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국가의 딜레마』를 읽고

과거의 역사를 보면 국가가 지금까지 국민을 지켜준 적은 없었던 듯하다. 저자 역시 동일한 생각으로 국가가 국민을 온전하게 보호하는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명백한 사실임을 지적하며, 국가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국가는 누구의 것일까? 국가는 필요한 것일까? 등의 물음을 던진다.

지난 연말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대통령 탄핵과 이어서 치러진 대통령 선거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봐야 했었다. 이번 탄핵정국을 경험하면서 과연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다. 과거의 역사를 보면 국가가 지금까지 국민을 지켜준 적은 없었던 듯하다. 저자 역시 동일한 생각으로 국가가 국민을 온전하게 보호하는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명백한 사실임을 지적하며, 국가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국가는 누구의 것일까? 국가는 필요한 것일까? 등의 물음을 던진다.

홍일립 저, 『국가의 딜레마』, (사무사책방, 2021)

국가의 모든 규범을 담아 놓은 헌법을 국민이 동의해야 비로소 국가의 정당성이 인정되는데 사실은 그렇지가 못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현대 국가의 모든 헌법은 국가 구성원 대다수가 배제된 채 극소수 사람들에 의해 작성되었고, 제정 과정에서도 국민의 진정한 동의를 얻은 적이 없으며, 설령 동의의 절차를 거쳤더라도 그것은 형식적 동의였을 뿐 실질적 동의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한 그 동의조차도 과거의 국민에 의한 것이지 현재의 국민이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특히 민주주의의 모범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헌법은 소수에 의한 대표의 체제를 표방한 것처럼 많은 비민주적 요소를 포함한 커다란 결함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떠할까? 대한민국의 건국헌법은 1948년에 제정, 공표되었으나 국민의 실질적 동의를 거치지 않았다. 또한 대한민국 헌법에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이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이며 국가의 주인은 국민임을 천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에 동의하는 국민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건국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천명하며 소수 엘리트가 다수인 국민을 지배해 왔다. 이처럼 세계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소수 지배자가 다수를 지배하는 비민주적인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보니, ‘국가’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건 당연하다. 이것이 일찍이 다양한 부류의 아나키스트들이 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우리가 꿈꾸는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인민이면 누구나 정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는데 효율적인 측면에서 보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이처럼 인민의 정치 참여와 국가 운영상의 효율 간에 발생하는 역리를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딜레마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결국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대의제를 중심으로 하는 소수 엘리트의 지배를 용인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며, 그 소수는 대중을 예속하고 착취하기 위한 법질서를 만들어 강제한다는 철칙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이처럼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것이 역사적 철칙이라고 한다면, 민주주의적 제도가 어떻게 작동되더라도 다수는 소수의 권력 독점을 막을 수 없다. 왜냐하면 다수는 수적으로 우세하더라도 원자화되어 있어서 결속력이 없는 개인들의 집합이지만, 지배계급으로서의 소수는 그 수가 적더라도 잘 조직되어 있고 결속력이 강한 집단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민주주의 체제는 아직도 많은 결함을 가지고 있음을 먼저 숙지하고, 여기서부터 미래의 목표를 설정하는 계기를 마련해야하겠다. 사진 출처 : João Marcelo Martins

그렇다면 우리에게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방법이 존재할까? 저자에 따르면 비록 인정하기 싫더라도 현재 인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거짓 주장을 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국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고 한다면, 비록 소수의 엘리트가 지배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최소한은 자신이 속한 국가가 최악의 국가가 되지 않도록 혼신의 노력으로 감시하고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 탄핵정국에서 국민들이 추운 겨울에 야외 집회에서 보여준 저항은 국민의 의무를 보여준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했던 민주주의 체제는 완벽하지 않았고 지금도 완벽한 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계와 동일하게 민주주의 체제 역시 진화의 선상에 놓여 있으나, 우리가 만족할 만한 속도가 아닌 아주 느린 속도로 진화하고 있음을 인정하며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족함을 아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전제조건이라면, 우리의 민주주의 체제는 아직도 많은 결함을 가지고 있음을 먼저 숙지하고, 여기서부터 미래의 목표를 설정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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