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詩] 두륜산 만일암터 천년 느티나무

생명의 소중함을 자각하고 건강한 삶을 격려하는 시 한 편.

두륜산 만일암터 천년 느티나무. 사진 제공: 심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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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쯤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생각해봐

신라 때부터 살았던 나무가

알았을까

동백 숲길 따라 올라온

차돌 같은 스님

용화세상 기다리며

억 년 바위 쪼아

한 단 한 단 오층탑 쌓았어

왜구가 몇 번을 닥치고

화마가 몇 차례 휩쓴 뒤

대웅전이 거듭 섰다 무너지고

오소리 마을이 된 뒤

벼락은 얼마나 많이 쳤을까

겨울 되어 눈 내린

두륜산에서 나는 보았어

천년 느티나무

세상의 중심인 양

천지사방 가지 뻗어있는 모습

가지가 천 마리 용처럼 거대했어

좌우 신화처럼 누운 황소 능선

너덜겅 바위들은 몇 백 미터 흘러

노래했어 별과 함께

존재의 기도였어

달도 궁금했을까

보름이면 은빛 귀 환히 펴

느티나무 시계

웅장한 침묵을 들었을 거야

느티나무는

굴뚝새 좋아하는 이끼도 키웠어

용화수 되어

심규한

강진에 살며 자연으로부터 배우고 나누는 삶을 꿈꿉니다. 출판물로 시집 『돌멩이도 따스하다』, 『지금 여기』, 『네가 시다』,『못과 숲』, 교육에세이 『학교는 안녕하신가』, 사회에세이『세습사회』 그리고 대관령마을 미시사 『대관령사람들이 전한 이야기』(비매품)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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