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일상송_노래 에세이] ① 멀리 떠난 냥이, 내 친구

월간 기후송 이후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젝트. 종종 살갑게 다가와 밥을 먹고 가던 고양이가, 죽음을 직감하고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집 앞에 왔는데, 결국은 죽게 되어 묻어주었던 일을 노래로 표현한 곡.

새로운 시작, 월간 일상송일까?

올해부터는 ‘월간 기후송’이 아닌 ‘월간 일상송’을 시작합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것이 이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실 ‘기후’라는 것이 우리 일상 대부분의 영역에 관계하지 않은 곳이 없고, 그렇기에 일상을 노래하는 것은 어떻게든 기후와 연결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기후를 강조하는 것이 조금은 부자연스러웠지 않았을까 돌아보게도 됩니다. 물론 심각한 기후위기를 마주하며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이에 반응하고 노래를 만드는 것이 당연한 일이기도 했을 것입니다만. 이제는 일상에서 발견해 보려 합니다. 일상에서 만날 수 없는 기후위기는 우리의 행동을 추동할 수 없을 테니까요.

추상적인 기후위기를 구체적인 그 무엇으로, 손에 잡히는 무엇으로 표현하는 것, 그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기후위기에 더 가깝게 다가서도록 하는 일일 것입니다. 그것이 예술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기후위기 시대, 더 많은 예술이 필요합니다. 저도 계속 노래를 보태 보겠습니다.

노래 이야기

나의 길냥이 친구 살갑이. 사진제공 : 김영준

약 10년 전, 인천에 살고 있을 때입니다. 문만 열고 나가면 주인님 아주머니의 텃밭이 펼쳐지는 우리 집은 컨테이너로 만든 집이었습니다. 매우 싼 월세가 이 집의 매력이었지요. 심지어 여기에 신혼집을 꾸렸습니다.

혹시 임신한 게 아닐까 싶어 우리는 급히 박스를 가져다가 집을 만들어 주고, 녀석 옆에 두었습니다. 사진제공 : 김영준

1년 가까이 집 앞에 드나들던 고양이가 한 마리 있었는데, 야생고양이임에도 워낙 살갑게 굴어서 우리는 ‘살갑이’라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녀석이 문 앞에서 야옹야옹 하면 우리는 밥을 내어주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조금 늦은 오후 살갑이가 집 앞 통로에 앉아 있었습니다. 아무리 살갑게 굴어도 만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오지는 않았는데, 그 날은 이상하게 바로 옆까지 다가갔음에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상하여 자세히 보니 배가 불룩해 보였습니다. 혹시 임신한 게 아닐까 싶어 우리는 급히 박스를 가져다가 집을 만들어 주고, 녀석 옆에 두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새끼를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박스집으로 가봤는데, 아… 살갑이가 박스 옆에 죽어 있었습니다. 너무 슬펐고 눈물이 나왔습니다. 직접 키우는 고양이는 아니라 가족이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1년 남짓 시간 동안 정이 들어서인지 마음이 아팠습니다.

신고하면 쓰레기처럼 버려진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이내 잘 묻어주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조심히 들어 박스에 넣고 근처 공원으로 갔습니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에 땅을 파고 조심스레 묻어주고 왔습니다. 사진제공 : 김영준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에 가서 땅을 파고 조심스레 묻어주고 왔습니다.

어쩌면 살갑이는 죽음이 임박함을 알고 우리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러 온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 제대로 챙겨주고 도와주지 못한 것 같아 또 한 번 눈물이 났습니다.

우리는 살갑이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이 노래를 만들어 불렀습니다. 살갑아, 잘 가.

가사

[1]

내 친구 냥이, 살갑이는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무거운 발걸음 이끌고

집 앞까지 와 경계를 풀었어

불룩한 배, 임신인 줄 알고

박스집 만들어 곁에 놓았지

하지만 밤새 살갑이는 죽었어

박스집에 담아 공터에 묻어 주었지

[후렴]

냐옹 냐옹 밥 달라는 게 아니야

냐옹 냐옹 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냐옹 냐옹 밥 달라는 게 아니야

냐옹 냐옹 나와 좀 더 함께 있어줘

[2]

살아있을 땐 갖지 못한 집

죽어서야 갖게 되었구나

배고픔보다 더 했을 외로움

어느새 난 박스를 쓰다듬는다

● 노래 듣기(링크)

작사/작곡: 김영준

음원: suno cover

듣기: 멀리 떠난 냥이, 내 친구

음원 제작 후 가사 변경이 있었으니 참고하세요. * 다음날 아침 → 하지만 밤새

김영준

기후위기를 극복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은 두 아이의 아빠이자, 예술의 힘을 믿으며 '월간 기후송'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싱어송라이터. 교육의 중요성을 고민하는 기후환경강사이면서, 종교(신앙)의 힘을 아직 믿는 기후위기기독인연대 활동가, 그리고 정치에 희망을 버리지 않은 녹색당 당원. 생태전환Lab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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