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협치 Q&A] ② 아래로부터의 구성적 협치

생태적지혜연구소가 기획한 책 『기후 협치 – 지구 거주자들의 공생과 연대』(알렙, 2025)의 내용을 바탕으로, 저자인 이승준이 독자들과 소통한 내용을 Q&A형식으로 총5회에 걸쳐 연재한다.

Q. 이 책 기후 협치를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A. 신승철 소장과 함께 한 공동체 연구모임에서 사회적 경제와 협치라는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협치’의 현대적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기존의 관치 중심의 거버넌스를 넘어선 ‘아래로부터의 협치’가 기후문제를 해소할 유효한 정치적 형태라고 생각했습니다.

『기후 협치 – 지구 거주자들의 공생과 연대』(알렙, 2025)

Q. () 신승철 소장과의 인연이 깊다고 들었습니다. 이 책은 두 분의 어떤 사유에서 비롯된 결과물인가요?

A. 학생운동, 공동체 운동, 철학 세미나, 인문학 모임, 생태적지혜연구소 등을 함께 하면서 30년 가까이 쌓아온 공통된 사유가 이 작업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신 소장은 제게 맑스주의, 페미니즘, 생태주의, 소수자 운동 등을 알려주고 함께 운동을 실천하던 동지였으며, 스피노자, 들뢰즈‧가타리, 네그리‧하트를 처음 알게 해준 철학과 사유의 스승이기도 합니다.

Q. 책에서 협치관치를 구분하셨는데, 둘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A. 관치는 정부와 관료가 정책의 방향을 미리 결정하고 주민과 시민단체를 동원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만큼 외형적으로는 ‘협치’의 이름을 쓰지만 실질적으로는 공공기관이 상위에, 주민과 시민단체가 하위에 놓이는 위계적 권력 모델로 기능합니다. 우리는 협치, 특히 우리가 책에서 주장했던 ‘아래로부터의 구성적 협치’는 다중과 시민이 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정부기관, 관료, 전문가 등은 시민-다중의 협의체의 통제 하에서 그러한 결정에 맞는 구체적 실행 방안을 짜는 형태로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기후위기가 특정한 인종, 계급, 젠더, 지역, 세대, 종에 한정되지 않고 모두에게 가해지는 삶의 위기이다. 사진출처 : Royalty-Free photo

Q. ‘기후 협치라는 말이 다소 낯설 수 있는데요. 기후 협치를 전면에 내세우셨나요?

A. 기후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정치적 형태로 ‘협치’가 가장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가 특정한 인종, 계급, 젠더, 지역, 세대, 종에 한정되지 않고 모두에게 가해지는 삶의 위기이기에 그 위기를 피할 당사자 모두가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형태가 협치이기 때문입니다.

Q. ‘탈성장협치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요?

A. 한국의 경우 성장중심의 경제체제가 실현되기도 힘들 뿐만이 아니라, 오늘날의 기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품생산의 물질적 양을 줄이고 모두가 공유가능한 커먼즈를 많이 형성하거나 사회적 관계망을 확보하는 탈성장으로의 방향전환이 필요합니다. 구성적 협치는 그러한 커먼즈 형성의 과정이기도 하면서도 또한 잘 조직된 관계망이 협치를 더욱 아래로부터 민주적으로 구성하게 만들 계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Q. 탈성장은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정부 관료들조차도 저성장이나 제로성장을 전제로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성장주의를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현실성이 없는 인식입니다. 전세계(현재의 미 트럼프 행정부를 제외한)가 기후위기 시대에 탈탄소화의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현실성이 없는 성장주의에 매달리기 보다는 부와 풍요, 경제를 축적과 성장 중심으로 이해하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한데, 탈성장은 그런 다른 방향을 모색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이승준

형식적으로는 시간강사이자 독립연구자이며, 맑스주의자, 페미니스트, 자율주의 활동가 등등일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특이체이자 공통체이면서, 풀과 바다이고, 동물이면서 기계이고, 괴물이고 마녀이며, 그래서 분노하면서도 사랑하고, 투쟁하고 기뻐하며 계속해서 모든 것으로 변신하는 생명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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