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리포트 – 우리가 바라는 유니버스

코로나의 틈을 타 메타버스가 강타한 세상, 뒤처질까 두려워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 불안감은 어쩌면 당연한 심리일 거다. 메타버스의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확장성을 부정할 이유는 없다. 다만 우리가 굳이 성급한 소비자가 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뉴노멀과 언택트의 시류에 힘입어 급속도로 떠오른 메타버스의 열기가 어느덧 잠잠하다. 다시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 이후의 변화는 알 수 없으나 지난 2년간 ‘대세’였던 메타버스는 현재 수그러든 것이 확실하고 다시 세간의 관심을 끌어 올린다 하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이전만큼의 붐을 일으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좋았든, 나빴든, 시시했든, 얕았든 간에 대중은 된통 경험했고 보다 신중해질 것이다. 물론 기업들의 메타버스 산업에 대한 뷰와 투자, 경쟁은 여전히 대단하다. 어디까지나 현실계에서의 대중의 온도가 그러하단 얘기다.

코로나 시대, 메타버스 시대를 이끌다

메타버스란 무엇인가. 가상(meta)과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말그대로 가상세계를 뜻한다. 싸이월드에서 신나게 파도타기를 하던 대중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확장된 세계의 효능감을 맛보았고, 세컨드라이프의 등장으로 2D를 넘어서는 3차원 세상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10여 년, 스마트폰은 이제 우리 삶에 없어선 안될 웨어러블 디바이스급으로 자리잡았고 기능과 역할은 사용자의 활용도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으나 어느정도 평준화를 이룬 상태다. 그런데 가상세계에서 아바타를 만들고 땅도 사고 집도 지으며 또다른 커뮤니티로 나만의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세컨드라이프의 기세는 왜 꺾인 걸까. 짐작컨대 3차원의 세상을 뒷받침해주기엔 스마트폰이라는 디바이스의 등장만으로는 충분치 않았을 것이다. 광속 네트워크 인프라가 뒷받침 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디지털 유목민이 되어 당장 가상세계로 뛰어들기엔 사람들의 동기와 공감대가 숙성되지 않았던 이유 등 기술적, 정서적 유저 환경과 기반 구축이 삼박자를 이루지 못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세컨드라이프 홈페이지(https://secondlife.com) 캡처.
세컨드라이프 홈페이지 캡처.

때가 다시 도래했다. 이제 미래사회는 메타버스를 빼고는 논할 수 없을 것만 같다. 특히 한국사회에서의 메타버스는 독보적 아젠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전 영역에서 뜨거웠다. 심지어 메타버스에 올라타지 않으면 불확실한 미래가 더 아득해지고 시대에 뒤쳐질 것만 같은 불안감마저 들게 했다. 물론 트렌드에 빠르고 강력하게 반응하는 한국사회의 특징이 한몫 하기도 했다. 우후죽순 스타트업들이 등장했고, 메타버스 관련 책부터 관련주, AI, VR, AR, XR 관련 새로운 디바이스가 쏟아졌으며 기존의 웹서비스 업체들은 메타버스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덜된 옷을 허겁지겁 갈아입기 바빴다. 올초 정부는 5천억이 넘는 예산을 메타버스에 투자하겠다고 공표했고, 하물며 페이스북까지 메타로 사명을 바꿨으니 말 다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메타버스가 뭔지 어렴풋하게나마 경험한 유저들은 이제 어느 정도 흥분을 가라앉혔고 분별력도 생겼을 것이다.

공공과 산업 모두 메타버스에 열광

2022 메타버스 엑스포 : 버츄얼 홀로그램 인터렉트.  사진제공 : 한영미
2022 메타버스 엑스포 : 버츄얼 홀로그램 인터렉트. 사진제공 : 한영미

지난 1월에 열린 CES 2022에서는 전세계 기업들이 개발하고 있는 미래기술의 실체와 무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국내 대기업들도 자신들의 진화된 기술을 세계인이 주목하는 무대에 당당히 선보였다. 특히 SK텔레콤은 ESG 경영을 내세우며 탄소중립을 향한 AI, 메타버스 그린 ICT 기술을 선보여 큰 호평을 받았다. 얼마 전 코엑스에서 열린 메타버스 엑스포에서는 주로 국내 중소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시도가 각축을 벌였다. 개중에는 밀물처럼 휩쓸려 들어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갈 듯 보이는 아이템과 디바이스들도 즐비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컨텐츠가 동시에 작동하는 메타버스 환경은 꽤 유효했고 발전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점이다. 재난을 대비하여 VR을 활용한 생존수영과 화재예방 훈련을 선보인 재난교육 전문 업체, 닌텐도가 이미 장악했지만 집안에서도 가능한 게임이나 홈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업체, 몇몇 버츄얼 인플루언서의 활약으로 대중에게도 이미 알려진 버츄얼 휴먼 리소스를 활용한 홀로그램 인터렉트 서비스, 청소년 독서 활동을 돕는 메타환경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등 제법 일반인들과 교육현장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술들도 보였다. 그 중 한두 가지는 문화의집에서 바로 적용해 보고 싶은 아이템도 보여 반가웠다.

2022 메타버스 엑스포 :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2. 사진제공 : 한영미
2022 메타버스 엑스포 :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2. 사진제공 : 한영미

실로 대단했던 메타버스 열풍을 되짚어 보자. 4차 산업혁명시대에 발맞춰 기업들의 관련 산업 투자와 연구는 오래되었다. 요원할 것만 같던 전기차 시장도 충전 인프라가 따라붙으면서 대세장이 되었고 내연기관차 퇴출도 수년 내에 본격화 될 것이며 오토파일럿을 뛰어넘어 완벽한 자율주행도 머지않아 보인다. 미래의 교통수단 UAM(Urban Air Mobility, 도심형항공모빌리티) 에어택시도 기술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

국내 대형 엔터사에서는 다소 억지스럽지만 또다른 자아인 아바타를 만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AI와 함께 걸그룹 데뷔를 마쳤다. 굴지의 기업들은 진즉에 블록체인 시장에 뛰어들었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의 암호화폐는 탄생 이래 최고점을 찍었다. 전문 아티스트들뿐만 아니라 연예인과 초등학생까지 NFT로 큰돈을 벌었다는 등의 무용담 같은 성공스토리가 여기저기 횡행했고, 지난 5월 서울시는 ‘메타버스 서울시청’을 런칭해 세계 최초의 메타 도시 플랫폼을 구축했다.

메타버스 서울시청. 사진제공 : 한영미
메타버스 서울시청. 사진제공 : 한영미

산업현장에서의 미래기술 활용과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원격 기술로 증강현실이 현실이 되는 경험과 가상과 실제를 넘나들며 확장되는 세계가 가능해졌다. 부캐시대에 사는 우리는 가상세계에서 여러 개의 자아를 설정해 두고 상황과 역할에 따라 각기 다른 나에게 임무를 부여하고 수행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학생들에게 학교는 더 이상 필요없고 온라인 세상에서 자기주도적 배움을 찾으며 자신만의 새로운 관계망을 만들어 나가게 될 것이다. 수년 전부터 예측된 10년 뒤 사라질 직업의 소멸은 당장 내일부터 시작되거나, 아니 이미 오래 전부터 사라지고 있는 중일 거다. 돌이켜 보면 세상은 자기분열을 거듭하며 진화해 왔다. 하물며 스마트폰이 없는 삶은 이제 상상하기 어려워졌으니 말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건 10여 년 전의 일이지만 인간의 삶에 침투하여 이렇게 많은 기능과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년도 채 안된 일이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더라도 기술의 발전 속도는 앞으로는 더 빨라질 것이 자명하다. 날마다 진보하는 기술의 힘이 아닐 수 없다.

융합적 사고를 키우는 교육의 역할이 중요한 시대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자. 메타버스를 논하는 21세기에 사는 우리가 바라는 궁극의 유니버스는 무엇인가를 말이다. 화려한 비주얼로 무장한 신인 아이돌이 AI 아바타와 등장하는 것만으로 어떤 세계관을 논하긴 어렵다. 단순히 메타버스라고 명명된 플랫폼에서 행사를 열거나 입장해 봤다고 해서 우리가 메타버스에서 놀아봤다고 하기 어려운 거랑 마찬가지 이야기다. 시청을 3차원 온라인에 옮겨놓고 나의 아바타가 시장님을 만나고 시청 곳곳을 돌아다니며 게임을 한다고 해서 세계 최초의 메타도시를 건설했다고 말하기 참으로 민망한 것과 같은 맥락의 얘기다. 메타버스를 이해하는 기본은 디지털 리터러시가 바탕이 된 디지털 전환능력에 달렸다. 디지털 세상에서 소통하는 법을 익히고 활용할 줄 아는 융합적 사고가 핵심이다.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그 융합적 사고를 만들어 주는 교육의 본질에 다가서는 것일 거다. 인간성 회복과 생명존중, 환경에 해가 되지 않는 근원적 접근이 수반된 리터러시가 바로 그 것이다. 그래야만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디지털 세상에 판치는 각종 피싱의 호갱이 되거나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것이 정체 모를 메타버스 이슈 장사꾼에게 휘둘리지 않고, 상업적 목적을 위해 ‘미래적 이미지’ 선취를 노리는 자본주의의 만만한 소비자가 되지 않는 길이다.

빈 수레처럼 요란하고 껍데기만 존재하는 메타버스와 우리가 진짜로 바라는 유니버스로 통하는 메타세상을 구별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나’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로부터 춤과 노래를 통해 자유와 행복을 찾자는 긍정의 메시지, 인간의 존엄성과 화합 그리고 희망을 전하는 BTS의 진심은 세계 어디서나 통한다. 그것이 BTS가 AI를 앞세우지 않고도 21세기 비교불가 글로벌 팬덤을 일으키고 전 세계인으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다.

메타버스는 더 확장되고 더 고도화된 모습으로 우리 삶에 들어올 것이다. 그에 따른 기술의 개발과 실험에 필요한 본게임은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춘 기업의 몫이다. 그에 필요한 인프라를 지원하고 교육환경을 구축하여 인재를 길러내는 일은 공공과 교육의 몫이다. 공공과 교육의 영역에 있어서 명심할 점은, 우리가 굳이 성급한 소비자가 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다만 생산의 주체를 키우기 위해 탄탄한 발판을 만들고 기본에 충실할 것을 잊지 말자. 그리고 준비가 되었을 때 가볍게 올라타자. 무한 확장될 검증된 메타버스의 세계로!

2022년 7월 14일자 영등포청소년문화의집 [월간영청문] 〈그레이스칼럼〉에 일부 수록.

한영미

굴러 굴러 영등포청소년문화의집에 있습니다만 날마다 진로를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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