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털보 관장’으로도 유명한 저자는 환경문제를 인류사보다 포괄적인 자연사를 통한 접근을 시도한다. 지구는 기후 변화로 인해 지금까지 다섯 번이나 대멸종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더욱 경이롭게 진화해 온 여정을 소개하면서도 인류세에 우리가 맞게 될지도 모르는 여섯 번째 대멸종의 위기가 다른 다섯 번의 대멸종과 왜 다른지 자연사를 통해 재미있게 이야기한다. 자연사를 통해 3억 년 동안 고생대 바닷속에 바글댔던 삼엽충은 왜 멸종했는지, 1억 6천만 년 동안 육상을 지배했던 공룡은 왜 멸종했는지를 배워서 현생 생물, 특히 인류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지구상에서 더 지속 가능할지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자연사라는 것은 결국 생물종들 멸종의 역사를 말하는 것인데, 멸종이란 생물량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생물종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즉 종의 다양성이 줄어든다는 것은 허약한 생태계, 비실비실한 건강하지 못한 생태계로, 커다란 환경 변화 한 번만으로도 생물종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위태로운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도 저자가 ‘찬란한 멸종’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생명의 특징은 진화이며, 진화는 새로운 생명의 등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생명이 등장하려면 누군가 그 자리를 비켜주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멸종이라는 것인데, 이처럼 멸종은 한편으로는 새로운 생명 탄생의 찬란한 시작을 의미하기에 멸종을 결코 부정적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자연사를 통해 다양한 생물종들이 어떻게 적응하며 번성했는지를 소개한다. 예를 들면 2억 년 전에는 장기간에 걸쳐 화산 폭발로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서도 산소를 더 많이 추출할 수 있는 고도로 발달한 호흡기 덕분에 번성할 수 있었던 공룡 이야기. 5억 4천만 년 전에 등장한 삼엽충을 시작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개발하면서 포식자를 피하고 먹이를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으면서 생명의 다양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생명의 빅뱅 이 야기. 먹이까지도 바꾸는 대단한 회복 탄력성을 갖고 환경에 적응했기에 지난 네 번의 멸종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은 상어 이야기. 펭귄이나 고래의 똥들마저도 식물 플랑크톤에 철분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서, 자연사를 통하여 본 결과 자연계는 순환하기에 허튼 것이 하나도 없다는 등등 생물종들의 적응과 멸종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가 진화를 이야기할 때 빠뜨려서는 안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공생이다. 단세포는 미토콘드리아와 공생하면서 여분의 에너지를 가지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다세포로 진화하여 오늘날과 같은 화려한 생물종의 탄생을 이끌어냈다. 미토콘드리아는 공생뿐만 아니라 세포의 죽음까지도 관장하는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죽음이라는 전제가 없으면 자연선택은 있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진화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죽음은 단순한 종말이 아니라 발달, 유지, 적응을 촉진하는 생명 주기를 조절하며, 보다 넓은 개념의 죽음은 유전과 변이와 자연선택에 의한 생명의 영속과 생태계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힘이다. 이러한 죽음을 관장하는 것이 바로 미토콘드리아인데, 미토콘드리아는 스스로 자신이 늙었다는 것을 인식하며 세포의 자멸을 이끌고 개체의 노화를 유도한다. 따라서 노화나 죽음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모든 생명은 온도에 민감하기에, 지난 다섯 번의 대멸종 역시 화산 폭발, 소행성 충돌, 기후의 급격한 변화에 생명체들은 기후변화에 속수무책이었기 때문에 발생했다. 우리가 직면한 여섯 번째 대량 멸종을 초래할 기후변화는 과거 다섯 번의 대멸종 당시와는 달리 전적으로 인간 활동으로 주도되고 있기에 그 심각성이 크다. 만약에 지구 온난화에 경각심을 갖지 않고 기존의 라이프스타일을 계속 고수한다면, 단기간의 급격한 지구 온도 상승으로 인하여 과거 지구상에서 번성하다가 멸종한 생물종처럼 인류도 멸종할 수 있다. 다만 과거의 멸종된 생명체와는 달리 인류에게는 멸종을 피해 갈 방법이 하나 있는데, 바로 우리의 라이프스타일만 바꾸면 해결되는 아주 간단한 방법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이제라도 우리는 거시적인 안목에서 생태계를 건강하게 보전하는 것만이 인류의 멸종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한 방법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