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를 읽고

우리는 기후위기 속에서 저마다 환경 보호에 관심을 가지고 일상에서의 여러 노력을 전개하고 있지만 정작 숲을 파괴하는 주범인 ‘종이’ 사용에는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선동적인 환경운동가들'조차도 자신이 사용하는 화장지가 어디에서 오는지 관심이 없다.

올가을 우리나라의 한강 작가의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온 국민이 열광했다. 이번을 계기로 지금까지 침체돼있던 출판업계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희망과 함께 한편으로는 종이책 활성화의 이면에는 환경문제가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우려도 공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바로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종이로 인하여 숲이 점점 사라지기 때문이다.

맨디 하기스 저, 『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상상의숲, 2010)

『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상상의숲, 2010)의 저자인 맨디 하기스는 영국태생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전 세계의 숲을 보호하기 위한 운동을 시작한 환경운동가이다. 우리는 기후위기 속에서 저마다 환경 보호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노력을 전개하고 있지만 정작 숲을 파괴하는 주범인 ‘종이’ 사용에는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선동적인 환경 운동가들조차도 자신이 사용하는 화장지가 어디에서 오는지 관심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이처럼 ‘환경보호’라는 커다란 목표 앞에서 우리는 몸 따로 생각 따로 움직이는 부조리한 상태에 놓여있기에 저자는 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종이와 숲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현재의 제시 산업은 환경 파괴뿐만 아니라 숲을 파괴하고, 담수를 오염시키고, 지구온난화를 촉진하고, 공해와 폐기물을 만들고, 인권을 무시하고, 남반구 국가의 희생을 담보로 다국적 기업의 배를 불리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종이는 화석연료보다도 더 심각하게 인간과 자연 모두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산업에서 사용하는 원목의 42%는 종이의 원료인 펄프가 되며, 제시회사들은 원시림을 벌목한 뒤 그곳에 전나무, 소나무, 아카시아 나무 등 펄프를 많이 얻을 수 있는 나무들만 골라 심는다. 이처럼 자연 숲은 점점 인공 숲으로 변모하게 되는데 자연 숲의 생태계가 파괴되면 곰을 필두로 늑대, 날다람쥐, 나비, 이끼와 각종 균류 등의 자생 동식물이 사라진다. 이처럼 생태계에 존재하는 것들이 하나둘 사라진다면 마지막에 사라질 존재는 바로 우리 인류가 될지도 모른다고 강하게 경고한다.

인류의 문명은 종이와 함께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종이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종이의 역사를 보면 목제용 펄프로만 만들지 않았다. 지난 2,000년 동안 종이는 나무가 아닌 다른 재료를 이용해 왔다.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은 엘크 똥으로, 아프리카 사람들은 물소 똥과 코끼리 똥에서 추출한 섬유로 종이를 만들어 사용했다. 지금도 중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볏짚, 사탕수수에서 버려지는 부분, 대나무 등으로 종이를 만든다. 또한 일부 국가에서는 버려진 헌 옷의 섬유로 종이를 만들어 사용한다. 사실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각국의 종이 화폐는 펄프가 아니라 면화나 리넨 섬유로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가 종이를 사용하면서 자연보호를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저자는 버려지는 헌 옷 및 재활용 종이 쓰레기를 철저히 재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하자고 한다. 사진출처. bluebudgie

우리가 종이를 사용하면서 자연보호를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저자는 버려지는 헌 옷 및 재활용 종이 쓰레기를 철저히 재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하자고 한다. 사실 재활용 종이를 사용할 경우에는 새로운 펄프로 만드는 것보다 비용이 약간 비싸지기에 상업적으로 재활용 종이의 사용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재활용 종이를 생산하는 것은 나무를 베어 만드는 처음부터의 과정을 거쳐 종이를 생산하는 것보다 에너지가 덜 든다. 그 뿐만 아니라 물 소비량도 반 이상 줄고, 온실가스도 훨씬 적게 배출되고, 물과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유독 화학물질도 미량이다. 따라서 재생 용지를 사용한다면 환경보호 운동에 기여하는 것이며, 또한 재생 용지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데는 정확한 분리수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종이를 재활용하려면 폐지의 질이 좋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분리수거를 규정대로 얼마나 잘 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환경보호에 동참하기 위해서 먼저 가정에서 사용하는 종이류를 줄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화장지, 프린터 용지 뿐만 아니라 일회용 종이컵 사용도 중지하고, 심지어 메모지도 재생할 방법도 모색해 보자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는 깨끗하고 흰색의 용지를 선호하는데 이제부터라도 책을 구입할 때 약간 갈색이 들어있는 재생지로 만들어진 것을 선호하는 쪽으로 기호를 바꾼다면 출판업계도 이에 동조할 것이다. 종이책을 좋아하면서도 숲을 보호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 우리의 작은 실천이 필요함을 깨닫는 것이리라.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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