고 하겠다.

이 시점에 군자라는 말의 두 얼굴 가운데 하나 만을 택하여 언어와 사유를 교통정리하려 드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옛 글 속 군자의 두 얼굴은 예나 지금이나 하나의 낱말이 그에 1:1로 상응하는 하나의 대상을 가지는 것은 아님을 상기시켜 주었고, 이런 지적 체험은 지금 여기에서 만나는 수많은 말들 또한 그러하리라는 추정으로 사람들을 인도할 것이다.

하나의 낱말을 수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의미 혹은 어감[뉘앙스(nuance)]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잊지 않는 태도는 나를 기준으로 세계를 쉽게 타자화·대상화·수단화하고 하는 폭력을 조금이라도 억제하여 줄 것이다.


  1. 『論語』 「先進」: “子曰先進於禮樂野人也後進於禮樂君子也如用之則吾從先進”

  2. 朱熹[撰], 成百曉[譯註], 『懸吐完譯 論語集註』, 東洋古典國譯叢書 1, 서울 : 社團法人 傳統文化硏究會, 1990, 204쪽.

  3. 成百曉[譯註], 『懸吐完譯 論語集註』, 204쪽.

  4. 成百曉[譯註], 『懸吐完譯 論語集註』, 204쪽.

  5. 한국어 번역: 김유민. 페이민 니는 번역·해설을 영어로 하였는데 여기에 소개하는 것은 영어로 된 번역·해설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Peimin Ni, Understanding the Analects of Confucius: A New Translation of Lunyu with Annotations, Albany: SUNY Press, 2017, pp.261-262.

  6. Peimin Ni, Understanding the Analects of Confucius, pp.261-262.

  7. Peimin Ni, Understanding the Analects of Confucius, pp.261-262.

  8. Peimin Ni, Understanding the Analects of Confucius, pp.261-262.

이유진

1979년 이후 정약용의 역사철학과 정치철학을 연구하고 있다.
1988년 8월부터 2018년 7월까지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하였다.
규범과 가치의 논의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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