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강력한 믿음을 만드는 이유- 『신 없는 세계에서 목적 찾기』를 읽고

우리의 삶과 우주가 어떤 목적이 없이 무작위로 진행된다고 생각하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감이 증폭된다. 따라서 인류는 이러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자신의 삶과 우주에 어떤 목적이 존재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게 되었으며, 여기에 더하여 절대적 존재인 신까지 개입시키기에 이르렀다. 이로서 우리는 자신을 지탱해 줄 강력한 무기인 믿음을 만들게 되었다.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위기 속에 우리는 을사년 새해를 맞이했다. 우리 사회를 이처럼 혼돈의 도가니로 만든 것은 인터넷으로 사실을 왜곡하기 위해 유통되는 수많은 가짜뉴스와 이러한 정보를 확인하는 절차 없이 믿어버리는 잘못된 믿음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은 바로 잘못된 믿음에 관한 것이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정신질환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믿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랠프 루이스 저 『신 없는 세계에서 목적 찾기』 (바다출판사, 2022)

이 책의 저자인 랠프 루이스는, 우리의 삶과 우주가 어떤 목적이 없이 무작위로 진행된다고 생각하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때문에 불안감이 증폭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인류는 이러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자신의 삶과 우주에 어떤 목적이 존재한다는 강한 강박관념을 가지게 되었으며, 여기에 더하여 절대적 존재인 신까지 개입시키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우리는 자신을 지탱해 줄 강력한 무기인 믿음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믿음은 편리한 것으로서, 우리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합목적인 행동을 하게 만드는 강력한 조절 장치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왜곡된 실제에 기초한 비합리적 믿음들은 우리를 위험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믿음이라는 것은 양면의 얼굴을 가지고 있으며 생각보다 완고한 것이기에, 이러한 완고한 믿음의 소유자를 사실적 증거로 설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완고한 믿음은 자기 망상에서 비롯되는데, 자기망상이라는 것은 서로 무관하거나 우연히 일치하거나 별 뜻 없는 사건, 작용, 사물들이 개인적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키고 있다는 생각에서 작동한다.

이처럼 불합리한 측면이 있는 믿음을 우리는 왜 가지게 된 걸까? 저자는 인류의 진화론에서 그 답을 찾고 있다. 인류는 어떤 대상이 위험한 적인지 아닌지를 짧은 시간 내에 파악하기 위하여 작동하는 것이 바로 패턴인식인데, 인간에게는 이러한 패턴 인식을 강하게 하는 생존 본성이 존재해 왔다. 짧은 시간에 대상에 대한 패턴 인식을 하다 보니 인류는 종종 패턴을 잘못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이처럼 생물학적으로 진화의 길을 걸어온 우리들이 목적론적으로 추리하는 직관에서 벗어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지적하면서도, 이를 극복할 유일한 방법은 대학 학부 교육이 제공하는 것보다는 더 엄격하게 비판적 사고와 과학적 추리를 연습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가짜 뉴스는 잘못된 믿음의 또 다른 예이다. 사진출처: memyselfaneye

저자는 잘못된 믿음 중의 일례로 인간의 맹목적인 긍정적 사고를 든다. 즉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경이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주었기에 그 역경에 고마움을 표시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믿음에서 나온 것이다. 왜냐하면 역경을 극복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사람은 역경에 좌절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경은 우리에게는 필요한 것이 아니라 회피해야 할 대상이다. 또한 착한 사람에게는 항상 좋은 일만 일어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불행은 우연히 대상을 가리지 않고 다가올 수 있는 불확실한 것이기에, 불행을 겪고 있는 타인들에게 연민의 감정과 함께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잘못된 믿음의 또 다른 예로는, 우리가 간편하게 인터넷을 통해 얻고 있는 정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손쉽게 얻는 정보에 대해서 진실한 정보를 원하지 않고, 자신의 기분을 좋게 하는 정보만을 원하며, 그것이 비록 가짜 정보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것은 모두 잘못된 믿음에 기초한 것인데 이에 따라 인류가 지금까지 구축해 놓은 문명이 쉽게 부서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만 한다.

진보는 필연적이지도 않고 보장되는 것도 아니기에 진보가 확실히 일어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우리가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정의와 질서는 자연스럽게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이들의 노력의 결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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