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발단은 이렇게 시작 되었더랬습니다. 작년에 프랑스에 사는 친구의 친구가 한국의 시골을 보고 싶다고 해서 하동에 내려오면서부터 시작이었어요. 한창 바쁜 5월이었기에 외국인 친구는 자기도 밭일을 거들겠다고 하더라구요. 고사리손이라도 빌린다고 했던가요, 이게 웬일인가 싶어 맘 변하기 전에 얼른 일거리를 주었어요. 큽.

그 친구는 프랑스에 돌아가자마자 내년엔 자기가 사는 마을에 놀러오라고 초대를 했어요. 친구와 전 1년 동안 준비한 다음 올해 여름 프랑스로 날아갔습니다. 밭은 김을 매야하는 풀이 한창 자랄 시기였지만, 살아생전에 프랑스를 또 언제 가보겠냐 싶어 갔습니다.

우리는 빠리→브레스트→두아르네즈로 가는 일정이었는데요, 그러기 위해선 다음날 출발하는 기차를 타야했으므로, 빠리에서 제일 저렴한 한인 숙소에서 하루 묵기로 했어요. 그 한인 숙소는 중국동포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로, 사장님이 직접 모든 야채를 길러서 반찬을 만들어 주시는 곳이었어요. 맛있는 반찬 사진은 많았지만, 지면 관계상 생략할게요.

가지, 오이, 깻잎, 정구지, 고추, 상추, 배추 같은 한국인들이 먹는 대부분의 야채들을 기르고 계셨어요. 이게 한국이라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겠지만 생각해보니 정구지, 깻잎, 배추 같은 모종을 프랑스에서도 파나? 여쭤보니 씨앗을 직접 받아서 채소를 기르신다고 하시더라구요. 한국에서도 대부분 농부들이 씨앗을 농협이나 종묘상에서 구입해서 사용하므로 씨앗 받아서 농사짓는 분이 많이 안 계시거든요.
저는 너무 신이 나서 “사장님, 저도 씨앗 받아서 농사짓고 있어요!!! 그럼 배추도 씨앗 받아서 심으신 거예요? 저도 작년에 배추 씨앗을 땅에 바로 직파해서 심었는데 배추싹이 올라오기 무섭게 벌레가 먹어치워서 배추 하나만 살았거든요 근데 이 배추는 어쩜 이렇게 잘 커요?!!” 라고 안 봐도 비디오, 사장님이 대답할 새도 없이 있는 호들갑 없는 호들갑을 다 떨었을 거예요. 한창 내 얘기를 신나서 하고 있었는데 “배추씨앗을 좀 나눠줄 테니 한국 가서 한번 심어 봐요 벌레가 먹긴 먹어도 잘 살더라구요.” 하면서 씨앗을 나눠주시지 않겠어요.
세!상!에! 지구의 반대편에서 프랑에서 배추씨앗을 얻을 줄이야!
원래 배추라는 채소가 중국에서부터 시작되었거든요. 프랑스에서 배추의 원산지인 중국동포분이 기르시는 배추씨앗을 얻다니, 아는지 모르는지 제 친구들도 덩달아 같이 기뻐했더랬어요.

드디어 올 가을, 소중하게 얻어 온 빠리의 Soo’s 하우스 배추씨앗을 제 밭에 심었어요. 씨앗을 뿌린지 한 참이 되었는데도, 처음엔 싹이 올라오지 않아서 얼마나 마음을 졸인지 몰라요. 아, 역시 여기선 안 되는 건가. 하고 포기할 무렵에 약 2주 만에 싹이 쏘옥 올라오더라구요 네, 맞아요. 헷, 저 혼자 역시나 호들갑을 떨면서 축하를 하였답니다. 꺄아아~!


배추는 조선시대 14세기 이후에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되었으며, 중국의 청방배추와 일본 다이끼이 종묘사의 경도3호 배추의 교배종이 김장배추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의 김장배추는 뿌리 주변이 잘 썩는 연부병에 약하지만 맛이 더 뛰어난 품종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중국동포분께 얻은 배추 씨앗의 원형은 알 수 없지만, 아마 지금 우리나라에서 먹는 배추 종자와는 다른 종자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맛은 좀 떨어지지만 연부병에 강한 배추의 원형에 가까운 씨앗일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이 씨앗을 프랑스에서 발견했을 때 너무 반가웠던 거예요.
프랑스에서 건너 온 Soo’s 하우스의 씨앗은 사장님의 말씀대로 웬만한 벌레에도 잘 견뎌내었고 한국에서도 무럭무럭 뿌리를 내리며 이렇게 잘 자라 주었답니다. 먹기도 아까운 배추는 겨울을 나야 씨앗을 얻을 수 있어요. 혹시나 얼어 죽을까봐 시든 풀들을 끌어와서 두툼하게 옷처럼 입혀 주었어요.
이른 봄, 선명한 노란 꽃으로 만날 수 있기를.
내년 가을에는 조합원분들께도 프랑스에서 건너온 배추맛 보여드릴 수 있기를.


와~~
구우님 배추에 이런 이야기가 담겨 있을 줄 몰랐네요 ~~
프랑스 배추 궁금하네요 ᆢ
그쵸그쵸 이번에 내려 갔는데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배추를 보고 왔어요. 아무래도 비닐을 덮어 주었어야 했나 생각했지만, 어떻게든 이 겨울에도 버텨낸 씨앗을 건져보자 싶어 좀더 단단히 여미어 주고 왔습니다. 내년엔 씨앗도 꼭 나눌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큽
씨앗이 여행하는 과정이 눈에 그려지고 참 재밌어요. 앞으로도 구우님의 글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