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기후송_작곡일지 시즌2] ③ 걷는 나무- AI작곡편

‘월간 기후송’(시즌2)의 작곡과정과 주제를 기록한 ‘작곡 일지’. 이번 곡은 ‘걷는 나무’라는 곡으로, 기후위기시대 나무라는 존재가 인간과 달리 어떻게 적응하고, 행동하고 있는지를 ‘소크라테아 엑소르히자’라는 나무를 통해 보여주는 곡.

차갑고 뜨겁게(AI) vs. 차갑고 뜨겁게(인간) 투표 결과

– 총 투표수(12)

AI작곡 5표인간작곡 6표선택불가 1표

첫 대결에서는 아슬아슬하게 제가 이겼습니다. ㅎㅎ 하지만 왠지 동정표가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드는 건 기분 탓일까요? 선택이 어렵다고 하신 한 분은, 그 이유로 “두 곡이 전혀 다른 종류의 곡이라서 투표가 어렵습니다. 두 곡 다 좋거든요.”라고 밝혀 주셨습니다.

인간작곡이 좋았다고 투표해 주신 분들 중에는 “어쿠스틱 사운드가 좋네요. 다만 좀 더 차분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곡이면 더 좋겠어요.”라고 의견을 주신 분이 계셨어요.

반대로 AI작곡이 좋았다고 하셨던 분들은, “AI 작곡이 조금 더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ㅎㅎㅎ”, “AI가 더 임팩트가 있는 것 같음~”, “아이돌 노래 같은 시도가 신선해서.. 그렇지만~ 몇 번 ai 음악을 들어보니까 약간 비슷한 느낌이 있는 것 같아서 더 많은 수가 생산될 때 과연 창의적인 느낌이 있을까 싶어요!”라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투표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다만 기대했던 것만큼 투표수가 많지는 않아서 일정한 경향을 파악하긴 어려웠지만, “인간작곡에 화음을 넣으면 좋겠다.”처럼 꼼꼼하게 달아주신 의견들을 보면서 다음에 좀 더 보완할 수 있을 것 같아 좋았습니다.

주제/작곡에 대하여

걸어 다니는 나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사람처럼 걷는 것은 아니고 1년에 약 20미터, 대략 하루에 5센티미터쯤 이동하는 것이지만요.

걷는 나무 walking palm. 자료 출처 : wikipedia

나무는 움직일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가졌던 저는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무가 이동한다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에 어떤 의미인 것일까, 걷는 나무와 인간을 비교해 본다면 어떤 의미를 가질까 등 여러 생각을 갖게 하면서 곡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이 나무는 보통 워킹트리, 워킹팜(walking Palm, 야자수)이라고 불리는데, 실제 학명은 ‘소크라테아 엑소르히자(Socratea exorrhiza)’입니다. 걸어 다니며 묻고 답했다는 철학자 소크라테스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하네요.1 이름 자체가 ‘지혜로운 나무’라는 의미를 갖고 있어 실제 작곡 전반에도 그런 점이 기저에 깔려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보통의 나무와는 다르게 뿌리가 지하에 묻혀 있지 않고 지표에 노출돼 있다는 것인데(지주근), 이는 울창한 나무가 많은 열대우림에서 영양분과 햇빛을 잘 받기 위해, 즉 생존을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이 점이 저의 상상력을 자극했습니다. 급속한 기후위기를 맞으며 생존을 위해 수많은 나무들이 모두 성큼성큼 북쪽을 향해 걸어가는 장면 말이지요. 물론 현실은 대부분의 나무들이 빠르게 악화되는 기후위기에 이동하지 못해, 또 적응하지 못해 죽어가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구상나무 멸종이 대표적이지요. 나무들이 생존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조금이라도 산 정상으로 번식하며 올라가는 것일 텐데, 그마저도 기후위기 속도에 비해 너무 느리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멸종이 자명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걷는 나무가 기후위기 시대 전체 나무를 대표해 지혜를 발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고 상상해 보았습니다. 꽤 느린 속도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저벅저벅 걸어가는 지혜로운 나무.

“식물은 결코 그림자처럼 조용하고 수동적이기만 한 존재가 아니”며, “포자와 종자를 통해 그 어떤 유기체보다도 넓고 멀리 이동하며 새로운 영역을 정복해나가는 역동적인 존재”라는 것입니다.2 맷 칸데이아스는 그의 책 『식물을 위한 변론』에서 식물의 역동성을 아래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이 장에서 내가 의도한 것은 식물이 우리 생각처럼 마냥 꼼짝하지 않는 정적인 유기체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식물은 자연을 돌아다니는 능력을 제대로 갖추었다. 다만 우리가 쉽게 인지하거나 알아차리지 못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식물은 자연을 돌아다니는 능력을 제대로 갖추었다. 다만 우리가 쉽게 인지하거나 알아차리지 못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사진 출처 : Emma Henderson

사실 우리는 나무에 대해 아직도 다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무는 뿌리를 통해 균류와 공생관계를 맺고 네트워크를 형성해 서로 소통하는데, 이를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이라고 부릅니다.2 이를 통해 나무는 외부의 위협을 서로에게 알리고, 어린 나무가 시들어 가면 돌봐주기도 합니다. 우리는 인간인지라 인간의 사고방식에 익숙해져 있고, 그래서 다른 생물들은 우리처럼 사고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식물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사고하고 소통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엄청난 사건들을 보면, ‘정말 인간이 지혜로운 존재인가? 우리가 식물보다 더 똑똑한가?’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걷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존재이지만, 실은 땅에 박혀버린 채 안주하며 한 발자국도 떼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걷는 나무는 땅을 박차고 일어나 아주 느리지만 조금씩 꾸준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누가 더 지혜로운 존재일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사

[verse1]

뿌리를 숨기지 않은

부끄럼 없이 당당한 너

달라져버릴 세상을 예감했나

난민으로 태어난 너

[pre-chorus]

살기 위한 너만의 지혜

소크라테아 엑소르히자

중력을 딛고 관성을 벗어나

너는 땅을 박차고 일어났지

[chorus]

땅에 박혀버린 인간들

땅을 박차고 나온 나무

고여버린 어리석음

걸어가는 지혜의 나무

[verse2]

하루 5센티미터만 걷는

꾸준한 느림의 미학

할 수 있어도 하지 않는

그들만의 삶의 방식

[outro]

한 그루 또 한 그루 모여

수백 수천만이 걸어가네

거대한 숲의 사람 되어

이 땅을 단단히 지탱하네

가사에 대하여

앞서 언급했듯이 기후위기 시대 나무는 인간과 다르게 어떻게 적응하고 행동하고 있을까 하는 것이 가사 전체의 흐름입니다. 우리가 이 위기의 시대를 극복한다고 할 때 가장 먼저 살펴보고 배워야 할 존재가 나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고, 이렇게 쓰게 되었습니다.

작곡에 대하여

이번 곡은 아일랜드나 스코틀랜드로 대표되는 켈트(Celtic) 분위기를 내고 싶었습니다. 물론 ai에게는 그렇게 명령했지만, 전형적인 켈트 분위기로 만들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느낌도 너무 좋았기 때문에 이번 곡은 이것으로 픽(pick) 하게 되었습니다.

노래 듣기(링크)

걷는 나무

이번 편은 다른 작곡일지들에 비해 좀 더 가볍고 편하게 적어보았습니다. 지난 편이 주제도 무겁고 너무 힘이 들어간 것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보니… 그러니 편하게 들어주시고, 가능하신 분들은 웹진에 댓글로 의견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영준

기후위기를 극복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은 두 아이의 아빠이자, 예술의 힘을 믿으며 '월간 기후송'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싱어송라이터. 교육의 중요성을 고민하는 기후환경강사이면서, 종교(신앙)의 힘을 아직 믿는 기후위기기독인연대 활동가, 그리고 정치에 희망을 버리지 않은 녹색당 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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