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협치의 구체적 성공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시겠어요?
A. 아래로부터의 구성적 협치는 아주 가까이는 세월호와 이태원의 유가족들 및 연대자들의 활동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국가와 공공기관의 부패, 무능, 기능 정지의 상황 속에서 생명을 살리고 대안을 수립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했으며, 단지 책임자 처벌에 머물지 않고 다른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당사자의 관점에서 아래로부터 수립하는 활동을 벌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는 기후위기 시대의 모델이 되는 여러 풀뿌리 협치의 사례를 제시하고자 했는데, 가령 고베 대지진 당시의 지역 생협의 활동이나 허리케인 윌마가 덮쳤던 쿠바에서의 민방위대의 활동도 그것의 구체적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국내에서는 어떤 협치 실험이 인상 깊으셨나요?
A. 과거 서울시의 녹색서울시민위원회가 시도한 시민 참여형 거버넌스는 시사점이 많았습니다. 시민사회의 주요 활동가들을 고용하고 그들의 아젠다를 참고하려 했던 것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나, 기존 관료집단의 위계적 통제 하에서 정책을 시행하려다 보니 초기의 활력은 소멸하고 유용하다고 판단되는 것만을 ‘뽑아먹기’의 형태로 가져다 쓰는 결과로 귀결되었고, 이후 오세훈 시장으로 권력이 교체된 이후로는 ‘상생도시’, ‘안심도시’와 같이 언어만 차용하고 기존 제도권의 모델과 구별되지 않는 성장주의 모델로 빠르게 회귀하게 되었습니다. 조급하게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시도한 여러 제도들이 시민의 지지를 받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공공자산을 낭비하는 전시행정에 머물게 된 것이죠.
Q. 생태민주주의는 어떤 정치 형태를 말하나요?
A. 생태민주주의는 성인과 비장애인, 정상가족을 중심으로 민주주의의 구성원을 한정하는 현재의 대의민주주의 형태를 비판하면서, 미래세대인 아이와 여러 소수자들(퀴어, 장애인, 이주(노동)자)을 포함하면서도 세계 내에 함께 거주하는 다양한 형태의 존재자들을 사회와 세계의 주요한 행위자로 이해하면서 그들과 수평적 관계를 수립하는 민주주의의 형태를 지시합니다.
Q. 감성적·예술적 표현을 강조하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현재의 기후위기는 합리적이고 인간주의적인 관점으로만 접근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한 관점은 기후위기라는 문제에 주로 과학적이고 기술주의적인 해법만을 제시하는데,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두 통제할 수 있고, 예측가능한 어떤 결과를 끌어낼 것이라는 오만은 우리 세계를 더욱 큰 혼란에 빠뜨릴 위험이 있습니다. 물론 과학과 기술은 여전히 유효하고 필요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정동과 감성, 상상력의 영역 속에서 전개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알 수 없고, 과학적 통계나 예측만으로 세계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겸허한 태도, 겸손한 목격자의 관점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는데, 우리는 감성적‧예술적 능력이 과학적 관점과 공존할 때 새로운 전환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Q. 기계나 기술도 협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시나요?
A. 우리(신승철, 이승준)는 생태주의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려고 노력하지만, 그것은 ‘인간 없는 대자연’을 상정하는 생태주의나, 기계와 기술을 배척하는 비문명 환경주의와는 다른 관점에 서 있는 것입니다. ‘대자연주의’나 ‘비문명주의’는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자체, 기술과 문명 없는 세상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입니다. 우리는 기계나 기술이 모두 유용하다거나 이롭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떤 기계나 기술은 거미가 풀과 나무를 자신의 집을 세울 수단으로 사용하듯이, 개미가 아카시아 나무를 자신의 거주지로 꾸미면서 다른 곤충들에 맞서 협력하듯이, 다른 지구 내 거주자들과 공존과 공생을 가능하게 할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런 점에서 특정한 기계와 기술을 수평적 협치를 가능하게 할 행위자로 이해하면서도 어떤 것은 더 적은 영향력을, 어떤 것은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만드는 것을 공생적 협치의 내용으로 이해합니다.
Q. 공동체 연구모임, 철학공방 등에서의 활동이 책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A. 우리는 각자 철학공방 별난과 연구공간L 이라는 인문학 연구모임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모임을 운영하면서 ‘공동체 연구모임’을 함께 만들었고, 이후 여러 다른 활동을 벌이는 사람들과 함께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연구소에는 별난과 L이 각각 유지하던 모임들(8-10개의 모임)이 조금씩 형태를 바꾸면서 계속되고 있고, 여기에는 조합원이 아니어도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뒤섞이고, 책의 여러 내용들을 토론하고 학습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Q. 협치를 위한 리더십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요?
A. 통치의 리더십이 지적인 우월성, 카리스마적 결정, 희생을 감수하는 냉철한 판단 등을 요구했다면, 협치의 리더십은 개인의 결정이 아니라 다양한 개인들 및 집단들이 함께 숙의하고 때로는 경합하면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 만큼, 타인의 존재를 존중하고, 참여자들의 다양한 견해에 귀 기울이며, 결정에 이르기까지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 자신만이 옳다는 아집을 버리는 자세 등을 요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