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업과 관련된 여러 자리에서 ‘컨셉이 뭐에요?’라는 질문을 하면 보통은 두 가지 반응을 볼 수 있다. 생각하지 못한 질문을 받아 난감한 경우나 조건반사처럼 준비된 답이 나오는 경우. 앞에 반응이 컨셉을 들어봤어도 주의 깊게 생각하지 않은 경우라면 뒤의 반응은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처럼 내 입장으로 거기에 개념적으로 사업을 설명한 경우다. 기획서를 써본 경험이 있다고 해도 컨셉은 컨셉일 뿐 사업과의 개연성을 찾기 어렵기도 하다. 지역사업뿐 아니라 모든 기획에서 컨셉만큼 흔히 쓰는 단어도 드물 텐데 컨셉은 ‘그거 있자나 정도’로 퉁치는 말이 되고 있다.

지역사업에서 컨셉은 전략을 압축한 지도와 같다. ‘왜’(why)라는 목적과 ‘무엇’(what)이라는 목표가 있고 ‘누구’(who)라는 타깃까지 컨셉 안에 있다. 어느 하나를 선택해서 결정할 때나 누군가의 제안을 받았을 때 “할 일인가? 할 일이 아닌가?”를 판단하는 일관성 있는 기준이 된다. 또 컨셉은 주민에게는 활동을 외부인에게는 지역을 찾는 이유가 된다. 그래서 실행 프로그램 준비를 끝냈어도 컨셉을 찾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안 그러면 자칫 지역사업이 목적지가 표시된 지도를 잃고 한참을 표류하다 난파될 수 있다. 그렇게 난파된 배들의 잔해들이 지역을 떠다니고 있다.
그렇다고 컨셉을 찾는 일에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다. ’컨셉은 상대방(내부인, 외부인)에게 하는 가치제안’이라는 말로 컨셉의 작동구조를 알 수 있다. 쉽게 말해 지역이 가진 매력적인 가치를 상대방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제안이다. 중요한 건 상대방이 공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상대방의 문제와 필요가 컨셉에서 해결되어야 한다. 분명히 컨셉은 지역의 가치와 상대방이 가진 욕구가 만나 스파크가 튀는 그 지점이다. 마케팅의 인사이트에 익숙하다면 상대방의 겉으로 드러난 욕구가 아닌 내면의 욕구를 바로 눈치채고 내면의 욕구를 가치와 연결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인사이트는 쉽게 갖출 수 있는 능력이 아니기 때문에 워크숍으로 안내하는 방법이 있다. 순서에 따라 컨셉을 찾는 방법을 설명하면 (1) 지역을 역사, 문화, 산업, 자연을 배경으로 내부자 시선과 외부자 시선으로 관찰한다. (2) 관찰한 내용을 정리해 지역의 가치가 될 수 있는 10개의 핵심 단어들을 뽑아낸다. (3) 10개의 핵심 단어들을 다시 3~5개 정도로 압축한다. 여기까지가 지역이 가진 가치 발견이다. (4) 상대방(내부인, 외부인)의 욕구를 문헌자료와 인터뷰 조사 방법을 통해 발견한다. (5) 발견된 상대방의 욕구를 정리해 10개의 핵심 단어들을 뽑아낸다. (6) 10개의 핵심 단어들을 중요성과 우선순위를 고려해 다시 3~5개로 압축한다. 여기까지는 상대방의 욕구 발견이다. 그리고 (7) 지역의 가치 축과 상대방의 욕구 축을 연결해 상대방 욕구와 지역의 가치가 만나는 지점을 찾는다. 이러면 끝이다. 주의할 점은 핵심 단어들이 제일, 최고 등 자위적(自爲的)인 명사보다는 어머니 품속, 고향의 시간, 바다 미식(美食), 형형색색 나무숲 등과 같이 지역의 고유성을 느낄 수 있는 구체적인 핵심 단어나 문구들을 사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마케팅 책에 컨셉 조건으로 나와 있는 “고객의 눈높이에서 써야 하고 단 하나뿐인 고유한 아이디어가 되어야 하고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써야 한다”를 참고해도 좋다. 덧붙여 잘 찾은 컨셉은 다른 아이디어를 촉발시키는 확장성이 있다. 그대로 광고 카피(copy)로 쓸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고 매력적이기까지 하다.
찾은 컨셉이 괜찮은지를 알아볼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몇 번이고 읽어보면 좋은 컨셉은 편안하고 매끄럽다. 두 번째 며칠 뒤에 다시 꺼내 봐도 괜찮다면 좋은 컨셉이다.
지역의 해체는 지역 서사의 해체라고도 한다. 컨셉을 찾는 일은 지역의 의미와 함께 개인의 의미를 상대방(내부인, 외부인) 입장에서 재창조하는 과정이다. 컨셉으로 지역에서 자기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작년 가을부터 지역의 문화기획자, 예술가, 사회적경제인, 마을활동가들이 컨셉을 잘 찾기를 바라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호소다 다카히로가 쓴 워크숍 형식의 『컨셉 수업』 책으로 세미워크숍을 겸한 강독회를 열고 있다. 서울 망원동 ‘Art-o’와 대전 미호동 ‘해유사회적협동조합’ 두 번의 강독회를 마치고 축제를 준비하는 청년들과 도서관 활동가들과 컨셉 찾는 일을 해 보고 싶다는 소감이 새롭다. 이렇게 컨셉을 찾는 시간은 자신의 일을 잘하고 싶은 모두에게 필요하다.
25년 지역사업이 불확실하고 혼란스럽더라도 새해 지역 활력을 위해 컨셉을 찾아보자!
『컨셉 수업』 세 번째 강독회는 ‘모두의 기획’과 서울 창신동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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