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춤과 생태적 메시지 사이에서] ① 라이산 알바트로스

Chris Jordan의 〈Albatross〉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솔로재즈 씬(scene)에서 최초로 생태적 메시지를 담은 공연을 선보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담은 과정과 의미, 그리고 앞으로의 예술적 방향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지금 세계는 곳곳에서 ‘Green Wave’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지금, 각 분야에서 지구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여전히 도파민 같은 자극적이고 역동적인 것을 원하는 대중의 수요 때문에, 잔잔하고 비교적 무미건조해 보이는 ‘Green Wave’는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심지어 정치적 도구라며 비판받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분야에서 지구를 살리기 위한 참여형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10년 동안 춤을 춘 재즈씬에서 최초로 생태적 메시지를 담아 공연을 올리기 시작합니다. 제가 정립한 ‘Ecological Jazz Movements’는 자연과 교감하는 예술입니다. 무대에서 연주되는 재즈 음악과 우리의 몸이 느끼는 감각을 통해 자본주의로 인해 사라져가는 ‘자연’을 기억합니다. 이 예술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단순히 멋진 퍼포먼스가 아니라, 공감하고 관심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으로 재즈 리듬에 맞춰 표현된 생명체의 움직임을 통해, 멸종 위기에 처한 종들의 저항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합니다.

그린웨이브, 재즈리듬에 더한 생태저항 운동

이번 공연은 Chris Jordan의 〈Albatross〉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국제 멸종위기종 중 하나인 라이산 알바트로스는 주요 사망원인인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실제 미세플라스틱뿐만 아니라 죽은 새의 뱃속에서 대량의 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는 것이죠.

안무를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고민은 재즈의 흐름을 살리면서 어떻게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표현할 것인가였습니다. 솔로재즈라는 장르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노래의 흐름을 끊지 않는 직·간접적 동작들에 대한 제약이 있습니다. 이러한 고민의 과정을 거쳐 아래 작품이 나왔습니다.

유튜브 Rhythm Korea 2025 Jazz Shortcase – Andrew

이 춤에 대한 평론가 지인의 글을 인용합니다.

푸른 대지의 막이 오름과 함께 펼쳐지는, 자유의 시퀀스.

산뜻한 봄바람에 옅어지는, 태양의 열기를 향해 못 다한 꿈을 꾸려는 이카루스의 날개.

그 미약한 날갯짓 하나로 자연을 노래하는, 한 새가 여기 있네.

그 선율에는 오로지 경쾌함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페트병 하나와의 접촉 이후 변모해가는 그의 행보.

녹슨, 인간의 흔적을 마주한 자연.

고통 속에서 몸부림을 치며, 밤하늘 저편으로 도주.

내일의 태양에게 모든 걸 맡기는 문명을 뒤로 한 채, 홀로 연소되어 간다.

하지만, 그의 연소되는 과정이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듯하다.

페트병을 마주하기 전, 그 경쾌함이 소멸되지 않았음이 보여진다.

또한, 안무의 테크닉만이 보여져, 그의 연소되는 과정이 가려짐 또한 느낀다.

매 순간마다 대지를 스치는 그의 안무가 찰나에 나에게 봄날을 선사했으나,

그 뒤편에서 연소되어 가는 작은 새의 모습이 아려 오는 듯하다.

예술에 생태적 메시지를 담아야

안무 기획 메모. 사진 제공 : 홍순용

지인의 평처럼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내년 오사카 공연에서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 강력하게 드러내려 합니다.

먼저,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 파괴를 넘어, 우리 몸과 자연의 감각적 연결이 단절된 문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몸의 감각을 회복하여 자연과 다시 깊이 연결되어야 함을 공연의 배경으로 삼고자 합니다.

또한 재즈의 즉흥성과 자유로움은 과거 억압적인 사회구조에 맞선 저항의 언어인 것처럼, ‘Ecological Jazz Movements’는 몸의 움직임을 통해 오늘날 기후위기를 초래한 사회 구조에 저항을 표현하고, 멸종해가는 생명들의 마지막 몸짓을 기억하며 사라져 가는 존재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예술로 담아내려 합니다.

그리고 단순한 미적 표현을 넘어, ‘왜 기후위기가 발생했는가?’,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렸는가?’, ‘어떻게 자연과 다시 연결될 수 있는가?’와 같이 성찰을 유도하는 질문을 던지고자 합니다.

홍순용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ESG 석사를 졸업하고, 자산평가사에서 8년차 다니고 있습니다. 환경운동가이자 안무가로서 예술과 지속가능성의 접점을 연구합니다. 이뮤레터(기후레터) 연재 및 ‘Ecological Jazz Movements’ 퍼포먼스를 통해 생태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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