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변화시키는 힘, 타자와의 만남 -『만남이라는 모험』을 읽고

우리는 타인들에게 의존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만남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만남이란 우리 인생에 덧붙여진 장식물 혹은 부차적인 소품 같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만남은 우리에게 필수적이며 우리의 인격을 빚어내기까지 한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평생 경험하게 되는 모험의 중심에는 외부와의 만남이 자리 잡고 있으며, 진정한 나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타인과 만나야 한다.

동물보다 생체적 능력이 열악한 인간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앎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이다. 인간은 어떠한 경로를 통해 앎을 터득해 갈까? 인간은 자신의 경험에 더하여 주변의 외부환경과의 만남을 통해 얻은 앎을 바탕으로 하여 판단하고 행동한다. 이처럼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에게 있어서 만남은 필연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은 ‘만남’에 대한 철학적 사유뿐만 아니라 중요성과 필요성마저 등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만남’이 우리에게 왜 필요하며 중요한지와 함께 다양한 철학자들의 철학적 사유를 제시한다.

샤를 페팽 저, 『만남이라는 모험』 (타인의 사유, 2022)

우리는 타인들에게 의존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만남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만남이란 우리 인생에 덧붙여진 장식물 혹은 부차적인 소품 같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만남은 우리에게 필수적이며 우리의 인격을 빚어내기까지 한다고 지적한다. 즉 인간이라는 존재가 평생 경험하게 되는 모험의 중심에는 외부와의 만남이 자리 잡고 있으며, 진정한 나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타인과 만나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만남에 대한 철학적 사유의 역사는 깊다. 일찍이 그리스 철학자인 플라톤은 대화법에서 서로 다른 관점들의 대립은 각자를 발전할 수 있게 해준다며 ‘만남’을 찬양하기도 하였다. 또한 사르트르에 따르면 우리는 외부에 의존하는 존재이기에 인간은 아직 자신이 되지 못한 모든 것이 될 수도 있는 자유로운 존재라고 보았다. 이처럼 사르트르는 만남이란 우리의 모든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외에도 우리는 이 책을 통하여 만남에 대한 다양한 철학자들의 사유와 함께 깊은 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만남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타인과의 만남을 통하여 자신의 능력을 높이 승화시킨 유명 인사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피카소가 알뤼아르와 만나기 전에는 전투적이고 정복적인 성향을 추구하는 방종한 예술가였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상주의자이자 평화주의자였던 알뤼아르와의 만남을 통해 피카소는 타자성을 경험하게 되었고, 이를 자신의 예술뿐만 아니라 내면세계에 큰 변화를 주어 위대한 예술가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피카소처럼 타인으로부터 자극을 받아 자신을 변화시키는 만남을 우리는 진정한 만남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도 자극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왜일까? 저자는 우리가 흔히 타인을 만나면 자신의 ‘사회적 자아의 방어벽’을 유지하기 위하여 피상적인 대화만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직업 또는 사회적 지위에 한정 짓는다. 이러한 대화는 타자가 현재 가지고 있는 관심과 생각에 도달할 수 없게 만든다. 이러한 만남을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진정한 만남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사회적 자아의 방어벽’을 깨뜨려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행동력과 개방성이 필요하다.
사진 출처 : charlesdeluvio

따라서 진정한 만남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사회적 자아의 방어벽’을 깨뜨려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행동력과 개방성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먼저 타인을 만나고자 하는 적극적인 행동이 선행되어야 하기에 만남을 하나의 모험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개방성이 필요한데, 개방성이란 자신의 확고한 생각을 갖지 않고 특정한 기준을 세우지도 않으며 어떠한 기대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개방성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 놀라운 것을 받아들이는 능력이라고 한다.

만남이 앎을 얻는 과정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한다면 만남을 타인에게만 국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것이 앎의 대상이 되어 자기 행동을 변화시킬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이처럼 만남은 우리가 지닌 정신의 실체를 구성하게 되는데, 이 정신의 실체가 자신은 물론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킨다면 우리는 그를 깨어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진정한 만남을 추구하고자 모두가 조금씩 노력한다면, 우리 사회에는 깨어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고, 이에 따라 우리 사회는 밝은 쪽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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